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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노소영 엮음 ‘만인의 예술가’..”미디어시대, 예술과 인간 성찰, 후속편 기대”

만인예술가

기술과 감성, 예술과 사회 사이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 예술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만인의 예술가>(나비프레스, 2012년, 노소영 엮음)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이 사람과 사회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만인의 예술가>는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자 미디어아트 기획자로 활동해온 노소영이 펴낸 에세이로, 오랜 기간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고민해온 자신의 지적 여정을 성찰한 기록이다. 이 책은 단순한 예술 활동 보고서도, 자서전도 아니다. 삶의 철학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예술이 어떻게 기술과 대화하고, 나아가 인간과 공동체의 미래를 상상하게 할 수 있는지를 조곤조곤 탐색해 나간다.

책은 아트센터 나비의 설립 배경, 주요 전시 기획과 운영 철학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노소영은 초기 미디어아트에 있어 기술 중심의 조형 실험을 넘어, ‘사람’과 ‘사회’를 향한 예술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는 “예술은 더 많은 사람을 품어야 한다”며,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책 제목 <만인의 예술가>는 이 같은 생각의 선언격이다.

특히 이 책은 2010년대 초반 미디어아트 담론이 아직 대중적으로 생소하던 시절에 기술을 예술적 재료로 끌어들인 구체적 시도들을 담고 있어, 관련 분야 기획자와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1차 사료로 기능한다. 동시에 디지털 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와 시민사회적 책임의식을 함께 엮어, 예술이 ‘인간됨’을 지키는 실천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미디어아트나 기술기반 예술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도시문화, 전시기획, 공공예술, 디지털 커뮤니티 등에 대한 정책 기획자, 교육자, 연구자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특히 기술과 감성이 충돌하거나 엇갈리는 현장에서 예술이 어떻게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이들에게 필독서라 할 만하다.

출간된 지 13년이 넘은 지금, 후속편이 궁금하다. 만약 노소영이 <만인의 예술가2>를 낸다면, 2020년대 들어 본격화된 인공지능과 생성형 알고리즘, 메타버스, 디지털 정체성 같은 새로운 기술 기반 현상에 대한 예술적 대응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과 기후위기, 사회적 단절을 겪은 오늘의 세계 속에서 ‘예술은 어떻게 회복과 재구성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또한, 아트센터 나비의 실험들이 사회적 예술, 참여예술, 커뮤니티 아트로 확장된 과정을 조명하고, 기술을 활용해 ‘소외 없는 예술’을 만드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 된다면, 시대적 공헌도는 더욱 클 것이 틀림없다.

<만인의 예술가>는 시대와 예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온 흔적이자, 예술의 사회적 가능성에 대한 사려 깊은 제안서다.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에 서 있는 지금,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예술을 만들고, 어떤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가.”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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