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칼럼

[신건호 칼럼] 80주년 광복절, 사즉생의 각오로 역사에 투신한 독립선열처럼

안중근 의사

방향이 틀리면 빨리 가는 게 독(毒)이다

“죽느냐 사느냐에 직면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벼랑 끝에서 한 말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경영진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투신’할 것을 당부했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순국, 계엄군에 맞선 젊은이들의 국회 저지까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목숨을 바친 ‘투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가치와 행동이 불일치’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의 투신을 목격하고 있다. 광주에서 한부모·기초수급자임을 연두와 남색으로 구분한 소비쿠폰이 그 예다. 처지를 색깔로 드러내는 공공 마인드, 이는 ‘도움을 주고도 뺨 맞는’ 행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감 시설에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도 그렇다. 에어컨 타령을 하려면 ‘무더위를 부채로 견디는 서민’에게 선풍기라도 선물한 뒤에 불평해야 덜 미워 보이지 않겠는가. 특검 조사를 피하려 속옷 차림으로 시위하는 ‘생떼 투신’은 나라 망신일 뿐 아니라, 치매를 의심케 하는 한심한 행태다. 이는 태도와 행동이 모순된 불평등한 상태, 즉 인지부조화다. 건의나 투신은 개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할 때 가치가 있다.

투신의 진정성은 자기희생에서 비롯된다. TV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서 가수 김창완은 “결혼은 투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25세에 결혼한 그는 ‘부부싸움’에 대해 묻자 “엄청 한다. 왜 투신이라고 했겠느냐. 결혼은 몸과 영혼을 던지는 것”이라며 “나를 위해 사는 것도 아름답지만, 누군가를 위해 한평생 사는 것, 그걸 체험하는 건 우주를 체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창완 씨가 말한 ‘우주적 삶’이란 무엇일까. “지구에 붙박인 속 좁은 인간에서 벗어나, 자신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이해하고 희생하며 사는 것”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우주로부터의 귀환’에서 “지구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는 일본 작가 다카시의 말처럼, 김창완 씨도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의 존엄과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는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다. 그 속에 기생하는 인간은 ‘자신의 존귀함과 동시에 미약함’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트럼프 같은 인물은 물론,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 상당수는 상생은커녕 약자를 차별하고,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으며,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린다. 이번 폭우에서 보듯,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다.

상생의 가치 설파는 대립과 분열, 선동과 거짓된 행동을 후원하지 말라는 당부다. 후원받은 자의 오염된 영향력은 야만의 표상이 돼, 다음 세대에 부끄러운 유산을 남기기 때문이다. 조국 광복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 독립운동가의 투신이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연숙 교수는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에서 “평화로운 죽음은 손 놓고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삶을 사랑할 때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짧은 삶 속에서 각자의 짐을 지고 자기 몫을 살아가는, 곧 바른 삶을 위해 투신하는 사람에게서 연민과 존경이 생기고, 거기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나온다는 의미다.

김창완 씨의 노래 ‘이제야 보이네’를 듣다 보면 부모님의 삶이 떠오른다. “이제야 보이네 아버지 자리 떠난 지 칠년, 이제야 보이네 어머니 자리 누우신 지 삼년.” 부모님의 투신이 자식에게 남긴 ‘삶의 지침서’였다는 사실, 이를 깨닫는 순간 뒤늦은 후회와 반성이 밀려온다.

광복 80년을 맞은 오늘, 뜨거운 공기 속을 파고드는 선풍기 바람처럼 민족의 저력이 꿈틀대는 달이다. 1천억 개 은하 속에서 생명체를 가진 존재가 인류뿐이기에, 지친 이웃에게 희망을 주고 남을 배려하는 투신의 삶을 위해 선열들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어떤 삶을 살다가 지구를 떠날 것인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다행히 우리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강조한 ‘문화의 힘’에서 행복의 도파민을 얻고 있다. “문화는 개인과 남에게 행복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백범의 마음이 K-팝 청년들의 마음으로 이어져, 세계인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 방탄소년단(BTS), 지드래곤, 블랙핑크 등 한류를 일으킨 이들은 백범의 정신을 이어 음악에 ‘투신’하며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다.

지도자의 투신은 그래서 중요하다. 권력의 맛을 아는 이는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투신하고, 권력의 무게를 아는 이는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다시 말해, 어떤 이는 아름다운 삶을 위해 투신하고, 또 어떤 이는 윤 전 대통령처럼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에 삶을 던진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방향이 틀리면 빨리 가는 것이 독이다. 나무늘보처럼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가는 방향이 바르면 행복은 그 안에 있다. 그래서 묻는다. 내란 세력을 정리하고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리는 데 투신할 각오가 돼 있는가. 독립운동가처럼 조국의 바른 내일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사즉생’의 결심이 섰는가. 새 자리를 차지한 장관들부터 “응답하라.”

신건호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전무, 전 kbc광주방송 보도국장, '언론보도와 명예훼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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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견

  1. 투신, 숭고하기도, 추악하기도 한 명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에게 좋을 ‘투신’을 하기 바랍니다.
    투신에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할 지도자들,,, 어디 있나요?

  2. 투신,,, 숭고하기도, 추악하기도 하네요.
    각자의 위치에서 개인을 위함이 아닌,
    모두를 위해 좋을 ‘투신‘을 하기 바랍니다.
    가장 먼저 실천을 해야 할 정치인들의 ’투신‘은,,,
    어디있나요?

  3.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광화문광장에서 광복 80주년 국민대축제를 보면서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워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였습니다
    함께 찾은 빛이 대한민국을 밝게 비추기를 …
    칼럼을 읽으며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며 나의 주권 , 국민의 주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잠깐 멈춰서서 생각합니다 . 달팽이는 느려도 괜찮습니다 .

  4.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립니다…
    제발…
    고개를 돌려 봅시다
    모든것이 헛되도다….라 합니다…
    영원한 삶은 절대 없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봅시다…
    더…아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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