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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의 시선] 저항과 자유 사이…85세 밥 딜런, 여전히 ‘바람 속의 질문’을 노래하다

밥 딜런

밥 딜런(Bob Dylan)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화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예술가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1999년)에 포함됐으며,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특한 이력의 인물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을 수여한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의 선정 이유에 대해 “위대한 미국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래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송라이터 명예의 전당’(1982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1988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1994년), 영국 ‘뮤직 홀 오브 페임’(2005년) 등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중음악사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밥 딜런 평전> 마이크 마퀴스 지음, 김백리 옮김, 실천문학사, 2008

1962년 발표한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은 반전과 민권운동의 상징적 노래로 자리 잡았다. 이어 발표한 ‘전쟁의 주인들’(Masters of War)에서는 전쟁을 조장하고 군수산업으로 이익을 얻는 권력층과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곡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시대 권력에 대한 날카롭고 직설적인 분노를 담고 있다.

또 그는 냉전 시대 핵전쟁의 공포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거센 비가 내리리’(A Hard Rain’s A-Gonna Fall)을 발표했고, 1973년 영화 <패트 개럿과 빌리 더 키드>(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의 삽입곡으로 쓰인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Knockin’ on Heaven’s Door)를 통해 다시 한번 평화와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딜런은 좌파적 포크 음악 전통 위에서 활동했지만 특정 정치 이념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빈곤과 인종차별, 전쟁 같은 사회적 불의를 비판했으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세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방식과는 거리를 두었다.

밥 딜런 <사진=위키피디아>

특히 1964년 이후 그는 자신이 ‘저항가수’라는 틀 안에 갇히는 것을 강하게 거부했다. “모든 정당은 쓰레기(crap)”라고 말하며 정치적 소속 자체를 경계했고, 자유로운 예술가로 남기를 원했다. 1967년 다큐멘터리 영화 <돈트 룩 백>(Don’t Look Back)에서는 매니저가 “사람들이 당신을 아나키스트라고 부른다”고 하자, 딜런은 “그 아나키스트에게 담배나 한 개비 줘버려(Give the anarchist a cigarette)”라고 응수하며 자신을 규정하려는 시선을 비웃기도 했다.

1970년대 말 기독교 신앙에 깊이 몰입한 이후 그는 정치 권력과 제도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일부 평론가들이 그를 ‘크리스천 아나키스트(Christian anarchist)’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세속 권력보다 신의 뜻과 개인의 영적 자유를 중시하는 태도가 반권위주의적 성향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딜런을 엄격한 의미의 정치적 아나키스트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는 특정 체제의 전복을 주장한 혁명가라기보다, 어떤 이념이나 집단에도 예속되지 않으려 했던 개인주의적 예술가에 가까웠다. 실제로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붙는 정치적 레이블을 불편해했고, 특정 이념 진영에 포함되는 것을 거부해왔다.

저항음악 우디 거스리, 그는 밥 딜런에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과 삶에는 반권위주의와 자유에 대한 강한 열망이 흐른다. 권력과 제도, 기성 질서에 대한 냉소와 저항 정신은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바로 그 점에서 그는 여전히 시대를 흔드는 예술가로 남아 있다.

5월 24일은 딜런의 생일이다. 그는 1941년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에서 태어나 인근 철광 도시 히빙에서 성장했다. 올해로 85세를 맞는 그는 여전히 세계 곳곳의 갈등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노래하고 있다. 시대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온 그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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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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