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뼛속까지 군인’ 민병돈 전 특전사령관 협성문화재단 사회공헌상 수상 소감

한마디로 줄여서 말씀드리면 과분합니다. 제가 사회공헌상을 받았는데, 글쎄요. 군대에 뭐 공헌을 했다고 한다면 뭐 그런 게 있을 수도 있겠지마는 군복 입고 사회에 나와 가지고 우리 사회에 공헌한 건 없어요.
그럼 뭐 할 말 없느냐 할 말이 있어요. 이게 뭐냐? 법으로 해서 안 된다고 하는 건 안 했아요. 그 다음에 국민 된 사람으로서 이건 꼭 해야 한다 하는 의무, 그 의무는 그대로 지켰습니다. 따지고 보면 당연지사예요.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나서 법으로 정해진 의무나 이런 것은 지켜야만 하는 것이죠.
그게 무슨 공로가 됩니까? 한편 생각하면은 어쩌면 법적인 의무라든가 이런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보편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걸 최소 한도로 지킨 사람이 돋보인 게 되지 않았느냐 이런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이 사회는 상당히 곤란한 사회예요. 그게 뭐 나한테 민 장군, 민 장군 그러는데 나 진지하게 여러분에게 부탁합니다. 제발 나를 장군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왜 이렇게 군복 입으면 어깨에 별도 있지 않느냐? 맞아요. 그런데요. 얼마 전에 있었던 그 계엄령 사태, 그 사건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내가 군 출신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거기 무슨 사령관 무슨 사령관 소위 육군의 3대 사령관이 있어요. 수도방위사령관이라든가 특전사령관이라든가 그 다음에 방첩사령관 옛날 보안사령관이라고 하죠.
그 막강한 3대 사령관들이 그 윤 대통령 하고 그런 명령을 받았는지, 그래서 그대로 했느니, 저 그런 명령 한 일이 없느니, 이거 직속 상관인 대통령을 감싸주거나 변명해주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자기 살겠다고 서로 언론을 향해서나 정치권을 향해서 변명만 늘어놓는 거예요.
제가요. 2023년 6월 3일자 조선일보에 토요일에 나오는 아무튼 주말이라는 게 있어요. 내가 거기에 선정이 돼 가지고 그 전면 한 장에 3분지 일 거의 두 장 가까운 인터뷰 기사가 나갔어요. 거기 맨 앞에 굵직한 글자로 분명 내가 한 말이에요. “이 나라에 55만 대군은 있는데 군인이 없다. 별들은 널렸는데 장군이 없다.” 그게 크게 나갔어요. 이쯤 되면은 현역 장성들 중에서 항의 전화 한두 건은 나왔어야 해요. 너만 장군이냐 하면서 항의한 사람 없었어요.
두 달 전에 있었던 사건, 그걸 보면 내 말이 맞은 거예요. 아, 그것들이 장군이에요. 내가 창피한 게, 길 가다 누가 “민 장군” 하고 부르면 창피해 가지고 못 들은 척하고 갑니다. 미군들은 그런 경우에 형편없는 장군을 ‘브론즈 스타, 놋쇠로 계급장을 만들었다고 해서 브론즈 스타라고 비꽈요. 우리는 그거보다 더 가혹해요. 똥별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민장군 그러면 부끄러워 가지고 내가 장군 아닌 척하고 그냥 갑니다. 내가 이러다가는 저 미군들 식으로 브론즈 스타가 되거나 똥별이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진지하게 얘기합니다. 날 장군이라고 불러주지 말라. 다른 이유가 또 하나가 있어요. 장군 장군 하지 마라는 이유가. 나 같은 사람이 장군이라면, 그렇게 부른다면 그건 이순신 장군을 모욕하는 거다. 이순신도 장군, 민병돈도 장군 동격 아니에요? 이게 말이 성립됩니까? 그 위대한 이순신 장군 하고 나하고 동격 이건 말이 안 돼요. 그건 이순신을 모욕하는 게 돼요.
근데 또 그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그 하나의 관습이 있더라고요. 안 고치고 그냥 민 장군 민 장군 그러는데 송구스럽게 짝이 없습니다.

이번에 사회공헌상이라고 하는 것을 참 과분하게 받았는데 받으면서도요,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아요. 과연 이 상을 내가 받을 수 있는 사람이냐, 내가 한 게 없어요. 다만 하지 않음으로써 돋보였다. 즉 법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이 돋보여서 상을 받게 됐다 한다면 이게 우리 사회가 이게 큰일 난 사회예요. 그것은 바로 얼마 전에 윤 대통령이 임명한 그 위대한 사령관들로 그 군인들이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그 추태를 부린 거, 거기에서 내 말이 헛소리가 아니었구나 하는 것이 드러났어요. 정말 바람직한 것은 저 민아무개 장군이라는 사람, 나이가 구십 되더니 치매에 걸려가지고 헛소리를 하는구나 이런 평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평을 안 하거든요. 그러니까 내 말이 맞는다는 얘기인데 이 나라 큰일 난 나라예요.
지금 대통령서부터 밑에 그 장관, 무슨 사령관이냐 하는 참 한편으로 마음 아프고 한편으로 부끄럽습니다.
오늘 협성문화재단에서 별로 한 일도 없고 훌륭하지 못한 나를 과대평가해 주셔가지고 상을 준 데 대해서는 참으로 과분하고 참 염치없이 상을 받았다 하는 느낌을 갖습니다.
협성문화재단 정철원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원칙과 상식을 지켰을 뿐인데
상을 받았다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겸손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원칙과 상식을 지켰을 뿐인데
상을 받았다는 말씀을 통해
현재 이 사회의 비상식과 비원칙에 대해 안타까워 하시는 어른의 모습을 봅니다.
보수는 오직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진보는 오직 자신과 자기 패밀리만을 챙기는 모습만 보입니다.
그렇게되면 국가는 어디에 있느냐고 안타까워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물 안에서 성 쌓는 사람들만이 흥하는 현실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그만큼 쇠하게 됩니다.
어른이 사라져버렸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어른이 계시다는 사실에 큰 기쁨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현국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