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브리핑

[북한 주간브리핑 9.13~9.19] ‘핵보유국 불가역’ 강조·샹산포럼 핵억제력 확대·김정은 군수공장 잇단 시찰·북러 ‘공동사업’ 심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시찰하며 포병·미사일 전력과 무기체계 현대화를 점검하는 모습을 재구성한 AI 이미지. 북한은 최근 핵억제력 확대와 군수산업 자동화·AI 적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번 주 북한의 흐름은 핵보유국 지위의 고착화 주장, 미사일·포병·드론의 통합 운용, 미국 주도 군사훈련과 한미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에 대한 반발, 북러 협력 확대, 군수산업 현대화로 압축된다. 특히 16일부터 19일까지 국방성,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강일 국방성 부상, 외무성이 잇따라 핵무력 확대와 비핵화 거부 입장을 내놓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같은 기간 주요 군수공장을 사흘간 시찰하며 포병무기 자동화와 무기체계의 인공지능 수준 향상을 주문했다.

9·12 미사일 발사, ‘합동화력타격훈련’으로 공개

북한은 9월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틀 전인 12일 실시한 미사일 발사가 장거리 포병 및 미사일 부대의 ‘합동화력타격훈련’이었다고 밝혔다. 훈련에는 5개 포병·미사일 연합부대에서 선발된 부대가 참가했으며 북한은 공격용 무인기, 전술순항미사일, 대구경 열압력 방사포, 전술탄도미사일 등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참석하지 않았고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훈련을 지켜봤다.

북한은 각 타격수단이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주장했지만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확인된 것은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12일 원산 일대에서 포착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이다. 합참에 따르면 미사일은 약 250㎞를 비행했다. 따라서 이번 훈련에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등 북한이 공개한 모든 무기체계가 실제로 동시에 운용됐는지는 북한 발표에 근거한 것이다.

김정은, 푸틴에 “공동사업 전면 확대”…시진핑에도 우호 강조

김정은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답신에서 북러 간 ‘공동사업’을 전면적으로 확대·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 정권수립 78주년을 맞아 푸틴이 보낸 축전에 대한 답신이었다. 김정은은 북러 관계를 ‘동맹관계’로 표현하며 러시아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신성한 투쟁’의 승리를 확신한다고도 밝혔다.

김정은은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답신에서도 북중의 전통적 친선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고 ‘사회주의 위업’을 함께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북러 자동차 전용교 개통과 신압록강대교 북한 측 공사 진전에 이어 이번 주에는 정상 간 메시지를 통해 북러·북중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핵잠수함 동맹” 비판…한미 WMD 대응회의에는 핵무력법 거론

북한 매체는 16일 국제문제 분석가 최주현 명의의 글을 통해 미국이 호주·영국과의 오커스(AUKUS)를 넘어 한국과 일본에도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를 미국 주도의 ‘핵잠수함 동맹’ 확대라고 규정하며 자국 핵억제력 강화의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이는 북한 정부의 공식 외교성명보다는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논평 형식이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같은 날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9월 10일 열린 한미 대량살상무기 대응위원회에 대해서도 입장을 냈다. 한미가 북한 WMD 관련 정보공유 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북한은 이를 ‘대결 선언’이라고 주장하며 국가 핵무력정책 법령의 관련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미 회의는 북한의 WMD 사용 가능성에 대비한 정보공유와 대응능력 강화를 논의한 자리였다.

김여정 “핵보유국 지위 절대적”…IAEA 비핵화 요구 일축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70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를 겨냥한 담화를 내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절대적’이며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도 일축했다.

