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쌍굴..호메로스-플라톤 대화 오가는 만초손 겸수익(慢招損 謙受益) 현장

파도가 일궈낸 해식 동굴이다.
오른쪽 공룡 동굴은 장봉도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고,
왼쪽 육각 동굴은 동서로 나누어진 만도를 주시하고 있다.
동굴 입구의 공롱 형상과 마주하니 3000년전 오디세이 일행이 만난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환영이 보인다. 트로이에서 목마 기만 전술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답게 닫힌 동굴 안에서 다시 한번 기지를 발휘하여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오디세이의 지혜도 함께 떠오른다. 트로이 목마와 달리 닫힌 동굴에서의 탈출은 지혜 하나만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아무도(nobody) 또는 아무것도(nothing) 아니라는 뜻의 우티스(outis)라는 이름이 필요했다. 우티스는 익명과는 달리 자기를 최대한으로 낮춘 이름이다. 오디세이 일행이 외눈박이 거인들에 의한 집단 몰살의 위기 앞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겸손의 힘이었다.
그러나 사람은 됐다 싶었을 때 무너지기 쉬운 속성을 지녔을까? 외눈박이 거인족이 사는 섬을 무사히 탈출해 배에 올라타 살았다 싶은 오디세이는 상대를 조롱하고 자기를 과시하는 휴브리스(hubris: 오만)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그는 자기를 실명케 힌 범인이 우티스(nobody)! 우티스(nobody)!라고 소리치며 동료 외눈박이 거인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폴리페무스를 조롱하며 그 범인은 우티스가 아니라 오디세이라고 바다 한가운데서 크게 외쳤다. 그 순간 외눈박이 거인의 아버지이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자기 아들에게 일어난 모든 진상을 파악하고 오디세이에게 온갖 고난의 바닷길을 준비했다. 그 때문에 개선 장군으로 3개월이면 돌아갈 금의환향 길이 지옥까지 거쳐가는 10년 고난의 행군 길이 되었다.
지혜의 오디세이, 동굴에서는 우티스로 생명을 얻었고 바다에서는 휴브리스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장봉도 쌍굴,
오만하면 손해를 초래하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라는
동서고금의 진리, 만초손 겸수익(慢招損 謙受益)의
현장이 아닐까 싶다.
문득 공룡동굴 옆 육각동굴에서는
바다 위 태양에서 유출되는 이데아를
꿈꿀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동굴 속에서 벽만 바라보지 않고
뒤돌아 태양을 바라본다면 말이다.
장봉도 쌍굴,
호메로스와 플라톤의 대화가 오가는
은밀하고 위대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