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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개 언어가 공존하는 파키스탄의 ‘언어 전쟁’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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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신드쿠리에 편집장] 파키스탄은 70여 개 언어가 공존하는 다언어 국가다. 1947년 건국 이후 ‘국어‘인 우르두어, ‘공용어’인 영어, 이외의 펀자브어·신디어·파슈토어 등 지역 언어 사이의 긴장관계는 국가 운영의 핵심 상수로 자리해 왔다.

통합 명분 속 소외된 비주류 언어들

파키스탄의 언어간 긴장관계는 독립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키스탄이 영국령 인도제국일 당시 우르두어는 무슬림 정체성을 상징하는 언어로 강조됐다. 1948년 파키스탄 국부인 아버지 무함마드 알리 진나는 “국가 통합을 위해 우르두어를 공식 국어로 채택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인구 다수를 차지했던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의 벵골어 사용인구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1952년 2월 21일 다카에서 벵골어 지위 인정을 요구하던 학생들이 시위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훗날 유네스코는 이 날을 ‘국제 모국어의 날’로 지정했다. 1956년 헌법재판소가 벵골어를 또하나의 국어로 인정했지만, 그간 누적된 소외감은 1971년 동파키스탄의 분리 독립으로 이어졌다.

헌법 제251조와 현실의 간극

1973년 제정된 현행 헌법은 국가적 정체성과 지역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고 있다. 헌법 제251조는 우르두어를 유일한 국어로 지정하고, 영어를 공적·법적 목적으로 병행 사용하며, 각 주(州)가 지역 언어의 교육과 진흥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주요 민족들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펀자브어는 가장 많은 사용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르두어에 비해 교육과 행정 등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디어는 펀자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으나, 카라치 등 대도시에서는 우르두어 사용인구들과 긴장을 빚어오고 있다.

파슈토어는 파슈툰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카이버 파크툰크와 주에서 초등교육부터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발루치스탄의 발로치어 역시 지역 소외감과 맞물려 있다. 문화적 정체성과도 연관돼 있어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사라이키어의 경우 펀자브어와 구별되는 독립 언어로 인정받으나, 사라이키 주 신설 주장과 맞물리며 정치, 사회적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다양한 언어들은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문화적 정체성, 해당 지역의 경제성장, 그리고 권력 구조와 직결된다. 우르두어는 연방국가 파키스탄의 공식언어로 자리해 있다. 반면 영어는 사회적 계층이동과 고위층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하는데, 이는 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비판론자들은 사용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7~8%에 불과한 우르두어만을 국어로 유지하는 것은 ‘언어 제국주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특정 언어를 강조해 구조적 불평등과 위계를 정당화한다는 뜻이다. 반면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단일 국어가 서로 다른 민족과 문화를 잇는 매개체로서 연방의 결속력을 유지한다고 반박한다.

최근 파키스탄 상원에선 펀자브어·신디어·파슈토어·발로치어에 ‘국어’ 지위를 부여하자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다양한 언어를 공식적으로 채택해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분열 요인을 억제할 수 있다는 취지다.

파키스탄에서 언어는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다. 지역 역사와 문화의 정수다. 동시에 권력과 부의 분배에 따른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언어적 다양성이 통합의 상징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분열의 또다른 씨앗이 될 것인가?

아시아엔 영어판: Pakistan’s Language Issues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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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파키스탄,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PPI(Pakistan Press International)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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