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76년 전 그들이 피로 지켜낸 자유 대한민국, 우리는 결코 잊지 않으리

대한민국의 무공훈장 (Order of Military Merit)과 미국의 명예훈장 (Medal of Honor, 오른쪽)으로 미국 정부가 군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등급의 무공훈장.

6월의 태양은 뜨겁고, 76년 전 그날의 포성은 이제 박물관의 유리관 속에 박제된 낡은 기록처럼 보인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낯선 동방의 작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피를 흘렸던 푸른 눈의 이방인들, 그리고 조국의 척박한 산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산화했던 이름 모를 국군 용사들. 오늘, 그 잔혹했던 6·25의 아침을 다시 맞이하며 나는 낡고 주름진 그들의 훈장 앞에 가만히 시선을 멈춘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노병들의 탁한 눈동자에는 깊은 탄식과 절망이 서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피로 맺은 한미동맹을 조롱하고, 적의 전차를 막을 최전방의 대전차 방벽을 흉물이라며 제 손으로 허물고 있다.

평화와 자주라는 얄팍하고 위선적인 텍스트로 국가 안보를 해체하는 기괴한 자해가 매일같이 상연된다. 어쩌면 당신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조국이, 당신들을 완벽하게 잊고 배은망덕한 망각의 늪에 빠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부디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마시라. 스피커를 장악한 소수의 파시스트들이 광장에서 헛소리를 쏟아내며 역사를 기만하고 있을 뿐, 이 땅의 묵묵하고 평범한 대다수 시민은 당신들의 피 묻은 군화 위에서 우리가 어떤 기적을 쌓아 올렸는지 뼛속 깊이 새기고 있다.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떠 호흡하는 당연한 자유, 밤하늘을 불야성처럼 수놓는 번화가의 불빛으로 대변되는 물질적 풍요. 우리는 이 모든 것이 결코 입술로만 더러운 평화를 읊조리던 자들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님을 안다. 그것은 전쟁의 가장 비참한 폐허 속에서, 자신의 내일을 포기하며 조국의 오늘을 바친 당신들의 청춘과 차가운 묘비 위에서만 피어날 수 있었던 묵직한 인과율의 산물이다.

제아무리 세상이 어지러워져도, 사실과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이 눈부신 기적의 커다란 지분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기꺼이 방아쇠를 당겼던 16개국 참전용사들과 이름 없이 죽어간 국군 병사들의 피에 빚지고 있다.

거짓과 선동이 잠시 시대의 눈을 가릴 수는 있어도, 피로 쓰인 역사의 기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 대다수 국민들은 가짜 평화와 무장해제의 주문에 속아, 당신들의 숭고한 희생을 헐값에 팔아넘길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러니 현충원과 유엔기념공원, 그리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낯선 땅에 잠든 이름 모를 국군 장병들과 또 푸른 눈의 용사들이여,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낡은 전우의 빛바랜 사진을 쓰다듬고 있을 늙은 영웅들이여. 부디 안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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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음악감독, '낙원전파사' 프로듀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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