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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관리하는 병이다…2026 최신 진료지침과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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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Hypertension)은 여러 원인으로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말한다. 교감신경(交感神經)에 의한 신경성 요인과 레닌-안지오텐신(Renin-Angiotensin) 기전에 따른 체액성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심혈관질환 가족력(유전), 흡연, 비만, 고령(60세 이상) 등은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30%가 고혈압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원인 질환이 명확하지 않은 본태성(本態性) 고혈압이다. 나머지 5~10%는 원인이 뚜렷한 이차성 고혈압에 해당한다. 본태성 고혈압은 유전적 요인(가족력)을 비롯해 노화,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대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충남대학교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30대 청년층의 고혈압 환자는 2015년 인구 1,000명당 10.7명에서 2023년 18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혼자 사는 남성의 고혈압 위험이 높았으며, 잦은 음주와 불균형한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젊은 사람은 혈압이 조금 높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젊은 나이에 시작된 고혈압은 오랜 기간 혈관을 손상시키며 뇌졸중(腦卒中), 심부전(心不全), 만성콩팥병 등 각종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혈관 내 압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동맥경화가 촉진돼 여러 장기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고혈압은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 또는 ‘소리 없는 죽음의 악마’로 불릴 만큼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이나 진찰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흔히 목덜미가 뻣뻣하면 혈압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목 근육이 긴장하면서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도 있어 증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혈압은 한 번의 측정만으로 고혈압을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 측정한 혈압이 높다면 하루 이상 간격을 두고 최소 두 차례 이상 다시 측정해야 한다.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거나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혈압 측정은 의자에 앉아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왼팔을 심장 높이에 두고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측정 전 30분 이내에는 흡연과 카페인 음료 섭취를 피해야 한다. 혈압은 2분 간격으로 두 차례 이상 측정해 평균값을 사용하며, 두 측정값의 차이가 5mmHg 이상이면 한 번 더 측정한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24시간 활동혈압검사(ABPM)를 시행하는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The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는 최근 ‘2026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혈압 기준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고령사회 진입, 디지털 헬스의 확산, 젊은 고혈압 환자와 비만 인구 증가 등 변화된 의료 환경을 적극 반영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완기 단독 고혈압(Isolated Diastolic Hypertension)’을 별도로 분류한 점이다. 기존에는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을 통합해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관리했으나, 새 지침은 수축기 혈압은 정상인데 이완기 혈압만 높은 경우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는 젊은 층에서 흔히 나타나며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과 장기 손상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개정안은 처음으로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를 임상 활용 장치에 포함했다. 기존 혈압계는 팔에 커프를 감아 압박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반지형·손목형 등 웨어러블 기반의 무(無)커프 혈압 측정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는 수면 중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연속 측정이 가능해 하루 동안의 혈압 변동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약물 치료 권고도 확대됐다. 기존의 저염식, 운동, 절주, 금연뿐 아니라 전자담배 금연과 마음요법(Mindfulness)이 새롭게 포함됐다. 호흡훈련, 명상(冥想), 마음챙김 등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한 것은 고혈압이 단순한 혈관 질환이 아니라 스트레스, 수면, 자율신경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최신 의학적 근거를 반영한 결과다.

목표 혈압도 더욱 강화됐다. 일반 고혈압 환자와 일부 고령 환자는 기존처럼 140/90mmHg 미만을 유지하도록 했지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뇌졸중 환자는 130/80mmHg 미만으로 목표를 낮췄다.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을 줄인다는 최근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를 반영한 조치다.

국내 고혈압 조절률은 1990년 약 5%에서 최근 62%까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약 40%의 환자는 혈압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을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 혈관을 서서히 늙게 만드는 ‘혈관 노화 질환’으로 인식하고 평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60세 이상 고혈압 환자 1만4,246명을 약 16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은 환자일수록 입원 횟수와 전체 의료비, 방문당 의료비, 연간 의료비가 모두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진료 연속성이 가장 높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남성은 약 34%, 여성은 약 30% 낮았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고혈압은 단기간 치료보다 장기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인 만큼,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을수록 질환 관리와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예방과 관리를 위한 생활수칙은 다음과 같다.

① 음식을 골고루 싱겁게 먹는다.
②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③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④ 금연하고 음주를 절제한다.
⑤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⑥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⑦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식사요법도 고혈압 관리의 핵심이다. 다음 사항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 염분 섭취 줄이기
△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섭취 늘리기
△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섭취 줄이기
△ 식이섬유 충분히 섭취하기

하루 소금 섭취량을 6g 이하로 줄이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칼륨(K, Potassium)은 체내 나트륨(Na, Sodium)을 몸 밖으로 배출해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고혈압 환자는 체중 조절과 염분·알코올 섭취 제한 등 생활습관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특히 체중 감량은 심혈관계 위험을 낮추고 약물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과도한 음주는 혈압 상승과 뇌졸중의 중요한 위험인자이므로 가능한 한 금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혈관을 서서히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따라서 규칙적인 혈압 측정과 건강한 생활습관, 꾸준한 진료를 통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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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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