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공장은 다시 열었지만…

붕괴 8일만에 섬유공장 재가동…노동환경 개선 절실

방글라데시 사비르 공단 의류공장 건물 붕괴사고로 확인된 사망자 수가 430명을 넘어가는 가운데 사고 이후 가동을 멈췄던 공장들이 8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참사를 ‘노예 노동’ 때문이라고 규탄하고 원청업체 소재 서구권 국가들도 뒤늦게 ‘책임’을 인정하고 나섰지만, 저임의 노동착취에 신음하는 이들 노동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섬유공장 재가동…피해는 ‘눈덩이’

사고 여파로 작업을 멈췄던 의류제조 공장들은 2일 일제히 재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24일 수도 다카 외곽에 자리한 8층짜리 의류공장 건물 ‘라나 플라자’가 무너진 지 8일 만이다.

사고 후 열악한 노동환경에 항의하고 사고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잇따랐고 전날인 노동절에도 2만여명이 거리시위를 벌였지만 이날은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공장 가동이 재개됐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업협회(BGMEA)의 샤이둘라 아짐 부회장은 “공장 대부분이 문을 열고 직원들도 근무를 시작했다”며 “시위나 폭력이 있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카 경찰도 “현재까지는 평화로운 상태”라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조용히 일터로 돌아갔지만 방글라데시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에 따른 상처는 엄청나다.

이날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433명이고, 실종자도 150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망자 수는 5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방글라데시 정부는 보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공장 가동이 중단된 8일간 하루 평균 2500만 달러(약 276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BGMEA는 추산했다.

‘노예 노동’이 부른 참사…서구권 뒤늦은 책임 인정

이번 참사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일 이번 사고를 “노예 노동과 같은 근무 환경이 부른 참사”라고 지적하고 “한달에 38유로(한화 약 5만5000원)로 생활하는 것은 노예 노동”이라고 규탄했다.

제3세계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방관하며 저가 제품을 팔아 수익을 거둬온 원청업체의 서구국가들도 잇따라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일 패트릭 벤트렐 부대변인을 통해 미국 업체들도 이번 사고 건물에 입주한 의류업체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았다고 밝히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벤트렐 부대변인은 “미국 업체들이 방글라데시를 포함해 하청을 주는 나라의 노동환경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방글라데시의 노동조건 개선을 끌어내기 위해 무역조치를 검토하겠다고 1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영국의 프라이마크와 스페인의 망고, 이탈리아의 베네통(Benetton) 등 의류업체들도 사고건물 입주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일부는 피해보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동환경 개선 계기 될까…베트남 등 선례 ‘주목’

이번 참사를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예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베트남은 방글라데시와 마찬가지로 의류제조와 수출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임금 수준과 노동환경 등에 관련된 노동법상 기준은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저가 출혈경쟁보다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 집중하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이 방글라데시의 세배에 달하는 임금을 감수하면서도 베트남을 찾는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베트남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더 나은 노동(Better Work)’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타라 랑가라잔은 “노동착취 공장들은 고용과 임금정산 사이클이 짧고 저가 전략을 취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그런 밑바닥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방글라데시의 노동환경 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1993년 180여명의 사망자를 낸 장난감 공장 화재 사건 이후 공장 노동환경에 대한 기준이 상당 부분 강화됐다.

홍콩에서 일하는 글로벌 의류업체 책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번 사고로 모든 업체들이 공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글라데시는 베트남과 달리 최저임금에 대한 기준이 없고 의류 노동자들의 조합 설립도 인정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이런 점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바이어들은 다른 공급처를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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