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성 원장 “미래는 전기사회, 전 세계가 에너지 나눠야”

<사진=이오봉>

‘에너지 창조경제 전도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안남성 원장

해외여행 가면 숙소에 도착해 가장 먼저 와이파이부터 찾는 한국인. 비밀번호를 알아내 입력하고도 신호가 약하다고 답답해한다. 과연 유럽이나 미국의 통신기반이 한국보다 약해서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았던 걸까? 안남성(57)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은 “유럽이나 미국이 기술이 부족해서 인터넷 연결이 약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에너지를 아끼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인터넷을 통해 부가가치를 많이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너지 측면에서는 낭비가 심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온실가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가 이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개발하고 이용해야 할까.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개발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는 안 원장을 만나 에너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사회는 인터넷 기반 사회라 할 수 있는데, 이 인터넷이 전기 덩어리다. 전력이 많이 든다. 여기저기서 잘 터지는 건 사실 전기 에너지 낭비라고 볼 수 있다.” 그의 말에서 에너지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묻어난다. 한국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스마트폰 이용자는 이미 2000만 명을 돌파했다. 곳곳에 와이파이가 뜨고 길을 걸으면서 인터넷에 접속한다. 산업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마다 2배씩 늘어날 전망이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점점 더 증가하니, 뭔가 바뀌어야 한다.

안 원장은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전력난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냉방을 줄인다고 해도 단기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에너지 기술 개발”이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에너지를 인터넷으로 모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사용자들에게 일정 시간 동시에 전력수요를 줄여 달라고 공지한 뒤 그 때 모인 전력을 모아 발전소처럼 사용할 수 있고 개인에게 그 이익을 나눠주는 등 사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남성 원장은 '소녀시대'를 보며 '에너지 한류'라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한국의 에너지 기술을 전 세계에 퍼트려 함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진=이오봉>

“미래는 결국 전기가 중심이 된다. 난방·취사 등도 모두 전기사용을 수요예측에 넣을 수밖에 없다. 전기자동차는 대세가 될 것이다. 전 세계 에너지 흐름을 공급 위주에서 효율과 소비로 바꿔 놓은 스티븐 추(Steven Chu) 스탠포드대학 교수가 얘기하듯 소비효율을 늘리면 공급량을 20%는 줄일 수 있다.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 등이 결합하면 창조경제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스티븐 추 박사는 지난 8월 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기술국제포럼(에너지테크 인사이트 2013)’에 참석해 ‘에너지 혁신 방안’에 대해 연설한 바 있다.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자 노벨물리학상(1997)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에너지 분야와 다른 산업의 창조적 융합을 통해 분산형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전력 체계의 IT 스마트화 등을 통해 시장주도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꿔나갈 것”을 제안했다.

에너지 한류, ‘한국의 기술’ 퍼트려야

한국은 그동안 에너지 모범국가에 속했다. 원자력을 비롯한 석탄·가스 등의 안정적 공급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뤘고, 에너지 시설운영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경쟁우위 분야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난 여름 ‘햇빛나눔사업’의 하나로 태양광 설비를 지원한 몽골의 경우 석탄·우라늄·태양광·바람 등 자원이 풍부한데도 기술이 없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원장은 “에너지 문제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 각국 에너지 정책을 한 자리에서 살펴보고 알아볼 필요가 있다. 10월 13~17일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에 전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이는데, 한국으로선 에너지 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8월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테크 인사이트 2013'에서 안남성 원장, 박희재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장, 스티븐 추 박사, 피터 쿤즈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기술위원회 위원장,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손양훈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장(왼쪽부터)이 패널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오봉>

사우디 등 산유국은 석유·가스 자원 고갈에 대비해 사막기후에 맞는 태양광 설비 기술개발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안 원장은 이런 기회를 ‘에너지 한류’로 연결시키고 있다. “소녀시대 무대를 보면서 떠올렸다. 에너지 기술도 한류를 활용해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혁신이란 이미 있는 기술을 모아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우리보다 기술수준이 높고, 중국은 우리보다 싸게 공급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기술을 한류처럼 퍼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너지 이슈에서 현재 좀 뜸해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다. 그러나 새로운 이슈에 묻혀 있을 뿐 대비가 필요하다. 안 원장은 “미국이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나타냈다. 셰일가스를 사용하면서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데도 이산화탄소 발생이 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을 만들어내면서 지금까지 관리를 덜 해왔는데, 미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간다면 이는 곧 세계적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원장에게 에너지는 무엇일까. “사회에서 에너지는 몸 속의 피다. 에너지가 공급 안 되면 사회가 올스톱 될 것이다. 공기처럼 중요한데 고마움을 잘 모른다. 기존 인프라가 있어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쉽지 않은데 소비는 계속 늘테니 에너지기술개발은 시급한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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