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슬라이드서아시아인터뷰

이란 현지기자 인터뷰 “일상 되찾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 이 기사는 아시아엔 다국어판 플랫폼을 통해 공유됩니다.

아시아엔은 지난 19일 이란에서 활동 중인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인 알리레자 바라미 ‘아스레 로우샨’ 편집장의 현지 기고문([현지기고] 200시간의 차단 뒤에 전해진 이란 기자의 증언)을 보도한 바 있다. 이란 당국이 지난 1월 9일부터 200여시간 동안 해외인터넷을 차단한 가운데, 알리레자 기자는 접속이 잠시 재개된 1월 19일 원고를 전달했으나 재차 연락이 두절됐다.

아시아엔은 기고문 보도 이후 알리레자 기자에게 아래의 질문지를 건넸고, 그로부터 4일 후인 1월 23일 답변을 전달 받았다. 복잡한 현지 상황을 고려해 민감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를 명확히 달았다. 아시아엔은 알리레자와의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사진=AP/연합뉴스>

현재 이란 내부에서 해외 언론 접속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
이란 국민들은 시위가 시작된 첫날부터, 국제 인터넷 접속이 제한된 이후에도 위성 TV 채널을 통해 24시간 동안 관련 소식을 접해 왔다. 그 중 워싱턴에 본사를 둔 ‘이란 인터내셔널’과 런던에 본사를 둔 ‘BBC 페르시안’은 이란 시위를 지속적으로 집중보도했다. 그러나 위성 TV와는 달리 온라인 기반의 정보 접근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란 내부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단 뜻인가?
일반 국민들이 해외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중 소수는 스타링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매우 제한적이며 불법으로 간주된다. 최근 며칠 간 이란 내 일부 주요 언론사들이 해외 통신망 접속을 허가 받았지만, 외신과 협력해서 보도를 하지는 않고 있다. 이번 시위가 촉발되기 수년 전부터 이란 언론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지 실상과 해외 언론 보도 사이의 가장 큰 괴리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해외 인터넷이 차단되면서 해외 언론사들은 영상 취재원을 거의 대부분 상실했다. 그로 인해 대다수의 보도들이 전언에 의존하거나, 이전에 촬영된 영상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생산됐다. 특히 지난 며칠 간 국제전화까지 차단되면서 추측에 기반한 보도가 더욱 확산됐다. 반면 신뢰도 높은 주요 외신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신중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했다.

정확한 수치가 집계되지 않는 가운데 사상자 수를 두고 여러 추정치들이 나오고 있다. 현지 상황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가?
이란 정부는 1월 21일 공식 발표를 통해 3,11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경찰과 시위에 무관한 민간인이 2,427명, 시위 참가자는 69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언론과 비공식 소식통은 5,000명에서 최대 2만 명까지 사망했다고 다양한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정확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시위의 희생자가 과거 여러 시위들의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시위가 격화된 지역을 중심으로 폭력사태가 확산됐는데, 이번 시위는 과거의 시위들에 비해 폭력성이 더욱 두드러진 측면도 있다.

폭력 사태의 책임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정부 측은 시위대가 해외 세력과 연계해 폭력을 유발했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경찰 차량, 관공서, 금융기관, 상점, 종교 시설 등이 파손되거나 방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반면 시위대와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체불명의 세력이 개입해 시위를 폭력적으로 몰고 갔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위 동안 벌어진 폭력은 사회 전반에 예상보다 훨씬 큰 여파를 미쳤다.

2026년 1월 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과일가게에서 한 남성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신화사/연합뉴스>

대외적으로는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란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교통이 정상적으로 재개됐으며, 상점들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학교, 병원, 정부기관 등의 공공시설 역시 이전과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일상이 유지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전혀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음악 공연 등의 문화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으며,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지만 선수들조차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민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국가 경제가 악화되면서 여러 프로젝트들이 중단됐다. 최근의 통신망 통제로 온라인 기반 사업들이 더욱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1월 16일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이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소식은 이란 내부에도 전해졌나?
그렇다. 팔레비 국왕의 아들은 앞서 위성 TV를 통해 이란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왔으며, 이번 기자회견 소식 역시 위성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기자가 아닌, 한 명의 이란 국민으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정치적 거래를 일삼는 세력은 인간의 삶을 파괴한다. 권력을 앞세워 이익을 꾀하는 집단이나 이념 만을 앞세운 정치치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피해는 언제나 평범한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아시아엔 영어판 : Iranian Journalist: Daily Life Is Gradually Returning, but People Still… – THE AsiaN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