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 날은 여성 노동자의 권리와 성평등을 기념하고, 아직 남아 있는 차별과 폭력 문제를 돌아보는 날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행사와 행동이 이어진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10년 독일 노동운동가 클라라 체트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체트킨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국제적인 기념일 제정을 제안했다.
이 배경에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있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러트거스 광장에서는 수만 명의 섬유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단결권, 참정권, 평등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1909년에는 미국 전역에서 약 2만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 여성의 정치적 권리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1922년에는 러시아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클라라 체트킨의 건의를 받아들여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이후 1977년 유네스코가 이를 국제기념일로 채택하면서 세계적인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여성 노동 운동의 상징적 사건으로는 미국 뉴욕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 화재가 있다.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146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으며 여성 노동권 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성평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2022년 유엔은 현재 속도로는 전 세계에서 완전한 성평등을 이루는 데 약 286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11분마다 여성 1명이 가족에 의해 살해되고 있으며, 15~49세 여성 8명 가운데 1명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서 성적 또는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참여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낮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여성 의원 비율은 스웨덴 46.1%, 노르웨이 41.4%, 독일 30.7%, 영국 32.0%, 미국 19.6%, 일본 10.1% 수준이다. 한국은 2025년 기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61명으로 20.3%를 차지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날 ‘여성 파업’도 진행된다. 약 50개 국가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과 동일한 일을 하고도 낮은 임금을 받는 성별 임금 격차 문제를 알리기 위해 오후 3시 24분부터 일터를 떠나는 행동에 나선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여성의 경제 활동 확대가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약 36%, 노동력 비중은 약 39%다. 완전한 성평등이 실현될 경우 2025년까지 약 11조7100억 달러의 추가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세계 GDP가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기본적인 삶의 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빈곤 인구 약 12억 명 가운데 70%가 여성과 어린이이며, 약 7억 명의 여성은 충분한 음식과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전 세계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여성은 약 8500만 명에 달하고 문맹자의 67%가 여성이다.
한국에서도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하고, 2015년 이를 양성평등기본법으로 확대 개편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책임을 나누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여성이며, 2017년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여생도 3명이 나란히 1·2·3등으로 졸업했다. 현재 여성 장교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여성 비율이 높다. 초등학교 교사의 77%, 중학교 교사의 68%, 고등학교 교사의 50.8%가 여성이다. 그러나 교감과 교장 등 관리직 여성 비율은 3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료계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여성 의사 비율은 1980년 13.6%에서 2019년 26.1%로 증가했고, 약사의 경우 여성 비율이 약 64%에 이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보다 낮지만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기업 관리직 여성 비율은 약 11% 수준이며,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약 2%에 불과해 의사결정 구조에서의 여성 참여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여성 노동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 1963년 약 57만 명이던 여성 임금 노동자는 2022년 약 931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약 44.8%에 이른다.
이처럼 세계 여성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위한 긴 여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확인하는 날로 자리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