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스틸 美 대사가 ‘내려놓은 가방’이 한국 관료사회에 던지는 질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 대사인 미셸 스틸 대사가 최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국계 여성 최초의 주한 미국 대사라는 점과 함께 눈길을 끈 것은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준 소탈한 행동이었다.
스틸 대사는 마이크 앞에 서자 들고 있던 가방을 발밑에 내려놓았다. 보좌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가방을 내려둔 뒤, 돋보기안경을 쓰고 원고를 펼쳐 유창한 한국어로 입국 인사를 전했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다시 자신의 가방을 들고 현장을 떠났다.
이튿날에는 편안한 흰 티셔츠 차림으로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호떡집 상인과 손하트를 만들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는 권위나 과장된 의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장면은 우리 공직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의 일부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장들이 국내외 출장에서 과도한 수행 인력과 차량, 의전, 고급 숙소를 당연시해 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고위 인사가 공항에 도착하면 현지 공관 직원들이 일제히 나와 짐을 대신 들고 차량 문을 열어주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정작 국익을 위해 뛰어야 할 외교 인력이 국내에서 온 고위 인사의 의전을 챙기느라 시간과 역량을 소모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움직이는 기업인들은 해외 출장 때 최소한의 실무진만 동행하고, 숙소와 이동에서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성과보다 수행단 규모와 숙소의 격을 앞세우는 공공 부문의 관행과 대조적이다.
스틸 대사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행동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짐은 자신이 들고, 불필요한 의전보다 업무와 소통에 집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진정한 권위는 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거나 누군가에게 가방을 대신 들게 하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맡은 일에 집중하고 국민과 현장을 존중할 때 비로소 신뢰가 쌓인다.
미 대사의 가방 하나가 한국 공직사회에 묻고 있다. “과도한 의전과 특권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