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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내전의 참상…부패한 시체와 전염병·식물생태계 소멸,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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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하산 후메이다 독일 키일대학 교수] 2023년 4월 중순 발발한 수단 내전이 지역 환경에 약 100억달러(약 13조8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식물과 지역 생태계 전반에 미친 영향을 포함한 수치로, 전문가들은 국토의 70%가 내전의 풍파를 겪으면서 환경피해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막지대의 난민캠프에서 구호품을 기다리고 있는 수단 주민들 <사진=EPA/연합뉴스>

곳곳에 방치된 시신, 전염병 확산의 뇌관

전문가들은 수단 내전의 재앙을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피해 세가지 축으로 분류하고 있다. 생물학적 피해는 거리와 하수도, 심지어 가정과 학교에까지 방치된 시신으로부터 발생한다. 부패한 시신으로부터 유해생물이 전파되고 전염병도 확산되고 있지만 시체들을 정상적으로 매장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수단의 수도인 카르툼을 비롯한 대도시들은 부패한 시신과 전염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다. 전문가들은 에볼라, 라싸열, 마버그열 등 사람과 동물이 공통적으로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이 확산될 경우 수천만명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화학적 피해는 각종 화학무기 사용과 주요 시설 파괴에 따른 유해물질이 유출되면서 발생한다. 내전 동안 정유시설, 화학공장, 실험실, 발전소, 상수원이 파괴되면서 수자원이 오염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화학무기 사용이 급증한 지난 두 달간, 수도와 다르푸르 일대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수백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인류의 생존 본능이 유발한 생태계 대참사

전쟁으로 말미암은 인간의 행태 변화가 생태계를 악화시키는 사례들도 여럿 나오고 있다. 농업이 중단되고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무분별하게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수백 년 이상의 고목을 벌목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수단은 전쟁 이전에도 불법 벌목으로 연간 약 5억달러(약 6,800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었는데 내전 이후 피해규모가 더욱 늘어났다.

혼란을 틈탄 불법 금 채굴도 확산되고 있다. 수단의 주요 탄광 지역에선 토양 침식, 수은 중독으로 인한 하천 및 농지오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 수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하는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이 특정 개체에 대한 피해가 아닌 생태사슬의 파괴로 이어지면서 생물다양성 그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수단 남부의 초원을 뛰어다니는 야생동물들 <사진=AP/연합뉴스>

국립식물원 90% 이상 식생 손실 “식물학적 자원, 사실상 소멸”

내전 피해국인 수단의 생태계 파괴를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사례 중 하나는 수단국립식물원이다. 1954년 수도 카르툼에 설립된 이 곳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시설 중 하나로, 다양한 희귀식물과 조류, 곤충들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와 같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식물원의 식생 90% 이상이 파괴됐다고 한다. 수단의 식물학적 자원이 사실상 소멸됐으며, 곤충과 조류 생태계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뜻이다. 애초에 수단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전쟁 이후에는 각 부문의 지속가능한 개발프로그램들이 사실상 중단되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막의 단비, 축복에서 재앙으로

수단은 곧 우기를 맞이한다. 매년 이 시기 동안 황량한 사막과 계곡이 푸르른 초원과 오아시스로 탈바꿈하며 인간과 동물에게 귀중한 식량자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올해의 우기는 단비가 아닌 재앙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불안정한 치안으로 지역민들이 오아시스를 맞이할 여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우기와 함께 동반되는 홍수, 전염병 등의 재해가 올해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 우려한다. 전쟁 국면의 자연 재해는 빈곤, 기아, 질병의 피해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수단 북부 다르푸르에서 식수를 배급받고 있는 난민들 <사진=신화사/연합뉴스>

의도적인 공격과 악의적인 유출

수단은 자연의 보고 대다수를 상실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의 의도적인 공격과 악의적인 유출로 존엄한 생명이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인프라를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으로 도로, 연료저장소, 상하수도 처리시설과 같은 시설들이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2024년 3월경에는 수단 수도 카르툼의 정수시설 13곳 중 단 1곳만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정도였다.

세계 최대규모의 관개시설 중 하나인 게지라 프로젝트와 산하 기관에서 농업용 화학물질과 독극물 성분이 포함된 농약이 약탈당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실제로 인근 지역에서 식수를 마신 주민들이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인을 강제로 내쫓기 위해 독극물이 사용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치명적인 병원균이 보관돼 있는 시설들까지 파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르툼대학교 의대, 풍토병 연구소, 생명과학 연구소 등이 피해를 입었는데 누군가 악의적으로 병균을 퍼뜨릴 경우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쟁은 단순한 무력 충돌에 그치지 않는다. 수단의 사례는 인간의 분쟁이 어떻게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수십 년간 쌓아온 생태적 유산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으로 인해 사람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가 희생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향수 수십 년간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아시아엔 영어판: The Sudan War and Its Environmental Impacts (Part I) – THE AsiaN
The Sudan War and Its Environmental Impacts (Part II)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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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후메이다

독일 키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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