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헌법재판소, 에르도안 총리와 대립각

집권당의 ‘사법부·인터넷 통제강화법’ 일부 취소 결정

터키 헌법재판소가 사법부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터키 헌법재판소는 11일(현지시간) 지난 2월 의회에서 처리된 사법부 개편 관련 법과 인터넷상의 사생활 보호 관련법의 일부가 위헌이라며 취소를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터키 최고 사법기관인 ‘판사검사최고위원회'(HSYK)의 조직과 업무를 조정한 법안이 권력 분립과 사법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판사와 검사 임명권 등을 가진 HSYK를 판사위원회와 검사위원회로 분리하고 법무부에 위원 선임권을 확대해 행정부의 사법부 통제 권한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결정에 따라 새로 임명된 HSYK 위원들은 사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키르 보즈다 법무장관은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헌법에 근거한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취소 결정이 정부의 견해를 바꿀 수는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지만 “당연히 정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지난해 12월 검찰의 비리사건 수사로 타격을 받자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을 따르는 세력이 기도한 ‘사법 쿠데타’라며 사법부 장악에 나섰으며 이 법안을 강행처리했다.

또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통해 부패가 폭로되자 사생활 보호를 명분으로 인터넷 검열권을 강화한 법안을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밀어붙였다.

인터넷 관련 법은 통신 당국에 사법 절차가 없어도 사전 조치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인터넷서비스업체는 모든 자료를 최장 2년까지 보관하도록 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 법안을 소송한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이번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제한한 자유의 수호자로 거듭났다”고 논평했다.

공화인민당 파이크 외즈트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에르도안 정권과 헌법재판소 간의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외즈트락 의원은 정의개발당이 헌법재판소의 조직도 개편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와 입장, 정책 등을 고려하면 이런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8일 헌법재판소가 트위터의 전면 접속을 차단한 조치를 해제하라고 판결하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정당하지 않다”며 결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도안뉴스통신은 헌법재판소가 이 결정을 내리고 공식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으며 1시간 만에 2만7천명이 팔로우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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