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또 회복하는 일에 외국 기자들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들의 지지로 회복된다면, 우리도 그들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품앗이할 수 있을까요?”
뜬금없는 물음에 의아해하실 것 같습니다. 지난 2월초 시작한 아시아기자협회(Asia Journalist Association, 이하 아자) 회원들의 한국의 시국 상황과 관련한 성명서 채택과 아시아 각국 회원들의 지지에 대한 얘기입니다.

아자 회원들은 지난 2월 6일 월례 화상회의를 통해 계엄선포와 탄핵 국면의 한국을 위해 무슨 역할이 있을까 토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혼돈에 빠진 한국 정치상황이 신속히, 부작용 없이 회복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자 회원들은 또한 “한국이 민주주의를 속히 회복하고, 소통과 통합으로 분열과 갈등을 극복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자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성명서를 작성, 채택하고 나라별로 기자들의 성명서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기로 했습니다. 그에 따라 아자 회원들은 성명에 지지하는 기자의 이름과 국적, 소속사 등을 아자 본부에 보내왔습니다. 중국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가를 제외한 30여개국에서 1000여명의 기자들이 동의했습니다. 별도의 메시지를 보낸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아자는 아시아 전역의 언론인들의 지지에 힘입어 지난 3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민주주의 회복 촉구 특별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아자 회장인 캄보디아의 소팔 차이 기자와 인도네시아 출신의 에디 수프랍토 전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주한 <베트남중앙통신사> 등 기자들 질문에 답했습니다.
소팔 차이 회장은 부친이 1970년 초반 킬링필드 사태 당시 정치적 탄압에 의해 희생됐으며, 에디 부회장은 1945년 8월 17일 해방된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발전 과정을 바라보며 성장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에서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자회견 이틀 전 프놈펜에서 입국했던 소팔 회장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마자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에디 부회장은 기자회견 4시간 전에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왔습니다. 아시아기자협회 창립때부터 함께 해온 이들은 “2004년 아자 창립 이후 가장 보람 있는 순간에 함께 해 너무 기쁘다”고 했습니다.
국내의 주요 방송사인 MBC와 KBS는 기자회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1시간여 취재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에 관한 두 공영방송의 관심에 저는 감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여러 언론사들의 관심 덕분에 3월 4일 이후 오늘까지 국내외 30여개 매체에서 아자의 성명과 기자회견을 보도해 왔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해준 아시아 기자들의 깊은 관심과 헌신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품앗이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곤 했습니다. 이웃 국가의 어려움에 외국 기자들이 보여준 그 이상의 관심과 정성으로 그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겠지요. 이같은 마음들이 모여 2025년 한국의 봄을 새롭게 이끌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