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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란출신 노벨평화상 시린 에바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핵농축 전면 중단과 즉각 휴전”

2022년 12월 13일 오후 강원 평창군 월정사를 방문할 당시의 시린 에바디 변호사. 당시 시린 에바디는 평창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에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리마 보위 등과 함께 참석했다.

<아시아엔>은 이란 출신의 인권운동가이자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 런던에서 망명 중인 시린 에바디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핵 농축의 전면 중단과 이란-이스라엘 간 평화 정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6월 19, 20일 이메일로 진행됐다. 시린 에바디는 2009년 이란을 떠나 현재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이란과 중동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UNICEF에 공개 서한을 보내 이란 내 미성년 사형과 강제 아동 노동 문제를 비판하며 개입을 요구하는 등 이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테헤란 등 이란 도시들에서 민간인 피해와 식수·연료 부족, 통신 두절 등 사회기반시설 파괴가 심각해졌다. 인권운동가로서 이 위기에 대해 이란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생각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지난 20여 년간 농축에 막대한 비용을 들였고, 이미 고농축 원심분리기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멈추고 즉각 휴전과 평화를 성립시켜야 한다.”

-이번 전쟁이 이란의 민주화와 시민사회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로 보나?
“시민사회는 전쟁과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모두에 반대한다. 전쟁은 국가의 모든 기반 시설을 무너뜨리고 무차별 살상을 한다.”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와 국제 인사들이 핵 개발 중단과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국제사회의 압력이 이란 정부를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나?
“효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과거에도 전시 상황이 이란 국내의 억압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셨다. 현재 그런 징후가 보인다고 생각하시나? 가장 큰 우려와 대응책은 무엇인가?
“불행하게도 내 예측이 맞았다. 반정부 체포자가 계속 늘고 있고, 정부는 전쟁 관련 이미지나 글 게시를 전면 금지했다. 이를 공유한 언론인과 시민들 중 일부는 이미 체포됐다. 또한 ‘스파이’로 체포된 경우 현장 재판을 통해 즉시 처벌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희생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해주신다면.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이란과 이스라엘의 민간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미국 정부는 외교와 압박을 병행하고, 이란 정부는 강경한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일반 시민들이다. 이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시민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나는 국제사회, 특히 유엔에 호소한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전쟁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민간인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분쟁 이후, 장기적으로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간 관계 개선의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그렇다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이슬람공화국은 1979년 성립 이후 이스라엘 파괴와 대미 적대 정책을 공식 외교 노선으로 삼아 왔다. 오늘의 사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간 평화는 이란이 외교 노선을 전면 전환해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맺을 의지가 있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의 젊은 인권운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란 시민사회를 지지하고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는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시린 에바디 변호사는?

시린 에바디는 1947년 이란 하마단에서 태어나 이란 최초의 여성 판사 중 한 명으로 활동했으나,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판사직에서 해임되었다. 2003년 이란의 억압적 체제 속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나, 여러 차례 살해 위협과 강제 망명을 겪었다. 2009년 망명 후 ‘여성, 삶, 자유(Woman, Life, Freedom)’ 운동을 지지하며 이란 시민사회의 자유 회복과 평화를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9년 만해평화상을 수상했으며, <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2007년, 황금나침반)를 냈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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