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춰 선 외국인 유학생 유치, 위기의 직업계고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최근 전남을 비롯한 지역의 직업계고들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외국인 청소년 유학생 유치 사업이 비자 발급 거부라는 암초를 만났다. 연합뉴스(2026.2.25)에 따르면, 전남교육청이 유치를 추진한 115명 중 100명이 법무부로부터 비자를 받지 못해 학사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충남, 전북 등 타 지자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4년부터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한 경북은 9개교 64명 신청 인원 중 3개교 32명, 2026년 처음으로 시작한 충남은 26명 중 17명이, 전북은 17명이 신청했으나 단 한명도 비자를 발급 받지 못했다.지역 교육 당국은 폐교 위기를 막고 지역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현지 출장도 다녀오는 등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직업계고 역시 기숙사 시설 확충과 한국어학급 운영 준비를 마쳤는데, 정부 부처 간의 사전 협의 부족으로 정상적인 학사일정 운영이 어려워졌다. 물론 법무부는 외국인 청소년 유학생들을 ‘국내 취업과 지역정착을 조건으로 무상으로 학생 정원을 외국인으로 채우는 사업’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청소년 교류나 교육 나눔 목적의 유학’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전남미래국제고 등에 공문으로 사증발급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국내 거주 고려인 청소년’에 주목해야…”등잔 밑도 환하다!”
필자는 이미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국내 동포 정착지원을 위한 정책 대화’에서 해외 유학생 유치에만 열성인 지역 교육 당국에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고려인(외국인) 학생들에게 눈을 돌릴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아시아엔> 2025-7-20 “[임영상의 글로컬 뷰] 지역 직업계고, 고려인 청소년의 미래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부모와 떨어져 직업계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고려인 학생들은 앞서 한국생활을 경험한 선배들의 러시아어 멘토링도 가능했다. 실제로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KGN)는 충남인터넷고(논산), 청주IT과학고(청주),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안성)와 업무협약을 맺고 고려인 학생들을 위한 진학·취업 멘토링을 무료로 제공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래는 지난해 12월 18일 KGN이 충남인터넷고 학생들로부터 받은 학생들의 감사 마음이 담긴 액자 선물이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국내 동포 정착지원을 위한 정책 대화’에서 토론자로 나선 법무부 이종철 외국인정책과장도 지방 정부(교육청) 주도의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은 졸업 후에도 취업할 수 없는 비자(D-2)를 받지만, 가족과 함께 사는 동포 자녀는 취업이나 대학진학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재외동포(F-4) 비자라고 확인해주었다. 왜, 지역 교육 당국이 고려인 학생을 주목하지 못했을까?
고려인 동포는 시혜의 대상이 아닌 ‘글로벌 자산’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등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언어를 잃고 모국으로 돌아온 고려인들은 단순한 ‘귀환 동포’를 넘어, ‘글로벌 코리아’를 함께 설계할 소중한 자산이다. 현재 국내 체류 고려인이 12만 명에 달하고 있는데, 고려인 청소년들은 대부분 수도권과 지역의 고려인 집거지의 열악한 주거와 교육 환경 속에서 불안한 미래를 견디고 있다.
이제 기숙사와 한국어학급을 갖춘 지역의 직업계고는 외국인 유학생이 아니라 바로 고려인 학생들을 품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시급 수준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저렴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면, 고려인 가족의 지역 이주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인구감소지역에 부여되는 ‘지역특화형 비자’ 혜택은 동포 가족이 염원하는 영주권 취득 시기를 앞당겨줄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고려인 사회의 상생을 위한 마지막 기회
해외 유학생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다. 제2의 고향을 찾는 고려인 동포 가족을 지역 인재로 포용하는 것은 직업계고의 생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다. 대한민국과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고려인 청소년을 ‘지역의 인재’로 육성하는 일에 정부와 교육 당국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