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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네’…이설산 스님 입적 10주기에 다시 펼친 책

[책산책]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네’…이설산 스님 입적 10주기에 다시 펼친 책

오늘 서재를 둘러보다가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책장을 펼치니 속표지에 “이상기 회장님 혜존(惠存)”이라는 글과 함께 이설산 스님의 서명, “2007년 9월 17일 증(贈)”이라는 날짜가 남아 있었다. 스님이 내게 이 책을 건넨 지 19년이 흘렀다.

반가운 마음에 ‘책산책’으로 소개하려고 스님의 근황을 찾아보다가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스님은 2016년 8월 14일, 세수 82세·법납 66세로 이미 입적했다. 올해가 입적 10주기였다. 한 권의 책을 다시 펼친 일이 어느새 스님을 기리는 추모의 시간이 되었다.

1950년 순천 선암사에서 해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설산 스님은 선암사 주지와 순천시사암연합회 회장, 한국불교태고종 원로의원 등을 지냈다. 지역 불교 발전과 선암사 중창에 힘썼으며, 종단의 원로로서 화합과 문도 교육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스님은 2005년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네>를 세상에 내놓았다. 사람이 마지막으로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말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평범하지만 엄중한 진리를 일깨운다. ‘마지막 가는 길이 그러하듯이’라는 부제는 책의 주제의식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낸다.

책은 2011년 다시 출간됐고, 스님이 입적한 뒤인 2020년에는 지우출판에서 제3판 개정증보판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한 권의 책이 세월을 건너 거듭 출간됐다는 사실은 스님이 남긴 말과 가르침이 특정 시대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책은 베풀고 사랑하며 함께 나누는 삶을 이야기한다. 행복은 더 많이 소유하는 데 있지 않으며, 돈은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만 인연과 마음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무엇을 얻고 얼마나 쌓았는가보다 어떻게 살았으며 누구와 무엇을 나누었는지가 한 사람의 삶을 결정한다는 가르침이다.

책이 처음 나온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가르침은 당시보다 오히려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이 오르기 위해 바쁘게 달린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묻는 일은 점점 뒤로 밀려난다. 빈손으로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하는 모습은 20년 전보다 오늘 더 익숙한 풍경이 됐다.

입적 10주기를 맞은 지금,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네”라는 문장은 스님이 남긴 법문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되살아난다. 끝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이 세상에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책장을 덮으며 속표지의 ‘혜존’이라는 두 글자를 다시 바라본다. 잘 간직해 달라는 스님의 당부는 책 한 권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르침까지 오래 품어달라는 말처럼 다가온다.

오늘의 책산책은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데서 시작했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스님의 자취를 더듬는 동안, 어느새 한 수행자의 삶과 가르침을 다시 만나는 추모의 길이 되었다. 스님이 떠난 지 10년, 그가 남긴 문장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묻고 있다.

“그대는 지금 무엇을 움켜쥐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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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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