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렸다. 눈도 마음도 코끝도 아렸다. 약봉지를 입에 털어 넣는 해녀, 틀림없이 뇌선일 거다. ‘칠성판을 메고 작업을 한다’는 만큼, 그들에겐 삶과 죽음이 하나다.
소중이에서 고무옷으로 바뀔 무렵의 해녀 사진들이다. 숨이 탁 막혔다. 아린 눈에는 벌써 눈물이 고였다. 그 시절 해녀들의 삶을 취재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사진작가 현을생이 오랜만에 갤러리에 사진을 걸었다. <나의 어머니, 제주해녀>, 여섯 번째 전시다. 제주시 산지천 갤러리.
제주의 불턱은 제주 공동체의 표본이다. 소통이고 교육이며 의논하는 현장이었다. 구덕만 덩그러니 놓인 숨비기밭, 불턱도 마련하지 못한 제주 사람들의 가난이 오글거린다.

해녀들은 태풍에 밀려온 감태를 수확하고 바위틈에서 캐낸 우뭇가사리를 팔아 학교를 세웠다. 자녀들의 교육비도 물질로 마련했다. 그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흑백사진이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무렵 현을생은 말단 공무원이었다. 소녀가장이었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해녀 사진에 골몰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나중에 제주 최초의 여성 시장이 됐다는 건, 사진을 핑계로 업무를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번 주 토요일은 ‘제주 해녀의 날’이다. 평생 찍어온 해녀 사진을 제주도에 기증하기로 했다.
현을생은 사찰의 풍경을 울리는 바람 같은 여자이다. 그가 스쳐 지나간 곳에는 명징한 자욱이 남는다. 공무원일 때도 그랬지만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이나 서귀포 문화도시 추진위원장을 할 때도 일 처리가 깔끔했다. 그의 생각은 단단하고 합리적이다.
초록빛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날도 그녀는 초록빛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해녀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그녀를 만나면 제주의 숲에 간 느낌이다. 오월의 초록색으로 물든 숲은 평화이고 생명이며 아름다움이다.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향기를 품고 산다. 그녀 또한 그렇다.

해녀 사진전을 보면서 나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숲길을 걸으며 추억하는 어머니의 향기는 고왔다.
현을생 사진 전시회는 오는 21일까지이다. 갤러리에 가면 그대가 잊었던 제주 사람들의 척박하나 옹골졌던 삶을 떠올릴 것이다. 현 작가의 처절하고도 치열한 작업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내 삶의 열정은 아직 괜찮은 것인지 점검할 기회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