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정치칼럼

[이정현 칼럼] “한국 보수, 더 늦기 전에…”

장동혁 대표와 이준석 대표

보수는 사람, 언어, 습관을 반세기 넘게 바꾸지 않고 있다. 집권했을 때도, 정권을 잃었을 때도 국가 운영 방식, 인사 스타일, 국정 운영 언어는 똑같이 낡은 정치에 묶여 있다.

국민은 보수가 정치교체·세대교체·시대교체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느낀다. 보수는 민주당의 실수만 기다린다. 반사이익에 기댄 정치에 너무 익숙해졌다. 좌파와 진보 시대가 길었다고들 한다. 스스로 어젠다, 비전, 언어를 만드는 근육이 약해졌다.

정치는 상대 실수 먹고사는 직업이 아니다. 미리 위험을 경고하고 먼저 해법을 내야 한다. 보수는 입으로는 시장, 기업, 경제를 말하면서 정작 정책은 민주당의 규제, 선심성 예산, 인기 영합을 따라간 경우가 많았다.

진짜 보수는 돈을 아끼자는 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쓰자는 것이다.

보수에게서도 의회정치의 실종을 자주 보게 된다. 의원이 아니라 ‘의원업’에 종사하는 모습을 본다. 일부 보수 의원은 입법, 감시, 대안보다 재선 준비, 공천 줄서기, 자기정치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정치가 공공 서비스업이 아니라 ‘의원업·정치업’으로 굳어진 것이 보수·진보 모두의 타락이다.

보수는 청년, 호남, 미래산업, 지방에 대한 상상력이 없다. 청년·호남·신산업·지방을 이야기할 때마다 말은 하지만 판을 바꾸는 투자·인재·제도는 지금껏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보수는 기득권을 방어하는 세력 이미지를 벗지 못했고 미래세대는 보수를 자기 선택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수는 죽지 않았다. 다만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 잠을 깨워야 한다. 보수의 새 간판을 ‘일자리 보수’로 바꿨으면 한다. 외교도, 안보도, 교육도 결국 좋은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다 공허하다.

보수는 반대의 정당이 아니라 일자리·투자를 설계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보수는 이제 감, 이미지, 선동이 아니라 데이터, 팩트, 성과로 승부하는 정치로 넘어가야 한다. 국회 회의, 예산 심의, 정책 토론을 모두 공개하고 데이터 기반 평가를 붙였으면 한다. 몇 % 출석했는지, 몇 개 법안을 냈는지, 지역에 어떤 투자를 끌어왔는지 국민이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보수는 이제 통합형 인재를 기용하는 ‘양손잡이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이념·세대·지역으로 편 가르는 정치는 보수가 끝내야 한다. 보수가 집권해도 반대 진영 인재, 호남·청년·전문가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양손잡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보수는 시민이 설계하는 정치, 즉 ‘대청인 정치’를 했으면 한다. 대신 들어주고, 대신 싸우는 정치를 체계화했으면 한다. 각 지역·세대·직역에서 대청인단을 모집해 직접 민심·제안·불만을 듣고 국회와 정부·언론 앞에서 대리발언·대리투쟁을 하게 했으면 한다.

보수는 이제 세계와 경쟁하는 지방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만 키우는 국가는 한계가 있다. 대구·호남·부산·강원·충청이 각자 세계와 바로 붙는 산업·대학·투자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

보수가 부활해야 나라가 균형을 찾고 나라가 균형을 찾아야 진보도 제 역할을 한다. 보수 정치인들은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보수는 ‘안티 정당’이 아니라 ‘일자리 설계 팀’이다. 보수는 말, 이미지 정치가 아니라 데이터 정치와 정책 국회로 가야 한다.

한 손으로만 정치를 하면 나라가 휘어진다. 보수·진보 인재를 다 쓰는 양손잡이 국가를 만들자. 대청인 정치를 시도하자. 민심을 대신 듣고, 대신 전하고, 대신 싸우는 시민 대리인 제도를 새롭게 해보자는 것이다. 반사이익 정당의 시대도 끝났다.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정당은 역사의 구경꾼일 뿐이다.

사법 리스크 정치화도 끝내야 한다.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가 대한민국 국정을 인질로 잡게 해서는 안 된다. 포퓰리즘 세금 폭탄 정치도 끝내야 한다. 인기영합 정치는 오늘 박수받고 내일 세금 청구하는 정치다.

캠프 정치와 팬덤 정치 중독도 벗어나야 한다. 캠프와 팬덤은 필요하지만 그것에 붙잡힌 정치로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정치 공학이 아니라 ‘일자리 공학’이다. 좌우·연합·공천만 계산하는 정리가 아니라
도시, 산단, 교육, 교통을 재설계하는 일자리 공학이 필요하다. 산업화, 민주화, 80년 체제 등 대한민국 1막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제 공정·성장·통합의 대한민국 2막을 열어야 한다. 더 잘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 편부터 후려치고 상대 정치 구조를 비판해야 한다.

미래 비전과 새 보수 제안은 다음과 같다. 일자리 보수, 데이터 정치, 양손잡이 국가, 대청인 정치, 반사이익 정당의 종언 등이다. 보수가 새롭게 부활하면 나라의 균형이 회복되고 진보도 건강해질 것이다.

이정현

3선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 정무·홍보수석 역임, 전 새누리당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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