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보이지 않는 정쟁’에 멍드는 태국 경제
‘어매이징 타일랜드'(Amazing Thailand), ‘오뚜기 경제’. 그동안 수많은 정치적 위기와 사회적 고비를 겪으면서도 견실한 성장을 거듭해온 태국 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초부터 본격화된 반정부 시위 정국이 반년을 넘기면서 태국 경제가 이번에도 정치 불안을 견뎌내고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태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172억 달러를 구제금융으로 차입했으나 1999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지난 2002년부터 상당 기간 5% 이상의 성장을 유지해왔다.
이 같은 성장률은 태국이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 2004년 쓰나미, 2006년 군부 쿠데타를 잇달아 겪으면서 달성한 것이다.
방콕 대유혈 시위가 발생했던 201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7.8%에 이르렀으며, 반세기만의 최악 홍수가 터졌던 지난 2011년의 이듬해인 2012년에는 성장률이 6.5%였다.
이 때문에 태국은 놀라운 경제 회복력과 탄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그 같은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정치 불확실성의 장기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경제기관인 태국상공회의소대학(UTCC)은 정정 불안 때문인 국가적 손실이 지난 6개월 동안에만 이미 4천300억 바트(약 14조 3천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 성장률을 애초 4% 이상으로 잡았던 태국중앙은행(BOT)은 예상 성장률을 최근 3%로 낮췄다가 다시 2.7%로 하향 조정할 태세다.
BOT는 또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2개 분기 연속 감소해 기술적으로 경기후퇴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2.5% 선으로 떨어지면 반세기 만에 대홍수가 났던 지난 2011년보다 더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태국이 정치 불안에 따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평균 3%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25일 경고했다.
일본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JCR은 태국에 대해 정치 불안 장기화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이미 하향조정했다.
태국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도 반정부 시위 사태로 큰 영향을 받았다. 올해 1분기에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650만여 명으로 애초 예상했던 760만여 명보다 90만여 명 감소했다.
태국관광청(TAT)은 정국 불안에 따른 관광 수입 손실이 상반기 중에 827억 바트(약 2조 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폭력사태가 악화하면 이 손실이 1천160억 바트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정부 시위사태로 의회가 해산돼 정부가 과도정부로 지위가 바뀐 뒤 대규모 정부 지출과 투자가 중단돼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증대하자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태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대신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가 위축되자 소비심리 악화 때문에 건설·부동산, 소매, 관광, 농업, 자동차, 전자 등 거의 모든 부문의 산업들이 내수 위축을 겪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태국 경제는 그간 몇 차례 정치, 사회 위기를 극복하는 행운을 누렸으나 수출, 해외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이번 정치 불안 장기화는 태국으로 하여금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