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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목민심서는 읽었지만’…이상배 전 서울시장

‘목민심서는 읽었지만’ 2024년판 표지

현장을 걸어온 리더가 다시 묻는 행정의 기본자세

이상배 전 서울시장이 펴낸 <목민심서는 읽었지만 정치보다 행정이다>(조선뉴스프레스, 2024년 10월)는 정약용의 고전 제목을 빌리면서도 단순한 현대적 해설서가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걸어온 공직자의 생애 궤적-상주와 만주의 유년기, 울진군수와 서울시장, 국회의원, 공직자윤리위원장-을 하나의 행정 철학으로 묶어낸 기록이다. 책인 2019년 1쇄 이후 4쇄를 찍으며 내용을 추가하며 공직사회와 일반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머리말에서 그는 “행정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일이며,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했다. 이는 곧 책 전체를 꿰뚫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목차는 크게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어린 시절과 성장 배경을 통해 공직자로서 ‘민심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밝히고, 이어 울진군수 시절의 재난 극복 경험, 서울시장으로서의 도시 행정,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책 조정과 정치적 공방, 마지막으로 윤리위원장으로서 마주한 공직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차례로 다룬다. 각 장의 제목은 단순한 연대기처럼 보이나, 저자의 의도는 자신의 생애를 통해 “행정은 결국 사람을 지키는 일이며, 사람이 곧 정책”이라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저자는 정약용의 원전 <목민심서>가 지적한 ‘탐관오리의 폐해’와 ‘백성을 위한 통치’의 대원칙을 오늘의 행정에 대입하면서, 정치의 과열과 여론의 격량에 흔들리는 현대 행정의 위기를 진단한다. 그는 “정치는 적을 만들지만, 행정은 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서울시장 시절의 경험을 회고하는 대목에서는 도시 안전, 주택 정책, 예산의 투명성, 위기 대응 등 다양한 현장의 사례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임을 강조한다. 저자의 행정 철학은 ‘사람을 먼저 보는 리더십’, ‘비용보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정책 결정’, ‘속도가 아닌 현장성’, ‘성과가 아닌 신뢰’로 압축된다.

책의 중반부에서 다루는 국회의원 시절의 기록은, 정치가 행정의 실현을 저해하거나 촉진하는 양가성을 드러낸다. 저자는 입법 과정이 현장의 어려움과 조응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왜곡을 비판하며, 정쟁이 아닌 민생을 중심에 둔 정치의 복원을 요구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최근 한국 정치의 경직성과 갈등 구조에 소중한 방향을 제시한다.

말미의 장에서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으로서 경험한 공직 사회 내부의 갈등과 제도적 한계를 논한다. 그는 공직자의 자격을 규정하는 것은 법률의 조항이 아니라 ‘마음의 청렴’임을 강조한다. 이는 <목민심서> 원전이 말한 “정치는 덕(德)에서 시작된다”는 대원칙과 맞닿아 있다.

이상배 전 시장은 공직자의 윤리, 리더의 책임, 조직의 기강, 시민과의 신뢰 관계를 ‘행정의 본질적 뿌리’로 규정한다.

이 책은 저자의 생애를 단순한 회고록이 아닌 ‘현대 행정의 교과서’처럼 구성했다. 목차의 흐름만으로도 한국 지방행정과 중앙정치, 공직 윤리, 도시 행정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구조적 통찰을 드러낸다. 특히 머리말에서 강조된 “민심을 듣는 자만이 목민관이 될 수 있다”는 문장은 오늘의 행정과 정치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다만 행정 경험 전체를 하나의 책 안에 담다 보니 일부 주제는 깊이를 충분히 펼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이 행정의 이론적 탐구보다는 실천적 기준 제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구성은 오히려 대중 독자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목민심서는 읽었지만 정치보다 행정이다>는 이상배란 행정가가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목민심서’를 다시 쓴 책이다. 정약용의 원전이 조선 후기의 부패한 관료 사회에 던진 경고였다면, 이 책은 오늘의 공직사회와 정치권에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실천적 제안이다. 행정 리더십, 지방자치, 정치와 행정의 관계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지침이 될 만한 저작이다.

울진군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는 이상배 저자

다음은 이 책 목차다. 독자들은 어느 대목부터 읽어도 금세 흥미에 빠져들 것이다.

제1장 상주와 만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
제2장 소백산맥 기슭에서 한강가 서울로
제3장 울진군수에서 서울특별시장까지
제4장 제2의 공직, 국회로 가다
제5장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으로 공직을 마치다
제6장 늘 하고 있는 말
부록 : 연설 속에, 생활 속에

아래는 저자가 아끼고 실천해온 말들 가운데 필자가 몇 개 고른 것들이다.

“공직자의 재산증식? ‘아내가 한 일이라 나는 몰랐다’ ‘남편이 한 일이라 나는 모른다’ 그럴 수도 있는가?”
“사람들은 데이터와 팩트에 약하다”
“의논할 때는 객관적이어야 하고, 책임질 때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이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서하는데 헌법을 한번이라도 읽어보았을까”
“행정은 정직이 생명인데, 정치판의 거짓말이 전이(轉移) 되어 행정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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