19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IAEA가 채택한 북한 핵프로그램 관련 결의를 거부하면서 핵보유국 지위가 법적으로 영구화됐고 국제사회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여정도 별도 담화에서 IAEA가 미국과 한국에는 ‘이중기준’을 적용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주장은 자체 입장이며, 국제사회와 IAEA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 샹산포럼서 “핵억제력 계속 확대”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3차 샹산포럼에 참석해 미국·한국·일본의 군사협력을 비판하고 북한의 핵억제력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후퇴할 수 없는 선’으로 표현하며 비핵화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 고위 국방 당국자가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안보회의에 직접 참석해 핵정책을 설명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김강일의 발언은 같은 주 김여정과 국방성, 외무성이 잇따라 내놓은 메시지와 맥을 같이한다. 북한은 이번 주 비핵화 협상의 조건이나 구체적인 대화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자국의 핵보유 지위가 되돌릴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김여정, ‘퍼시픽 뱅가드’ 비판…“상응하거나 더 공세적 대응”

김여정은 18일 다시 담화를 내고 괌 인근에서 실시된 다국적 해상훈련 ‘퍼시픽 뱅가드 2026’을 비판했다. 이 훈련은 미국 해군 주도로 한국·일본·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이 참가해 8월 29일부터 9월 10일까지 실시됐다. 김여정은 북한의 안보이익이 침해될 경우 ‘상응하거나 그보다 더 공세적인’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담화는 훈련이 이미 종료된 뒤 나온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특정한 신규 군사행동을 예고했다기보다 미국과 동맹국의 연합훈련을 핵전력 확대의 명분으로 연결하는 기존 논리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사실관계에 부합한다.

김정은은 16일부터 18일까지 주요 군수공장들을 사흘 동안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포병전력이 전쟁 억제와 실제 전투라는 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집중적이고 파괴적인 공격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군수공장 사흘 시찰…포병·AI·자동화 강조

특히 김정은은 공격·방어 무기체계의 인공지능 수준 향상, 포병무기의 방호능력과 자동화 수준 개선, 생산조건 현대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공개된 사진을 토대로 일부 한국 전문가들은 600㎜·240㎜ 방사포와 무인기 관련 생산시설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북한은 공장 명칭과 생산품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구체적인 생산량이나 무기 종류는 단정하기 어렵다.

김정은 “낡은 방식 반복 말라”…선전부문에도 변화 주문

김정은은 18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선전부문 일꾼 강습회에서도 연설했다. 그는 시대와 현실의 요구에 맞는 새롭고 효과적인 선전 방식과 수단을 찾으라고 주문하면서 기존 방식을 반복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군수산업에서는 AI와 자동화를, 선전 분야에서는 새로운 전달방식을 동시에 강조한 셈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법원 “북한, 446억원 배상”

남북관계에서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주목됐다. 법원은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에 약 446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직접 제기한 첫 손해배상소송으로, 법원은 정부가 청구한 약 446억2641만원을 사실상 전액 인정했다

다만 북한이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고 남측이 북한에 배상을 강제로 집행할 현실적인 수단도 없어 실제 배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통일부는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남북 간 현안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 판단

이번 주 북한의 대외 메시지에서 가장 반복된 표현은 핵보유국 지위의 ‘불가역성’이었다. 국방성은 한미 WMD 대응체계를 핵무력정책과 연결했고, 김여정은 IAEA와 미국 주도 군사훈련을 겨냥했으며, 김강일 국방성 부상은 베이징 국제안보회의에서 핵억제력의 지속적 확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와 동시에 김정은은 군수공장을 사흘간 돌며 포병전력과 AI·자동화를 강조했다.

지난주가 신형 구축함 취역과 우라늄 농축시설 확대, 북러 도로교 개통 등 ‘능력과 기반시설’의 변화가 두드러진 한 주였다면, 이번 주에는 그러한 군사력 확대를 정당화하는 북한의 대외 메시지와 군수산업 현대화 지시가 집중됐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 수량이나 새로운 핵물질 생산량, 신규 미사일 성능 등 검증 가능한 새로운 수치를 공개한 것은 아니다.

다음 주 관전 포인트

첫째는 유엔총회다. 유엔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9월 22일 시작되는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28일 연설할 예정이다. 9월 19일 현재 북한 매체의 공식 출국 보도는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실제 참석과 연설 내용은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 이후 실제 무기 생산과 시험 동향이다. 특히 240㎜·600㎜ 방사포, 무인기, 전술미사일 분야에서 후속 시험이나 공개가 나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는 IAEA 결의와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 여부다. 이번 주에는 강한 언어가 이어졌지만 9월 19일까지 12일 발사 이후 새 탄도미사일 발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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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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