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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필요하지만 해체는 답 아니다”… 화랑대와 육사가 남긴 안보의 뿌리

겨울철 눈 덮인 육사 교정과 교사, 그리고 일출 <사진 권영호>

“육사는 불변의 진리 아냐” vs “안보 뿌리 흔들면 안 돼”…사관학교 통폐합 논란
사관학교 개편 잔혹사…‘호국의 성지 수호’ vs ‘미래 안보 위한 혁신’ 정면충돌
화랑대를 아파트 부지로? 사관학교 개혁안이 마주한 뜨거운 공방

최근 정부가 미래 안보 환경 변화와 인구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각 군 사관학교의 교육체계 개편 및 통폐합·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지난 6월 9일 <중앙일보> 1면에는 사관학교 개혁안에 반대하는 이상돈 예비역 육군 중장의 개인 명의 광고가 게재되었으며, 이에 대해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는 11일자 칼럼을 통해 “사관학교 개혁은 시대적 과제이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육사 총동창회 측의 여론전을 비판했습니다. 이에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인 주은식 박사(예비역 육군 준장)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석종 기자의 칼럼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본지는 국방 안보의 핵심 현안인 사관학교 개편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예비역 육군 중장의 광고문과, 두 전문가의 시각을 균형 있게 전달하고자, 기고문과 SNS 반론의 오탈자를 바로잡고 전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합니다. <편집자>

[중앙일보 광고] 호국의 성지 ‘화랑대’에 관해 한 말씀 올립니다

호국의 성지인 ‘화랑대(花郞臺)’를 역사에서 지우겠다고 합니다. 정부가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를 통폐합하여 지방에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1977년에 육사를 졸업하고 36년 동안 군 생활을 했습니다. 외조부는 3·1 만세운동에 가담했다가 옥고를 치르셨으며,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되었습니다. 부모님은 8·15 광복을 맞아 만주에서 서울로 오셨습니다. 6·25 전쟁 때 선친 고향인 경북 청도로 피난하여 저는 거기에서 태어났습니다. 두 아들은 예비역 육군 병장입니다.

과거에 육사 졸업생 일부가 국민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준 사실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며 사과드립니다.

‘화랑대’는 8·15 해방 후에 대한민국 국군을 창설한 역사적 장소입니다. 국민들의 성원 속에 조국 통일에 기여하라는 뜻으로 ‘화랑대’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생도 1기와 2기는 계급도 군번도 없이 포천, 태릉, ‘화랑대’ 내 92고지 전투에서 공산군과 싸웠습니다. 전쟁 기간 중에 539명 중 245명(45%)이 전사했습니다. 이후 80여 년 동안 ‘화랑대’는 호국의 간성을 길러냈습니다.

국군은 헌법과 국군조직법에 의거 합동군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관학교 통폐합과 지방 이전은 합동군제와 상이하게 사관학교만 통합군제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통합군제는 전체주의 국가나 일부 소규모 군대에서 채택합니다. 더욱이 다른 장교 양성기관들은 그대로 두는 모순이 있습니다.

육군, 해군, 공군은 군별로 정체성과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사관생도들은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의 뼈대를 만드는 교육을 받습니다. 장교로 임관한 후에 초군반, 고군반 교육에 이어 육군대학, 해군대학, 공군대학에서 공부하고, 합동군사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전문가가 됩니다.

이러한 호국의 성지요 국가현충시설인 ‘화랑대’를 아파트로 짓밟아 버린다면 우리나라를 선진문화대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후진국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존경하는 국민들과 정부 관계자 여러분께서 부디 호국의 성지 ‘화랑대’를 지켜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노병의 한 사람으로서 국군 간부 교육체계를 AI 시대에 적합하게, 그리고 현대전 양상에 부합되게 발전시켜 더욱 강군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예비역 육군 중장 이 상 돈

