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월곶 풍림1차 아파트 갈등③] 장기충당수선금 ‘30억원 인계’ 주장…관리소장 “현재 16억2895만원”

월곶풍림1차아이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체 교체와 위탁업체의 관리행태에 대한 규탄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회의실 뒤편에 관련 내용을 담은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사진=입주자대표회의 제공

전임 회장 “7기에서 8기로 약 30억원 넘겼다” 증언
관리소장 “승강기 교체 등 주요 사업에 30억7903만원 집행”
“적립·사용 현황 매년 공개…대표회의에도 매월 보고”
핵심은 단순 잔액 비교 아닌 연도별 적립·집행 흐름 검증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풍림1차아이원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위탁관리업체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엔은 이를 한 아파트의 분쟁에 그치지 않고 공동주택의 대표성, 관리권한, 회계와 공사, 행정감독 등 ‘주민이 주인인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5회에 걸쳐 보도한다. 관련 자료와 녹취, 당사자들의 주장과 반론을 토대로 사실관계와 제도적 문제를 함께 짚는다. 이번 3회에서는 주민들이 매달 부담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과 사용 흐름을 살펴본다. <편집자>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풍림1차아이원아파트는 2560세대가 사는 대단지다. 주민들은 매달 관리비와 함께 승강기 교체, 외벽 도색, 옥상·주차장 방수 등 대규모 수선공사에 사용할 장기수선충당금을 낸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사이의 갈등을 넘어 주민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안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과거 적립액과 현재 잔액의 차이다.

전임 입주자대표회장은 약 8년 전 7기 입주자대표회의가 8기 대표회의에 장기수선충당금 약 30억원을 넘겼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배정희 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이 증언을 토대로 과거 적립금과 현재 잔액, 그동안의 사용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임 회장의 증언만으로 당시 인계액을 30억원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당시 결산서와 통장 잔액, 인수인계서 등 객관적인 회계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진현기 관리사무소장은 아시아엔의 추가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2026년 9월 14일 현재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액은 16억2895만2000원”이라고 밝혔다.

진 소장은 과거 적립액과 현재 잔액만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쌓아두기만 하는 돈이 아니라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요 시설을 교체하고 보수하는 데 사용하는 목적성 자금이기 때문이다.

진 소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2024년과 2025년 주요 사업으로 승강기 42대 전체 교체에 29억7000만원을 집행했다. 비상발전기 엔진 정비, 전기차 질식소화포 2개 구입, 소방시설 보수공사 등을 포함한 주요 사업의 전체 집행액은 30억7903만3650원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과거 약 30억원이 있었다는 증언과 현재 16억여원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 놓고 장기수선충당금이 사라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동안 새로 적립된 금액과 실제 집행된 공사비를 함께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 소장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 및 사용 현황을 매년 결산이 끝난 뒤인 3월 입주민들에게 공개했으며, 매월 열리는 입주자대표회의 자료에도 포함해 대표들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자료 열람과 관련해서도 진 소장은 “배 회장 또는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가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사용 내역이나 관련 회계자료를 별도로 열람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배 회장이 2025년 5월부터 2026년 6월까지의 관리비 사용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며, 당시 제공한 자료에는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금액도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 소장은 배 회장이 회장 당선 이후 모두 15차례 자료 열람 및 복사를 신청했고 관리사무소는 요청받은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2025년 12월 10일 시흥시 감사 결과보고서와 2026년 7월 16일 요청한 2025년 5월부터 2026년 6월까지의 입주자대표회의 통장 거래내역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관리사무소가 자료를 일절 제공하지 않았다는 문제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실제 어떤 자료가 제공됐고, 그 자료만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의 장기간 적립·집행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확인 방법은 분명하다. 연도별 기초잔액에 해당 연도의 적립액을 더하고 승강기 교체, 외벽 도색, 옥상·주차장 방수 등 실제 사용액을 뺀 금액이 기말잔액 및 통장 잔액과 일치하는지 대조하면 된다.

관리사무소장이 밝힌 승강기 교체비 29억7000만원도 공사계약서와 사업자 선정자료, 대표회의 의결서, 세금계산서, 계좌이체 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사가 장기수선계획에 반영돼 있었는지, 사업자 선정과 계약, 공사비 지급 절차가 적정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배 회장은 과거 시흥시의 특별감사 또는 점검 과정에서 과태료와 시정명령 등 모두 25건의 처분이 있었으며, 그 가운데 장기수선충당금의 부적정 사용과 관련한 지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시흥시의 공식 감사 결과와 처분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실제 처분 건수와 내용, 처분 대상이 관리소장 개인인지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주체인지, 이후 시정조치가 완료됐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관리사무소장이 제시한 2024~2025년 주요 사업 집행액만으로 그 이전부터 이어진 장기수선충당금의 전체 흐름이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전임 회장이 약 30억원을 인계했다고 밝힌 시점부터 현재까지 연도별 적립액과 사용액, 기말잔액을 연결한 자료가 필요하다.

결국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의 말만으로 결론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배 회장 측이 제기한 의문과 관리소장이 제시한 수치를 결산서와 통장, 공사계약서, 대표회의 의결서, 시흥시 행정자료로 대조해야 한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돈이 아니다. 2560세대 주민이 공동주택의 안전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낸 돈이다. 주민들에게는 얼마가 적립돼 있고 어디에 얼마가 사용됐는지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약 9억원 규모의 외벽 도색공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공사 역시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집행될 예정인 만큼 장기수선계획 조정과 감리·시공업체 선정, 입찰조건, 낙찰금액, 공사비 지급 과정이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인 에이비엠주식회사의 계약은 2026년 11월 30일 만료될 예정이다. 새로운 위탁관리업체 선정을 위한 입주민 찬반투표도 9월 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진 소장은 계약 만료일까지 업무를 수행한 뒤 인계인수를 마치고 단지를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탁관리업체가 바뀌더라도 장기수선충당금의 회계자료와 공사 관련 기록은 끊김 없이 후임 관리주체에 인계돼야 한다.

풍림1차아이원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둘러싼 핵심 질문은 “30억원이 어디로 갔느냐”는 단정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주민들에게 얼마를 걷었고, 어떤 의결과 계약을 거쳐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으며, 그 모든 과정이 장부와 통장에 정확히 기록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음 4회에서는 약 9억원 규모 외벽 도색공사를 둘러싼 장기수선계획 조정과 감리·시공업체 선정 논란,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 사이의 녹취 및 관리소장의 해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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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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