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1기 수료생인 천타치아나 씨가 2기 수업의 통역을 맡았다는 점이다. 천 씨는 지난 1기에서도 통역을 도왔으며, 강사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고려인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어에 능통한 중년 여성을 선발했던 재단의 의도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특히 이번 2기생은 한국어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이들이 많아, 천 씨가 정식 통역으로 전 과정을 함께하게 됐다.
입교식 당일,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 채예진 이사장이 통역을 맡아 훈련생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이번 교육은 단순한 수업이 아닌 취업과 연결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특히 제과제빵 직업은 매일 새벽부터 꾸준히 일해야 하는 만큼 부지런함과 책임감이 중요합니다.”

안산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육광심 이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재 200명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숙박형 실무 교육을 받고 있다”며 “동포 학생에게도 이 기회를 주고 싶었으나, 제도상 대한민국 국민만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후 관계당국과 협의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F-4 비자(재외동포) 소지 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실제로 중국동포 학생 1명이 훈련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등학생이 학교 수업을 받으며 동시에 취업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직업훈련 국비 지원제도인 ‘국민내일배움카드’가 ‘내일의 국민’인 귀환 고려인 청소년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2월 <재외동포의 창> 기고에서도 ‘일반고 특화훈련’이 고려인 고등학생에게도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환 후보자가 정식 임명된다면, 이 사안을 적극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
성인 고려인 동포를 위한 직업훈련도 시급한 과제다. 전체 708만 재외동포 중 약 86만 명이 국내에 체류하고 있으며, 재외동포청은 ‘지역별 재외동포 정착지원 사업’을 통해 이들의 안착을 돕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인구감소 대응을 위해 ‘귀환 동포’의 정착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상반기 지자체 공모사업 가운데 고려인 성인의 정착과 직결된 직업훈련은 청주시의 ‘요양보호사 자격취득 과정’이 유일했다.
하반기 공모가 시작되었지만 신청 지자체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비 매칭 사업이라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지자체 예산 편성의 어려움으로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많은 활동가들은 지자체를 거치기보다 지역별 동포 지원단체를 통한 공모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K-베이커리 훈련 통역을 맡은 천타치아나 씨는 “전문직과 연결되는 국가공인 자격증이 있어야 정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자격증은 난이도가 높아 도전이 어려웠고, 40~50대 고려인 여성이 접근 가능한 자격증으로 요양보호사를 선택했다. 그녀는 지난 4월 8주 과정의 요양보호사 교육을 수료하고 자격을 취득했다. <아시아엔> 6월 20일자 칼럼 “[임영상의 글로컬 뷰] 고려인 요양보호사 1호 천타치아나 씨 등 고려인 자격증, 한국노인 간병에 적극 활용되길”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천 씨는 “고려인 요양보호사 1호”라는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동포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고려인 동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학생과 성인을 아우르는 직업훈련 체계 마련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