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시아정치칼럼

[윤재석 칼럼] 칼을 뽑은 자, 칼로 망한다…미·이란 전쟁을 바라보며

트럼프와 생전의 하메네이(오른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기도를 저지하겠다며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시작한 대(對)이란 공습으로 어린이를 비롯한 무고한 인명이 스러져 가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같은 이란 지지 국가는 물론이고 지구촌 전역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천인공노할 만행에 분노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도발’은 이란으로 하여금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지역 미군 기지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촉발한 가운데, 그들의 앞마당이자 영해(領海)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강경책을 불러왔다. 이로 인한 해상 물류 이동의 병목현상으로 각국이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우선 국제 원유 가격의 지표가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5일 1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해 조만간 100달러를 뚫을 것으로 전망되는가 하면, 유럽산 천연가스 가격은 연일 50% 내외의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대한민국이 특히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이 수출과 원자재 수입의 주요 통로이자 중동산 원유 수송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상급 무기를 무제한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쟁을 영원히 수행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지속적인 전투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란과 이라크 국경 지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族)의 대(對)이란 작전 의도를 적극 지지하는 발언으로 내전을 부추겼다. 아울러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후 진공 상태인 이란 후계 구도와 관련해 자신이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란 측이 추대하려는 그의 차남 모즈타바를 무시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문제는 이 전쟁이 미국 내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우선 파병 반대 여론이 60%를 웃돌고 있다. 전쟁 유지나 확전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트럼프의 공언(公言)을 공언(空言)으로 만들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공습 이상의 지상군 투입은 거의 불가능한 경우의 수”라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이 차후 소모할 무기와 포탄이 고갈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 공화당 내에서조차 이란 침공 군사작전과 관련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전쟁 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가 이를 허락해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점은 트럼프의 탈법적 행동 성향이다. 최근 그가 터뜨린 대(對)지구촌 관세 폭탄 시책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위법하다고 판시했으나 ‘수입 전 품목에 대한 15% 일괄 부과’라는 꼼수로 대응한 것처럼 무슨 암수(暗數)를 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프랑스의 핵무기 보유량 확대 천명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일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고, 다른 유럽 동맹국들에게 핵 무장 전투기의 임시 배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중서부 핵미사일 탑재 전략잠수함이 정박해 있는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연설을 통해 “자유로워지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그같이 말했다. 일롱그섬 해군기지는 프랑스의 핵미사일 탑재 전략잠수함이 있는 곳이다. 그는 이어 “만약 우리가 이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그 공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아무리 광대한 국가라도 그 피해에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두 마디는 현재 이란이 처하고 있는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처연하기만 하다.

성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 (마태복음 26장 5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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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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