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IT-과학

[박명윤 의료칼럼] 치매 막는 뇌의 예비력

“노인의 지혜는 사회적 자산”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중년 이후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해지며 열정, 창의성, 감정 조절이 저하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습관이 전두엽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본문에서) 사진은 명동성당에서 매주 일요일 진행되는 라파엘나눔 홈리스클리닉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차례대로 이동하는 노인들 모습

유전도 이긴다, 생활습관이 뇌 건강 좌우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25% 늘었다. 치매는 단지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무너뜨리는 병이다. 환자는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할 수 없어, 가족의 지속적인 돌봄이 요구되며 그 과정은 엄청난 집중력, 인내, 집요함을 필요로 한다.

치매는 아직 완치약이 없어, 예방과 발병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다. 대표 증상인 기억력 저하는 두뇌 기능 전반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인지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기억력과 인지력의 유지가 치매 예방의 핵심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신경심리학과 야코브 스텐 교수는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카고대 에밀리 로갈스키 교수는 ‘슈퍼 에이저(Super Ager)’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100세경영연구원 이제경 원장도 80대임에도 50대 수준의 뇌 기능을 유지하는 ‘인지적 슈퍼 에이저’를 언급하며, 인지 예비력이 충분하면 치매 예방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인지 예비력’은 노화나 질병에도 불구하고 뇌 기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의미한다. 스텐 교수는 인지 예비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끊임없는 학습 ▲다양한 직업 경험 ▲역동적인 사회 활동 ▲문화와 놀이 참여 등을 제안했다. 이는 고령자의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로갈스키 교수는 유전자 외에도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강인한 삶의 태도 ▲사회적 유대감이 ‘젊은 뇌’를 오래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공통된 핵심으로 ‘따뜻한 인간관계’를 꼽는다.

하버드대 로버트 월딩거 교수는 ‘따뜻한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7가지 질문을 제시했다. ▲위기 상황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 ▲나를 이끌어줄 멘토가 있는가? ▲고민을 나눌 친구가 있는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사랑을 나눌 애인이 있는가? ▲문제 해결을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 ▲나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등이다.

일본 생활재활연구소 미요시 하루키 소장은 치매 예방을 위한 ‘7대 원칙’을 제시하며, 특히 ‘환경·생활습관·인간관계’는 절대 바꿔서는 안 될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공감과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친구, 모범이 되는 친구, 의지할 수 있는 친구 등 세 가지 유형의 친구와의 관계 유지도 권장된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인식과 달리, 텍사스대 자레드 벤지 교수는 50세 이상 4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디지털 기기를 활발히 사용한 그룹의 인지 기능 장애 위험이 58% 낮았다고 밝혔다. 이는 기술 습득과 소통 과정이 뇌 자극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미국 메릴랜드대 보건대학원과 의과대학 공동연구팀은 AI를 활용해 40~69세 영국인 약 2만 명의 뇌 MRI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는 뇌 각 부위를 연결하는 ‘백질(white matter)’에 주목했으며, 백질이 줄어들면 정보 전달이 느려져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심장협회(AHA)의 건강지표 ‘Life’s Essential 8(LE8)’ 즉, ▲식단 ▲운동 ▲흡연 ▲수면 ▲체중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점수를 기준으로 분석했고, LE8 점수가 높을수록 백질 손실이 적은 경향을 보였다. 건강한 심장 생활습관이 뇌 노화를 늦춘다는 결과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유전 위험인자인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도 LE8 지표를 잘 지킨 경우 백질 손실이 더 적게 나타났다. 이는 유전적 요인을 극복하고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만성 스트레스와 뇌 노화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스트레스가 뇌 백질 감소를 가속화하고 성별·소득·운동 여부와 무관하게 뇌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결국 AI 기반 대규모 영상 데이터 분석은 개인 맞춤형 뇌 건강 전략 수립에 큰 의미가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심장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가 뇌 건강 유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노인의 지혜는 사회적 자산”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중년 이후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해지며 열정, 창의성, 감정 조절이 저하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습관이 전두엽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