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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안기종 ‘환자샤우팅카페’…한 사람의 외침이 법이 되기까지

안기종 저자가 <환자샤우팅카페>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고(故) 정종현 군의 어머니 김연희씨가 처음 ‘환자샤우팅카페’ 무대에 섰을 때, 그가 원한 것은 거창한 제도 개혁이 아니었다. 의료사고로 아이를 잃은 가족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것,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 목소리는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전문가와 의료진, 환자단체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모인 목소리 가운데 일부는 국회로 향했고 마침내 법과 제도를 움직였다. 2012년 시작된 ‘환자샤우팅카페’ 이야기다.

환자샤우팅카페 표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가 이 14년의 여정을 <환자샤우팅카페: 대한민국을 바꾸는 환자들의 목소리>에 담았다.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16일 오후 서울가족플라자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세계환자안전의 날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행사장에는 환자와 가족, 의료계와 보건의료단체 관계자, 전문가, 언론인과 독자 등 170여 명이 모였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저자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법과 제도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했던 사람들이 다시 한자리에 섰다.

김연희씨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들 종현군을 잃은 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통로를 찾기 어려웠던 시간을 떠올렸다.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던 상황에서 안기종 대표와 환자샤우팅카페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준 것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개인의 슬픔에 머물지 않았다. 종현군 사건을 비롯한 환자안전 사고는 의료사고를 개인과 병원 사이의 문제로만 볼 것인지,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한 사회적 장치를 만들 것인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결국 환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는 환자안전법 제정 과정의 한 축이 됐다.

환자샤우팅카페 자문단으로 활동한 이상일 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정책기획단장은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는 이날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보다 당사자인 환자가 환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며 “의료사고 해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국회의원 역시 환자의 증언이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그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어떻게 법과 제도를 바꿨는지 기록한 책”이라며 환자샤우팅카페가 무대 밖에 머물던 환자를 보건의료정책의 주체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무대에는 의료사고를 직접 겪은 정치인도 섰다. 이소희 국회의원은 자신 역시 의료사고 당사자라고 밝히며 “정치 활동을 하면서 환자 안전과 관련해 나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정책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환자샤우팅카페>에 담긴 숫자는 이들이 걸어온 시간을 압축해 보여준다. 2012년 첫 무대 이후 2025년 8월까지 열린 환자샤우팅카페는 모두 26회. 약 60명의 환자와 가족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이 겪은 의료사고와 치료 과정의 문제, 제도의 빈틈을 이야기했다. 그 가운데 환자안전법 제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등 법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9개 대표 사례가 이번 책에 담겼다.

경청, 또 경청

그러나 안기종 대표는 자신을 변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환자샤우팅카페를 기록하는 기록자의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그가 기록하고 싶었던 것은 한 사람의 성취가 아니라 환자 개인의 경험이 사회의 언어가 되고, 다시 제도의 언어로 바뀌어가는 과정이었다.

환자샤우팅카페라는 이름에도 그 과정이 담겨 있다. 환자가 고충과 울분, 피해를 마음껏 쏟아내는 ‘Shouting’,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는 ‘Healing’, 전문가와 환자단체가 해결책을 찾는 ‘Solution’이다. 외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듣고,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구조다.

안 대표는 이날 “환자는 의료의 객체가 아니라 당사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그 경험이 기록되어 사회적 목소리가 될 때 비로소 법과 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도 예상보다 빠르게 독자들에게 닿았다. 9월 1일 초판이 나온 뒤 15일 만인 9월 15일 2쇄를 발행했다.
하지만 책이 지난 14년을 정리하는 마침표는 아니다. 안기종 대표는 북콘서트 마지막에 뜻밖의 ‘다음 장’을 꺼냈다. “환자샤우팅카페를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매달 정례화해 이어가겠습니다.”

26번의 무대 뒤에 27번째 무대가 준비되고 있는 셈이다. 14년 전 한 환자 가족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누군가 그 이야기를 들었고, 또 다른 사람이 목소리를 보탰다. 전문가가 해법을 찾고 국회가 움직이면서 몇몇 외침은 마침내 법의 문장이 됐다.

<환자샤우팅카페>는 그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동시에 아직 무대에 오르지 못한 환자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목소리도, 누군가 듣기 시작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샤우팅카페라는 이름에도 그 과정이 담겨 있다. 환자가 고충과 울분, 피해를 마음껏 쏟아내는 ‘Shouting’,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는 ‘Healing’, 전문가와 환자단체가 해결책을 찾는 ‘Solution’이다. 외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듣고,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구조다.-본문에서 사진은 이날 북콘서트 참석자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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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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