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 풍림1차 갈등②] 9억원 도색공사 앞두고 ‘인사·소송비’ 대화…관리소장 “금품 제안 아니다”

관리소장 “업계 상황 설명한 것…특정 업체 추천·금품 제안 없어”
배 회장 “업체 ‘인사’ 얘기 이어 개인 소송비 거론…문제 있다고 판단”
감리 견적 놓고도 시각차…소장 “회장 요청으로 1건 전달했을 뿐”
외벽 도색공사 아직 미시행…감리·입찰·업체 선정 과정 투명성이 관건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풍림1차아이원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엔>은 회의실 사용과 자료 공개, 주민대표의 권한, 대규모 공사와 장기수선충당금, 위탁관리업체와 행정기관의 감독 문제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 이번 2회에서는 약 9억원 규모의 외벽 도색공사를 앞두고 배정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진현기 관리소장 사이에서 오간 녹음 내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진 소장의 추가 서면 답변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월곶 풍림1차아이원아파트는 약 9억원 규모의 외벽 도색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사는 시행되지 않았으며 시공업체도 선정되지 않았다. 문제의 녹음은 공사에 앞서 예상 공사비와 감리, 업체 선정 방식 등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나온 대화다.
<아시아엔>이 확보한 녹음에서 진현기 관리소장은 한 업체 관계자에게 공사비를 물어본 결과 8억원 이하, 경우에 따라 7억5000만원 정도의 이야기도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검토되던 공사 규모는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해 약 9억원 안팎이었다.
대화는 공사업체의 이른바 ‘인사’ 문제로 이어졌다. 진 소장이 “인사를 드리겠다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배 회장은 “인사를 뭘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진 소장은 구체적인 규모는 자신도 모른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배 회장이 그동안 법원 가처분 등으로 부담한 개인 소송비가 대화에 등장했다. 녹음에는 진 소장이 배 회장의 소송비 규모를 거론하고, 배 회장이 추가 비용을 말하자 진 소장이 “그런 거 있으면… 그런 것도 하고서”라는 취지로 답한 부분이 나온다. 이후 다시 “공정하게 해야 된다”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배 회장은 이어 “도색업체는 우리한테 인사를 하겠다는 거예요? 우리 입대위에다가”라고 물었다. 이에 진 소장은 업체 측에서 생각하는 ‘인사’가 식사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진 소장은 감리업체와 시공업체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감리 비용이 낮을 경우 시공업체가 감리업체에 별도로 돈을 주는 사례가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녹음에는 “건설들이 한 5천만원씩 준대요”라는 발언이 들어 있다. 다만 이 발언이 특정 업체의 실제 행위를 지칭한 것인지, 진 소장이 업계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한 것인지는 녹음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배 회장은 이 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업체의 ‘인사’를 이야기하던 흐름에서 자신의 개인 소송비까지 거론된 만큼 단순한 업계 설명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배 회장은 대화 뒤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진 소장이 소속된 위탁관리업체 ABM에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소장은 최근 <아시아엔>에 보낸 추가 답변에서 당시 발언은 특정 업체의 금품 제공을 제안하거나 중개하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진 소장은 ‘인사’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공사 수주 과정에서 업계에 오가는 이야기를 설명한 것이며, 특정 업체가 배 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에 금품을 제공하도록 자신이 연결하거나 제안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배 회장의 소송비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업체가 소송비를 대신 부담하도록 하자는 뜻이 아니었다고 했다. 당시 여러 이야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말일 뿐 이를 금품 제공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감리업체 문제도 쟁점이다. 진 소장은 배 회장의 요청에 따라 감리업체 견적 1건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특정 감리업체를 선정하도록 요구하거나 공사 수주를 위해 업체와 사전 협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진 소장은 녹음과 관련해 제기됐던 형사 문제 역시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기관의 불송치 결정과 별개로 녹음에 담긴 발언의 의미와 공동주택의 대규모 공사를 둘러싼 절차의 적절성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확보된 녹음만으로 특정 업체가 실제 금품을 제공했거나 진 소장이 이를 구체적으로 주선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녹음에는 ‘인사’와 소송비가 이어서 등장하지만, 진 소장이 “공정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공사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는 부분도 함께 담겨 있다.
외벽 도색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업체 선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특정 업체와의 유착이나 부정한 공사 계약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하다. 약 9억원의 공사비는 주민들이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집행될 돈이다. 감리업체를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는지, 입찰공고에 어떤 자격조건을 넣는지, 몇 개 업체가 응찰하는지, 업체별 평가기준과 점수는 무엇인지, 최종 낙찰금액은 얼마인지 등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배 회장도 녹음에서 “9억원이나 들여 장기수선충당금으로 하는 공사”라며 가격만 낮춰 부실공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사’와 ‘소송비’를 둘러싼 대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배 회장과 진 소장의 설명이 다르다. 그 차이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외벽 도색공사의 감리 선정부터 입찰, 업체 선정, 계약, 공사와 검수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공정하게 진행됐다면 관련 자료가 보여줄 것이고, 문제 있다면 역시 자료에서 드러날 것이다. <계속>

다음 회에서는 이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과 사용 내역을 살펴본다. 현재 잔액과 과거 승강기 교체 등에 사용된 금액,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집행 여부 등을 관련 자료와 관리사무소의 답변을 토대로 짚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