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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20km 학교길 걷던 캄보디아 소년…40년 뒤 농촌 아이들에게 자전거 1000대

차이 소팔이 2014년 12월 캄보디아 캄퐁스프주 농촌의 학생들에게 자전거를 전달하고 있다. 당시 소팔은 자신이 쓴 책 판매 수익과 친구·동료들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마련했다. <사진 ThmeyThmey>

“학교까지 20km 가까이 됐습니다. 아침 수업 하나를 들으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걸어야 했습니다.”

캄보디아 언론인으로 아시아기자협회 제4대 회장인 차이 소팔(Chhay Sophal) 이야기다. 1980년 초 새 학교로 옮긴 소팔에게 등굣길은 하루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약 19~20km, 왕복하면 거의 40km였다. 아침 수업을 듣기 위해 오가는 데만 약 8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기억은 40여년 뒤에도 남아 있다. 이제 그는 캄보디아 농촌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보내고 있다.

소팔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Bike for Education’ 이미지를 올렸다. 무엇이냐고 묻자 이런 답이 왔다. “2018년 자전거 5대로 시작했고 지금까지 농촌의 가난한 가정 아이들에게 약 1000대의 자전거를 전달했다. 일부 자전거는 친구들과 동료들이 기부해줬다.”

하지만 그의 자전거 나눔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캄보디아 현지 매체 ThmeyThmey(캄보디아 온라인매체로 새로운 소식, 즉 뉴스란 뜻)는 2014년 12월 소팔이 캄퐁스프주 프놈스루오치 지역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자전거 17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해 10월 이후 전달한 자전거만 38대였다. 소팔은 당시에도 “집에서 학교까지 19km를 걸어 다녀 왕복 거의 40km를 걸었다”고 말했다. 27일 필자에게 전한 기억과 정확히 이어진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자전거를 마련한 방법이다. 그는 자신이 쓴 책 <캄보디아의 36명 총리는 누구인가?> 판매 수익 일부로 자전거를 샀다. 친구와 동료들도 돈을 보탰다. 자전거와 함께 책과 펜, 약간의 생활비도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이듬해인 2015년 12월 VOA Khmer는 소팔의 활동을 ‘농촌 교육을 돕는 언론인’ 사례로 소개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소팔은 2년 동안 스바이리엥, 캄퐁츠낭, 캄퐁스프, 푸르사트 등 4개 주의 가난한 어린이 100명에게 자전거 100대를 전달했다. 농촌 지역에서는 학교까지 5~10km를 걸어야 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고, 소팔은 자전거 지원이 중도탈락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차이 소팔이 운영하는 ‘Bike for Education’. 캄보디아 농촌의 어려운 가정 학생들에게 자전거를 지원해 통학과 학업을 돕는 활동이다. 2014년부터 자전거 지원이 확인되며, 소팔은 현재까지 약 1000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진 Bike for Education>

그가 자전거 지원을 계속하게 만든 한 아이의 사연도 있다.

소팔은 당시 집에서 중학교까지 10km 떨어진 한 아이를 만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자전거를 살 수 없었다. 아이는 울면서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돈이 없다며 “그렇게 힘들면 학교를 그만두라”고 했다. 그래도 아이는 학교에 가고 싶어 때때로 남의 자전거를 얻어 탔다. 소팔이 자전거 한 대를 건네자 아이는 평생 자전거 한 대 갖는 것이 꿈이었다며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반드시 공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소팔은 그때 아이들에게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열심히 공부해 얻은 지식으로 사회에 봉사하고, 훗날 형편이 나아지면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기억하고 돕겠다는 약속이었다.

소팔에게 교육이 각별한 데는 캄보디아 현대사의 상처도 겹쳐 있다. 소팔은 크메르루주 ‘킬링필드’ 시대의 생존자다.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1975~1979년 크메르루주 시기를 살아남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필자에게 “크메르루주가 무너진 직후 약을 구할 수 없어 병으로 형제 한 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기자가 되어 로이터통신에서 일하고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쳐온 이력도 있다.

현재 소팔은 캄보디아 정보부 국무비서(Secretary of State)를 맡고 있으며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캄보디아 국영통신 AKP와 국영방송 TVK도 올해 그의 정보부 활동과 AJA 회장 활동을 잇달아 보도했다.

기자, 교수, 저술가를 거쳐 정부의 언론정책도 맡고 있는 소팔에게 자전거 한 대의 의미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19km를 걸어 학교로 향했던 소년. 그 소년이 수십년 뒤 농촌 아이들에게 건넨 자전거는 이제 약 1000대에 이른다.

자전거 한 대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두 발로 먼저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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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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