[뉴스토마토 칼럼]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과거 육군사관학교 졸업생 일부가 국민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준 사실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며 사과드립니다. (중략) 노병의 한 사람으로서 국군 간부 교육체계를 인공지능(AI) 시대에 적합하게, 그리고 현대전 양상에 부합되게 발전시켜 더욱 강군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6월 9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실린 광고 일부다. 이 광고는 육사 33기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군인공제회 이사장을 역임한 이상돈 예비역 육군 중장이 개인 명의로 게재한 것이다. 발췌한 내용만 보면 과거 육사 출신 인사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국군의 미래를 위해 육사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광고가 주장하는 바는 전혀 반대다. ‘호국의 성지 화랑대(육사의 애칭)를 아파트로 짓밟아 버리지 않게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육사 출신이 중심이 돼 내란을 도모하는 일이 없도록 과거와의 절연을 선언하는 동시에, 미래 전쟁 양상에 대비하는 차원의 사관학교 개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육사 개혁을 아파트를 짓기 위한 일로 치부해 버렸다.

이재명 정부는 육사를 포함해 사관학교 교육체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전쟁 양상의 변화,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 자원과 학령인구 감소, 초급 간부 충원의 어려움 등에 직면한 현실에서 미래 강군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80년간 이어져 온 현재의 사관학교 제도로는 앞으로 맞이할 안보 현실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인식이다. 안 장관은 선발·육성·임관까지 큰 흐름에서 다영역 작전을 요하는 합동성과 현대전 문법을 익힐 수 있는 사관학교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안 장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육사를 방문한 데 이어 6월 10일에는 해사를 방문했다. 조만간 공사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향후 사관학교 발전 방안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사관학교 개혁의 명분이나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육사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사관학교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육사 폐교’, ‘국가적 재앙’ 등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 1면 광고도 이런 여론전의 하나로 보인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지난 3월 사관학교 개혁에 반대하는 ‘액션플랜 2026’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최근 육사 총동창회 홈페이지에는 ‘사관학교 통폐합 육사 말살 당면대책 활동(안)’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다음 주엔 삼각지 한 식당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다고 한다.

육사를 포함한 사관학교 출신들이 지난 80년간 국가안보를 지켜온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2·3 내란과 같이 육사 출신들이 국민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린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육사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변해야 할 조직이다. 지금은 과거와의 절연을 선언하고, 미래 전쟁에 대비하는 교육체계로 거듭나야 할 때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SNS 반론] 주은식 소장 (한국전략문제연구소·예비역 육군 준장)

육사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지만, 국가안보의 뿌리를 짓밟아서는 안 된다

군사전문기자라는 호칭을 가진 국방부 출입기자의 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상식 이하의 글을 보고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일찍이 이명박 대통령 시절 롯데월드타워를 세우기 위해 성남비행장의 활주로 각도를 비틀 때, 그 자체보다 앞으로 경제 논리가 안보 논리를 억압하는 소리가 더 크게 봇물처럼 터져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라는 말은 군인은 총칼로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우지만 결국은 그것을 기록하는 기자가 더 힘의 우위에 있고, 무력은 문민 지도자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뜻임이 분명하다. 『군대와 언론(The Military and the Media)』이라는 글의 첫머리에서 이런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언론인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1페니씩 받는다면 나는 거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이를 언론인들이 현실을 왜곡하는 기사를 그만큼 많이 쓴다는 의미로 과장하거나 비틀어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 말의 본뜻은 언론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일이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같은 사실을 두고도 보는 위치와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말은 현실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균형 있게 전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같은 사안도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국방·군사전문기자라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하고, 어떤 주장에 대해 반대편의 생각은 어떤지 제시하여 독자로 하여금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기자가 무슨 학자처럼 자기 선입관을 갖고 논리를 전개한다면 그것은 기자가 아니라 어용학자다.

“육군사관학교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는 기자의 말이나 평가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어떤 제도도 시대 변화 앞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안보의 역사와 장교 양성의 근간을 허물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12·3 비상계엄 사안을 빌미로 육사 전체를 마치 시대착오적 집단처럼 몰아가는 것은 균형도, 책임도, 국가 이익도 결여된 주장이다.

