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가 영토가 아니듯, 교리는 성경이 아닙니다”

*잠깐묵상 | 이사야 45장
“내가 나의 종 야곱, 내가 택한 자 이스라엘을 위하여 네 이름을 불러 너는 나를 알지 못하였을지라도 네게 칭호를 주었노라”(사 45:4)
이스라엘은 견딜 수 없었습니다. 고레스에게 붙은 ‘메시아’ 칭호를 말입니다. 하나님을 알지도 믿지도 않는 이방인이 어떻게 메시아일 수 있을까요? 그들의 신앙 공식 속에서는 절대 허용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이사야 45장은 이스라엘의 항변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입니다.
우리는 종종 지도를 영토로 착각합니다. 그런데 지도는 어디까지나 실제의 땅을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해 놓은 그림일 뿐입니다. 구면은 어떤 방법으로도 평면 위에 왜곡 없이 펼쳐지지 않습니다. 세계 지도에서 그린란드는 아프리카만 하게 보이지만, 실제 아프리카는 그린란드의 열네 배입니다.
우리가 신성시하는 교리도 그렇습니다. 교리는 무한한 실재를 인간의 유한한 이성이 파악할 수 있도록 평면에 눌러 편 것입니다. 세계 여행을 아무리 많이 해도 지구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세계 지도를 펼치면 한눈에 파악이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가 바로 교리에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실재를 평면에 눌러 펴면서 많은 것들이 축소되거나 과장되었습니다. 구원과 천국, 은혜, 종말, 예정 등에 관한 여러 교리는 유용한 지도이긴 하지만 무언가를 버리고 얻어 낸 깔끔한 결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지도는 어디까지나 지도일 뿐 밟고 설 땅이 아닙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경에는 교리가 차마 다 담아내지 못한 디테일이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리는 인간의 이성으로 정립한 것이기에 상당히 논리적이고 체계적입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내용들이 날것 그대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은 논리적이라기보다 ‘실제적’입니다.
교리의 세계는 깔끔하고 명쾌합니다. 교리 속 하나님은 매끄럽습니다. 그러나 성경 속 하나님은 거칩니다. 교리 공부를 하고 나면 하나님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성경을 읽고 나면 하나님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은 믿음이 없는 고레스를 구원의 도구로 사용하시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고집을 부립니다. 하나님께 2차원 평면 지도를 들이대며 실제 지형을 뜯어고치라고 말합니다.
진정한 신앙은 완벽한 지도를 완성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도에서 눈을 들어 실제 하나님의 영토를 응시하며, 하나님의 예측할 수 없는 인도하심을 따라 걷는 데 있습니다.
🎧잠깐묵상 유튜브로 듣기
https://youtu.be/IzYT8RaI47M?si=4c57yqmu4suaY1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