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4년 조선 외교관이 본 나고야 여성들…“모두가 절세미인”
이 글은 황건 황건 정성균 황영중 등이 2024년 발표한 논문 ‘All Women of Nagoya are Beautiful: Travel Records of a Korean Diplomat in 1764’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1764년 조선통신사 일원 김인겸이 <일동장유가>에 남긴 나고야 여성에 대한 기록을 통해 당시의 미의식과 한일 문화교류의 한 단면을 살펴봅니다. 논문에 실린 그림은 김인겸이 직접 본 여성을 그린 것이 아니라 후대 화가가 메이와시대 여성을 묘사한 작품이며, 연구는 국방부 군진의학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습니다. <편집자>

조선통신사 일원 김인겸, <일동장유가>에 일본 여성 외모 상세 기록
황건 교수 등 2024년 국제학술지 분석…“미의식·문화교류 읽을 사료”
논문 그림은 당시 실물 기록 아닌 후대 메이지시대 화가 작품
국방부 군진의학 연구 지원…연구진 “이해충돌 없음” 명시
1764년 일본 나고야를 방문한 조선 외교관은 현지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절세미인”이라고 기록했다. 눈과 입술, 피부, 이마와 손까지 세세하게 묘사했고 중국의 대표적 미인으로 꼽히는 조비연과 양귀비도 이들보다 못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남겼다.
이 기록의 주인공은 조선통신사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온 김인겸(金仁謙·1707~1770)이다. 김인겸은 1763년부터 약 11개월간 일본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국문 가사 형식의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에 담았다.
황건 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전문의와 정경인·유영종·황군 등 연구진은 김인겸의 기록 가운데 일본 여성의 외모에 관한 대목을 분석한 논문 “‘All Women of Nagoya are Beautiful’: Travel Records of a Korean Diplomat in 1764”를 2024년 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763~1764년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 가운데 <일동장유가>를 중심으로 김인겸이 1764년 2월 2일과 3일 나고야에서 남긴 기록을 검토했다.
김인겸은 당시 나고야 여성들에 대해 “사람들이 밝고 아름다우며 여자들은 모두 절세미인”이라는 취지로 적었다. 이어 “별 같은 눈”, “붉은 입술”, “백옥 같은 피부”, “나비 같은 눈썹”, “새싹 같은 손”, “매미 같은 이마” 등으로 외모를 묘사했다. 얼음을 깎고 눈을 뭉쳐 만든 듯하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김인겸은 중국 역사상 미인으로 꼽히는 조비연과 양귀비를 언급하며 이들이 나고야 여성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덜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고 썼다. 일본 여성들이 조선 옷을 입고 장신구로 꾸민다면 “정신을 잃고 신선으로 착각할 것”이라는 취지의 표현도 남겼다.
연구진은 김인겸이 단순히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마와 눈썹, 눈, 입술, 피부색, 손 등 외모의 구체적인 특징을 관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논문은 이를 당시 조선인이 일본 여성의 외모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으로 평가했다.
다만 김인겸의 기록을 객관적인 미적 평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개인 여행자의 관찰과 문학적 표현이 결합된 기록으로, 당시의 미적 기준과 개인적 취향, 낯선 문화에 대한 인상 등이 함께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논문은 조선통신사 기록의 역사적 배경도 소개했다. 한국과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공동 등재한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은 모두 333건으로, 한국 124건과 일본 209건이다. 이 가운데 외교·문화적 여행 기록은 한국 67건, 일본 27건으로 분류돼 있다. 관련 기록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논문에 실린 일본 여성 그림에도 주목할 대목이 있다. 해당 그림은 김인겸이 1764년 실제 나고야에서 만난 여성을 그린 것이 아니다. 일본 화가 미즈노 도시카타(水野年方·1866~1908)가 훗날 메이와시대(1764~1772)의 여성을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당시 여성의 복식과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자료인 셈이다.
연구의 주석과 저자 정보도 눈길을 끈다. 연구에는 을지대학교 대전을지병원 성형외과, 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의학 연구진이 조선시대 여행기록을 통해 얼굴과 미의식의 변화를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학과 인문학을 연결한 연구로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대한민국 국방부의 군진의학 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해충돌이 없다고 명시했다. 연구비 출처와 이해관계를 공개하는 것은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판단할 때 독자가 함께 살펴볼 요소다.
김인겸이 일본 여행길에서 남긴 기록은 260여 년 뒤 외교사와 문화사뿐 아니라 사람의 얼굴과 미적 인식의 변화를 연구하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진의 결론은 비교적 간명하다. 1764년 일본을 찾은 한 조선 외교관이 당시 나고야 여성들의 외모에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를 매우 구체적인 언어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