육사는 단순한 학교 부지가 아니다. 6·25 전쟁 발발 직후 생도 1·2기들이 제대로 임관도 하기 전에 전선으로 나가 나라를 지킨 피와 희생의 현장이다. 태릉 화랑대는 대한민국 장교단의 정신적 고향이며, 자유 대한민국이 공산 침략에 맞서 생존을 걸고 버텨낸 호국의 기억이 서린 공간이다. 이런 장소를 두고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는 식의 냉소적 문장으로 재단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육사 출신 일부가 과거 정치적 격변기에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례가 있었다. 그 점은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의 과오를 이유로 육사라는 제도와 전통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반화다. 어느 대학 출신 정치인이 잘못했다고 그 대학을 없애자는가? 어느 법조인이 헌정을 흔들었다고 법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자는가? 특정 사건과 특정 개인의 책임은 엄정히 가리되, 국가안보 자산 전체를 허무는 논리로 비약해서는 안 된다. 이 기자의 논리대로라면 서울대를 나온 윤 대통령이 최고사령관이었으니 서울대를 폐지해야 하는가?

사관학교 교육 개혁은 필요하다. 인공지능, 드론, 사이버전, 우주전, 다영역 작전의 시대에 장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개혁의 방향이다. 육사를 폐교하거나 통폐합하거나, 그 부지를 개발 대상으로 삼는 방식은 개혁이 아니라 단절이다. 진정한 개혁은 육사의 전통 위에 AI·로봇·전자전·합동작전 교육을 보완하는 것이다. 뿌리를 뽑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 새 가지를 접붙이는 것이 개혁이다.

군사전문기자라면 책상머리의 정치적 언어가 아니라 현장과 국가 이익의 언어로 사안을 보아야 한다. 일본의 안보 전문 기자들 가운데 일부는 자국의 국가 이익과 안보 환경을 먼저 놓고 냉정하게 분석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제도라도 그것이 국가 방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따진다. 한국의 군사전문기자 역시 최소한 그 정도의 균형감은 가져야 한다. 사관학교 개혁을 논하려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군사적 팽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인구 절벽에 따른 장교 충원 문제를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육사를 비판할 수 있다. 육사도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육사를 ‘폐교해도 되는 낡은 유산’처럼 다루거나, 호국의 성지를 아파트 개발 논리와 뒤섞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으로 희화화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태도다. 대한민국은 아직 휴전 국가이며,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주변 강대국들 또한 군사력을 앞세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장교 양성체계는 더욱 강화되어야지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

육사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안보의 뿌리를 함부로 잘라내는 것 또한 결코 정답일 수 없다. 개혁은 필요하지만 해체는 답이 아니다. 성찰은 필요하지만 모욕은 안 된다. 미래전에 대비해야 하지만 호국의 역사를 지워서는 더욱 안 된다.

만약 육사 이전이나 통폐합이 필요하다면 먼저 장교 양성체계 전체 속에서 왜 그것이 필요한지, 어떤 교육적·군사적 효과가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합동성 강화가 목적이라면 육·해·공군사관학교 외에 학군장교(ROTC), 학사장교, 3사관학교 등 다른 임관 경로와의 관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합동성은 기본적으로 각 군의 전문성을 토대로 영관급 이상에서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역량이며, 사관학교 단계에서는 현재의 교류 확대와 교육과정 개편만으로도 상당 부분 보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충분한 검토 없이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사실상 해체하려는 접근은 지나치게 성급한 발상이다.

더욱이 통일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 자체가 크게 바뀔 것이므로 사관학교의 위치와 역할 역시 그때 가서 다시 검토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학교 이전이 아니라 전방 장병과 초급 간부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아직도 많은 간부들이 노후 관사와 부족한 생활여건 속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군문을 떠나는 우수 인력도 적지 않다.

이석종 기자는 과연 이러한 현실을 직접 취재해 본 적이 있는가. 곰팡이 냄새가 배어 있는 관사에서 생활하는 장병들과 초급 간부들의 고충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군사전문기자라면 사관학교 부지 활용 논쟁보다 먼저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 시설과 대체 교육체계에 대한 충분한 준비도 없이 기존 교육기관을 폐쇄하거나 이전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책인가. 군사전문기자라면 최소한 이러한 현실적 문제와 국가안보적 함의를 함께 살펴보는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의 책임이며, 국가안보를 다루는 기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적 소임이다. 학교 시설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학교를 폐쇄하는 조치가 이 기자는 올바른 조치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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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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