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양권익 항모로 지킨다

미-중 동아시아 해역?방위선 겹쳐…’건함경쟁’ 본격화

중국이 남·동중국해를 기반으로 제해권 확장에 나섰다. 영유권 분쟁과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개발이 걸린 전략 요충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해양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 해역은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과 겹치는 곳이어서 안보전략상 양대 강국의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중국은 마침내 항모 보유국이 됐다. 2011년 8월 첫 항공모함 바랴크(Varyag)함을 띄우고 위풍당당하게 항진하고 있다. 이어 다롄(大連) 등지에서 다수의 항모를 건조 중이다. 본격적인 ‘건함 경쟁’에 나선 것이다. 중국 ‘해군의 아버지’인 류화칭(劉華淸) 전 군사위원회 부주석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25년 전 세운 해군 전략이 이제 실현 가능한 출발점에 섰다.

중국은 1998년 옛 소련 시절에 건조된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 바랴크함을 우크라이나에서 2000만 달러에 구입했다. 2002년 3월부터 랴오닝성 다롄 조선소에서 이 항모 개조작업이 진행됐다. 이 작업을 완료하는 데 9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선체 외 항모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제작했기 때문이다. 갑판은 물론 엔진, 전력시설, 레이더, 전자·유도시스템, 선실까지 항모 전체를 자국 기술로 개조했다. 사실상 새로운 항모를 건조한 셈이다.

류 전 부주석은 1985년 해군사령관 시절 공산당 정치국에 제출한 ‘중국의 해군 전략’이란 보고서에서 중국 해군의 장기전략을 이렇게 밝혔다. “중국에는 수백 만㎢ 영해와 1만8000km 해안선, 6500개 섬이 있다. 중화민족의 생존과 발전은 바다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해양 권익을 지키려면 강력한 해군이 필요하다.”

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 해군 전략을 ‘연안 방어’에서 ‘근해 방어’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에서 ‘근해’란 대만·오키나와·필리핀·일본열도까지 확장된 해역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인민해방군 해군은 이른바 ‘다오롄(Island Chain, 열도선)’ 전략을 은밀하게 마련했다.

제1다오롄은 일본열도-난사이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중국 연안에서 약 1000km 떨어진 지역을 말한다. 제2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2000km 거리인 오가사와라(小笠原)제도-이오지마(硫黃島)제도-마리아나제도-야프군도-팔라우군도-할마헤라 섬으로 이어지는 지역이다.

특히 류 전 부주석은 “항모가 있어야 미국 항모에 대항할 수 있다”면서 “제1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다오롄의 제해권(制海權)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항모 4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군사비는 2000년 이후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지난 10년간 공세를 펼쳤는데, 이러한 강공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논쟁 해역에는 귀중한 에너지 자원이 묻혀 있고, 미국의 동남아 해역 영향력에 맞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절실한 것이다.

2012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이 해역에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국익을 갖고 있으므로 ‘워싱턴’이 중재자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미 합참의장 마이크 멀린도 4일간 중국 방문 후 “베이징의 군사력 증가는 본질적으로 완전 방어용으로 볼 수 없다”며 “동아시아와 남중국해 분규는 위험을 극도로 높이는 일종의 ‘에스컬레이션’ 또는 계산착오 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제해권 확보하려면 항모 4척 필요”

이처럼 과열된 상황에서 중국 항모는 새로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임은 물론 중국의 영토 확장을 지원하는 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본에 상시 배치돼 있는 ‘조지워싱턴’함에 이어 유사시 ‘갈빈슨’함과 ‘로널드 레이건’함 등 다른 항모를 증강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미국이 아시아를 주도하는 군사력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 군사비의 6배를 사용하며, 항공모함 운용 역사도 길다. 미국은 첫 항모를 1934년 띄웠고, 현재 11척의 원자력추진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항모 한 척에 항공기 80대가 있고 몇 분 간격으로 이착륙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잠수함, 미사일 순양함, 구축함 및 보급선과 합쳐 ‘니미츠’급 항모는 중국이 앞으로 수십 년간 따라갈 수 없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이다.

미국과 중국의 직접적인 비교는 “두 나라 간 전면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그것은 사실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므로) 잘못된 것”이라고 한 군사전문가는 말했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의 해군 발전은 대만과의 충돌 시 대만을 도우려 오는 것을 막는 ‘접근금지’나 ‘지역봉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국적기업 상점 아이키아(Ikea)와 샘스클럽(Sam’s Club)이 보이는 다롄에 특별한 적대감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대양에서 제자리를 차지할 때가 됐다는 분위기는 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퇴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도 있었다. 2006년 10월26일 중국의 쑹급 잠수함이 오키나와 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함에 5해리(약 9㎞)까지 접근해 떠올랐다. 10여 척의 호위함에 둘러싸였지만 대잠 경계망에 탐지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동아시아와 남중국해 바다 속 힘의 공백에 손을 뻗치는 중국, 중동-인도양-말라카 해협-동남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수송로와 바다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걸고 있는 나라들에 항공모함 바랴크를 위시한 중국 해군력은 엄청난 위협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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