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이상기 칼럼] 김승원 제넨셀 논란…이제 ‘93명’을 찾아야 한다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시험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관리 책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랜 법조 경험을 가진 한 변호사와 통화를 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이야기였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그가 갑자기 물었다.

“그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93명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전화를 끊은 뒤에도 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국회와 언론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후보자가 제넨셀 관계자와 연결된 사업가의 요청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임상시험 승인 절차와 관련해 연락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공익적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며 부당하게 심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관련 고발 사건은 경찰 수사 대상이 돼 있다. 결국 그 연락이 실제 임상시험 심사나 승인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자료와 수사를 통해 가려야 할 문제다.

그런데 ‘청탁이냐, 민원이냐’를 놓고 정치권이 충돌하는 사이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93명이다.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3개 기관에서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 임상시험에 모두 93명이 참여했다. 공개된 임상시험 설계에는 ES16001 세 가지 용량군과 위약군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93명 모두가 실제 시험약을 복용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시험약 투여자와 위약 투여자가 각각 몇 명이었는지는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식약처는 현재까지 이 임상시험 대상자 가운데 ‘중대하고 예상하지 못한 약물이상반응 의심사례(SUSAR)’가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이 사실 역시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질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넨셀 설립자 강모씨 관련 형사사건의 1심 판결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임상시험 승인에 앞서 실시한 코로나19 감염 햄스터 대상 비임상시험에서는 고용량 투여 개체 가운데 폐사와 약물 역류·토혈 등이 관찰됐다. 법원은 불리한 시험결과가 제출 과정에서 누락된 것과 관련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강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 후보자 측은 폐사 원인이 약물 부작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후보자는 허위자료 제출이나 이후 임상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93명을 살펴야 한다. 그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가.

임상시험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는가. 비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이상소견과 자료 누락 문제가 뒤늦게 알려진 뒤 누군가 이들에게 다시 연락했는가. 실제 시험약을 투여받은 사람들의 현재 건강상태는 어떠한가. 필요한 추가검사나 장기 추적관찰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나와 통화한 변호사가 특히 답답해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그는 “당사자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인 권리를 검토할 수 있도록 변호사들이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나는 그의 말을 단순히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자’는 뜻으로 듣지 않았다. 오히려 공개된 법적 절차를 통해 누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자료가 제출됐고 어떤 자료가 빠졌는지,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무엇을 설명했는지, 실제 건강상 피해가 있었는지를 증거로 확인해보자는 제안에 가까웠다.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 해당 임상시험 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들에게 연락해야 한다. 시험약 투여군과 위약군을 구분하고 임상시험 당시와 이후의 건강자료를 살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독립적인 의료진을 통한 추가검진과 추적관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관련 자료를 보존해야 한다. 비임상시험 원자료와 보고서, 임상시험계획서, 식약처에 제출된 자료, 보완 요구와 회신, 임상시험 대상자 동의서와 설명자료, 이상반응 보고자료 등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기록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이 법적 책임이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제760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혔다면 연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 누군가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손해가 실제로 있었는지,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정치인의 연락과 임상시험 승인 사이의 관계 역시 주장이나 추측이 아니라 기록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93명 공동소송’이라는 문제제기 역시 액수부터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1인당 1억원이니 전체 93억원이니 하는 숫자가 앞설 일이 아니다. 먼저 93명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건강상 피해가 확인되고 그 피해와 위법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진다면, 그때 민사상 공동소송을 비롯해 가능한 법적 절차를 검토할 일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제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주마다 요건과 한도가 다르지만, 불법행위에서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행위, 또는 피해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한 중대한 행위가 입증될 경우 실제 손해를 보전하는 배상과 별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책임이 기업의 존립을 흔들 만큼 커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액수 자체가 아니다.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기업에 ‘중요한 사실을 숨겼다면 그 대가는 더 무겁다’는 분명한 신호를 주는 제도라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랫동안 신약과 백신의 ‘게이트키퍼’라는 권위를 쌓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FDA 역시 정치권이나 산업계의 압력에서 언제나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마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과학적 기준을 승인 판단의 중심에 놓으려 해왔다. 2020년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 기준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갈등이 빚어졌을 때도 FDA는 보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공개했다. 당시 FDA 수장은 의회에서 백신의 승인과 허가는 경력 과학자들의 심사를 거쳐 결정되고 “누구의 압력도 그 결정을 바꾸도록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규제기관의 권위는 높은 직급이나 강한 권한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저 기관은 대통령이 말하든, 정치인이 전화하든, 기업이 압박하든 결국 자료와 과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믿을 때 생긴다.

이번 논란에서도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누가 누구에게 전화했느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전화가 있었음에도 규제 절차는 흔들리지 않았는지, 제출 자료는 완전했는지, 안전성에 관한 불리한 정보까지 빠짐없이 검토됐는지, 무엇보다 임상시험 참가자의 안전이 충분히 보호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책임이 없는 사람은 증거를 통해 책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증거에 따라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법치다.

나는 정치적 공방과 비판에 앞서 먼저 93명의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연락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그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의사와 약사, 임상시험 전문가와 변호사들이 함께 관련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모습이어야 한다.

신약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만든다. 그리고 사람에게 시험약을 투여하는 순간부터 기업과 의료기관, 규제당국은 그 사람의 안전을 무엇보다 앞에 놓아야 한다.

전화통화 끝에 그 변호사는 내게 한마디를 남겼다. “사회의 정의의 종을 좀 울려주세요.”

그 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제넨셀 논란의 중심에는 어느 정치인도, 어느 정당도 아닌 임상시험에 참여한 93명의 국민이 있어야 한다.

이제 그 93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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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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