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발전재단, 고려인 자립 돕는 ‘페치카베이커리’ 첫발

곤지암 1호점에 오븐 기증…제과·제빵 교육에서 창업까지 잇는다
아시아발전재단(ADF·이사장 김준일)이 고려인 동포의 직업훈련을 실제 취업과 창업으로 연결하는 ‘페치카베이커리(PECHKA BAKERY)’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한다.
재단은 19일 오전 11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서 고려인 동포 고이리나씨가 운영하는 매장에 우녹스(UNOX) 컨벡션 오븐 1대를 기증하고 ‘페치카베이커리 1호점’ 출범을 알린다.
이번 오븐 기증은 지난 7월 아시아발전재단이 4주 동안 진행한 ‘제4기 고려인 직업훈련 제과·제빵 단기집중 과정’의 후속 사업이다. 교육을 수료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배운 기술을 일자리와 창업으로 이어가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페치카’는 러시아어로 난로나 화덕을 뜻한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고려인들에게 기술을 익히는 공간이자 스스로 생계를 만들 수 있는 ‘희망의 화덕’이 되자는 뜻을 브랜드에 담았다.

첫 주인공은 고이리나씨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철도교통공학대학교를 졸업한 고씨는 2019년 한국에 들어와 곤지암에서 ‘러시안마트 & 베이커리’를 운영해 왔다. 그는 지난달 아시아발전재단의 제과·제빵 교육에 참여해 한국형 제빵기술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고씨는 이번에 지원받은 오븐을 활용해 빵의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고, 앞으로 매장을 ‘페치카베이커리’ 브랜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고려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과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함께 고려한 제품을 개발해 지역주민과 고려인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고이리나씨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전문 베이커로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기증받은 오븐으로 고려인 동포와 지역 주민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일 아시아발전재단 이사장은 페치카베이커리를 “고려인 동포들의 꿈을 키우고 기술을 전수하며 창업 기회를 만드는 희망의 화덕”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가 하려는 일은 단순히 빵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미래를 굽고, 한 가정의 희망을 키우며, 공동체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라며 “고려인 동포들이 지원을 받는 대상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주체가 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발전재단은 2024년부터 고려인 동포를 대상으로 제과·제빵 직업교육을 실시해 왔다. 교육 과정에서 재단이 확인한 것은 기술 습득 이후의 또 다른 장벽이었다. 한국어와 경력 문제, 초기 창업비용, 영업과 매장 운영 경험 부족 등이 취업과 창업을 가로막았다.
이에 재단은 직업훈련을 ‘수료증을 받는 교육’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교육-현장실습-취업·창업-자립’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페치카베이커리는 그 구상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첫 모델이다.
앞으로 교육 수료생 가운데 독립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페치카베이커리’ 브랜드 사용 기회를 제공하고, 제품 개발과 매장 운영, 경영 컨설팅도 연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육 수료생들이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제과·제빵 교육을 받은 한 사람이 자신의 오븐 앞에 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곤지암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하는 페치카베이커리 1호점이 주목되는 것은 그래서다. 지원이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터로 이어지고, 그 일터가 또 다른 고려인의 자립을 돕는 거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