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위해 사는 사람이 내일도 있어요”

이레샤 페레라

이주여성 자조단체 ‘톡투미’ 대표 이레샤

만나면 기운을 주는 사람이 있다. 스리랑카 이주여성 이레샤(38)가 그랬다. 약속 장소에 20분 늦게 도착한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안정적 수입도 없이 사무실까지 마련하고 어떻게 운영할거냐는 질문에 “걱정 대신 도전한다” “지금 위해서 사는 사람이 내일도 있다”며 싱글벙글이다.

2010년 3월부터 ‘톡투미(Talk to me)’라는 이주여성 자조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레샤는 최근 서울 용산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공공기관에서 지원해 준 것도 아니다. 지난해 한 단체로부터 받은 상금 500만원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마련했다.

그는 사회적 편견이 담긴 `다문화가정주부’라는 틀에 박혀 있으면 진정한 다문화주의를 실현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도움받는 존재에서 벗어나 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래서 만든 단체가 톡투미다.

이레샤는 “모든 일이 대화로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톡투미’로 지었다”며 “지금은 이주여성 뿐 아니라 한국사람들도 많이 찾아와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톡투미에서 펼치는 사업은 다양하다. 재활용인형 모니카 제작, 말하는 도시락, 요리교실, 찾아가는 세계이해 교육 등. 개당 2만원에 판매되는 모니카 인형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데 쓰인다.

모니카는 동남아 여성의 흔한 이름이다. 또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머니까’란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모니카 인형은 만든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인형”이라고 말했다.

‘다문화 도시락’은 단체 도시락 배달과 출장뷔페 사업이다. 다양한 아시아 음식으로 꾸며진 출장 뷔페는 찾는 이가 많다. 얼마 전엔 200명이 넘는 행사도 치렀다고 한다. 도시락을 독거노인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을 위해 30여 명이 봉사하고 있다.

‘이모나라 여행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이주여성들이 고향을 돕는 활동이다. 지난해 여름 울산대 학생들과 스리랑카 칼루타라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해 건물과 놀이터를 개보수했다. 이 지역은 쓰나미 피해를 입은 곳이다. 5명의 학생에게 장학금도 전달했다.

이레샤는 이런 활동을 통해 가장 기쁜 건 아들의 변화라고 했다. 그는 “큰 아들이 피부색이 짙은 나를 많이 닮아 놀림을 받곤 했는데, 내가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도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여성들의 고향을 돕는 ‘이모나라 여행 프로젝트’. 지난해 여름 울산대 학생들과 스리랑카 칼루타라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해 건물과 놀이터를 개보수했다. <사진=톡투미>

자취 집주인이 시어머니 돼

이레샤는 스리랑카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4년부터 타국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간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이곳에서 디자인일을 배웠다. 의류회사의 바이어로 활동하다 싱가포르로 넘어갔다, 거기서 한국 의류업체와 인연이 돼 2002년 한국으로 건너왔다가 2004년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 과정이 재미있다. 당시 자취하던 집 주인이 지금은 시어머니다. 아들과 중매를 놓은 셈이 됐다. 시어머니가 낯선 땅에 와서 씩씩하게 사는 이레샤를 예뻐했다. 이런 가족사가 EBS 등 텔레비전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레샤는 이제 유명인사가 됐다. KBS ‘러브 인 아시아’와 평화방송(PBC) 양미경의 ‘우리가 무지개처럼’에 고정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월간지 <샘터>의 필자이자 강연가로 활동하며 이주여성의 한계를 넘어 온 국민에게 긍정의 기운을 전하고 있다.

“처음엔 외모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오해와 차별을 받기도 했다. 차별하는 그들에게 똑같이 대할 순 없고, 나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사실 모든 봉사가 나를 위한 봉사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주여성들이 당당한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데 힘을 보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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