문화
산정호수 둘레길 풍광 보며 상념에 젖다

2026년 봄, 200여 명의 인중제고 총동문회 가족들과 함께한 산행 코스는 명성산 정상과 산정호수 둘레길이었다.

세월 탓일까. 산 정상은 높고 험해 보였고, 호수 둘레길은 넓고도 곱게 다가왔다.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호수를 호위하듯 둘러선 산세를 보며 우뚝 선 명성산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뿌리가 드러난 오솔길가에는 수줍은 새악시를 닮은 각시붓꽃, 강남 간 제비를 부르는 오랑캐제비꽃, 하늘을 날고 싶은 노란 괴불주머니꽃들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상춘의 기쁨이었다.

산정호수 끝자락에 이르러 조용한 찻집에 들렀다 홀로 명성산 정상을 올려다 보았다. 저 산 어디에선가 왕건에게 쫓겨온 궁예의 명성(鳴聲), 그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도 회한의 역사는 스며 있는가 보다.

문득 사마천이 <사기> ‘공자세가’를 마치며 공자를 기려 인용한 시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높은 산은 우러르고 (高山仰止) 넓은 길은 따라 걷는다(景行行止)”
비록 정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오늘 나는 그 넓은 길 위에서 충분히 깊고 넉넉한 하루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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