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건물 짓는 시대 온다”
구글 선정 최고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59) 다빈치연구소 소장이 국제미래학회(회장 이남식) 초청으로 지난해 11월21일 방한했다. 프레이 소장은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 ‘혁신적 미래예측 연사’다. 그는 15년 동안 IBM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270여 종의 상을 받았을 만큼 융·복합 산업 분야에서 천재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미국 0.1% 최고 두뇌들의 모임인 ‘트리플 나이너 클럽’ 회원이기도 한 그는 <미래와의 대화(Communicating with the Future)>를 썼으며 <The Futurist>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강의실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토마스 프레이는 ‘상상 그 이상’의 미래를 보여주며 250여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제시한 미래의 부상산업, 부상직업을 중심으로 강연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다운로드 할 때마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하던 일을 스마트폰 어플이 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레벨(level, 수준 측량용 광학기기)은 정확한 수평 균형을 측정하기 위한 작은 타원형 모양의 유리관에 금속으로 만든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이 훨씬 더 쉽습니다. 더 이상 금속과 유리 부품을 생산 조립하고 제품을 포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선박이나 배 중간에 위치해 배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던 레벨은 소멸하는 제품이 돼가고 있습니다.
인간이나 큰 기계가 필요 없어지면서 대부분의 제조업이나 공장에서 하던 작업은 자동화하고 우리는 점점 더 인간고용을 거부합니다. 임금도 문제지만 노조활동이나 복잡한 인력관리가 기업에게는 불편하기 때문이죠. 응용프로그램은 이제 모든 부분 인간의 작업을 제거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용피크 시대’가 오는 것인가. 답은 ‘인간의 일자리는 소멸하지만 일거리는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는 일거리에서 해방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슈퍼고용 시대로 진입할 것입니다. 미래 기술과 최대 고용산업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무인 항공기 택배서비스, 상상이 되나요? 미국 의회는 미항공국(FAA)이 2015년 9월30일 지구촌 영공에 드론을 비행시킬 ‘드론 표준통합’을 의무화할 예정입니다. 이 새로운 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죠. 처음 3년 간 3만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와 136억 달러 산업이 창출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드론 제조보다 무인 항공기 조종사가 수없이 필요할 것이며 드론 농업전문가들도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또 무인 보안 시스템, 무인 항공기 데이터 분석가, 모기 잡는 드론도 등장하겠죠. 무인 항공기 등이 뜨면 트럭 택배는 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3D프린터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3D프린터에 대해 기업경영을 바꾸는 8대 기술이라고 밝혔습니다. 3D프린터로 이미 의약품과 식품, 항체와 인조생명체 프린트까지 가능해졌습니다. 그 외에도 의류, 구두 부문은 2016년 전 세계 31억 달러, 2020년 52억 달러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3D프린터로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전 <와이어드> 편집자 크리스 앤더슨은 3D프린터는 인터넷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속 4000마일로 달려 ‘땅에서의 우주여행’이라고 불리는 ET3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다릴 오스터(Daryl Oster) 창립자가 만든 ET3는 지구촌을 하나의 교통시스템으로 엮는 엄청난 계획입니다. 지구촌 초고속 교통네트워크를 만들어 세계 최대 규모의 교통인프라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데, 진공관에 사람이 앉으면 순식간에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이 가능한 교통 시스템입니다. 진공관 교통시스템을 땅 속에 깔면 사람들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1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봅니다.
마이크로 대학도 각광받을 분야입니다. 수세기 전에 만들어진 대학 시스템은 오늘날 첨단기술 기준으로 보면 원시 시대의 것입니다. 재능 평가에 비효율적이며 거의 모든 학습과정이 너무 길고, 가르치는 방법은 뒤떨어집니다. 등록금도 비쌉니다. 그래서 등장하게 될 마이크로 대학들은 특정 직업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을 집중하는 고등교육 형태입니다. 매년 소멸하는 산업과 기업들로 인해 해고되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전통적인 대학은 새로운 기술을 단기간 내에 효율적으로 훈련시키지 못합니다. 많은 실업자들은 짧은 기간 신속하게 배운 기술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어 합니다. 대학은 수개월짜리 마이크로 대학교육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 예는 빅 데이터입니다. 소셜 미디어, 블로그, 웹 브라우징, 기업보안 조치 등에 필요한 엄청난 데이터를 어딘가에는 저장해야 합니다. 전체 시장은 향후 5년간 매년 32%씩 성장할 것이며, 110억 달러 규모의 시장 생성이 예상됩니다. 맥킨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분석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전문가 14만~19만 명과 150만 명의 중간간부 매니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앞으로 빅 데이터 기술을 가진 관리자와 분석가들의 힘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토마스 프레이는 한국에서 당장 실현 가능한 사업모델로 기념공원(Memorial Garden)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지구촌에 땅이 부족해 묘지가 문화예술공간이 될 것”이라며 “돈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유산으로 자식들에게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소장품 등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데, 신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발자취를 대대로 남기는 메모리얼 공원이 크게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