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현의 ‘세테크’ 비법] 집주인에게 체납세금이 있다면?

*류성현 조세전문?변호사는 국세청에서?사무관으로 근무하며(2009~2012) 이의신청, 조세심판, 조세소송 등 다양한 세금 분쟁을 처리한 조세불복 전문가입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세금 이슈들과 절세 전략을 담은 <국세청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세금의 진실>(2013)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 담긴 알쏭달쏭 잘 모르고 지냈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세테크’ 방법들을 아시아엔(The AsiaN)에 소개합니다.?

집주인에게 체납세금이 있는 경우, 보증금 떼일 수 있다

주택을 임차하거나 상가건물을 임차하고자 할 때 보통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통해 임차인의 보증금에 대한 권리보다 앞서는 저당권 등의 권리가 있는지를 검토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다. 세금을 체납한 임대인에게 그 건물 이외에 다른 재산이 없는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건물을 압류하고 공매처분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세금을 걷어간다. 이때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이 국가의 조세채권보다 후순위일 경우 자신의 임대차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가의 세금이 다른 일반채권보다 우선하여 충당된다는 원칙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임대인에게 체납세금이 있다면 국가는 바로 임대인의 재산을 압류하여 공매처분을 할 수 있고, 임차인 등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하여 체납된 세금을 징수한다(소액임차인 등 일부 예외 있음). 따라서 매각대금에서 국가가 세금을 징수한 후 남는 것이 없게 되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세가 우선한다는 원칙을 무제한적으로 인정할 경우 저당권자, 임차인 등이 임대인으로부터 자신의 채권을 반환받으리라는 기대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늘 불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세법은 조세우선권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조세채권이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하더라도 저당권설정일이나 임대차계약서상의 확정일자가 조세채권의 법정기일보다 빠른 경우에는 저당권자나 임차인이 국가에 우선하여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와 같이 신고에 따라 납세의무가 확정되는 국세는 신고일, 정부가 부과?결정하는 상속세, 증여세 등의 국세는 납세고지서의 발송일을 말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임대인 A가 시가5억원 상당의 건물을 담보로 2012년 4월 20일 은행으로부터 2억원을 빌리면서 근저당을 설정해 주었다. A는 2012년 5월 2일에 2011년도 종합소득세 2억원을 신고만 하고 세금은 납부는 하지 않았다. B는 2012년 6월 3일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위 건물을 보증금 2억원에 임차하기로 했다. 시가 5억원 정도의 건물에 2억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지만 시가가 5억원 정도 되니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보증금 2억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A가 세금을 계속 납부하지 않자 세무서는 건물을 공매처분하였고 건물은 4억원에 낙찰되었다. 매각대금 4억원은 우선 순위에 따라 배당된다. 소득세의 법정기일은 신고일인 2012년 5월 2일이다. 그런데 저당권 설정일은 2012년 4월 20일이므로 조세채권 보다 앞선다. 그런데 B는 2012년 6월 3일에 확정일자를 받았으므로 조세채권 보다 순위가 밀린다. 매각대금은 저당권자에게 2억원, 세무서에 2억원 배당되었으며 B는 한푼도 받지 못하였다.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으므로 임차보증금채권을 안전하게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B로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앞서는 경우 임차인이 보증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차인은 해당 건물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하기 전에 임대인의 체납세금 존재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임대인이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거나 많은 대출을 통해 무리하게 임대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임대인에게 체납된 조세가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성은 더 커진다. 임대인이 납부하지 아니한 국세가 있는지 여부는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관할 세무서장에게 열람신청을 하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을 임차하는 경우나 소규모 상가를 임차하는 경우에 현실적으로 체납사실에 대한 확인동의를 해줄 임대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하루빨리 확정일자를 받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확정일자를 받아놓으면 적어도 확정일자 이후에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세금보다는 임차인이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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