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라운드업 11/18] ‘일대일로 빚더미’ 라오스 물가 급등
1. 중국 시진핑, 미중관계 ‘구동존이’ 메시지
– “양국이 파트너·친구가 돼 구동존이(求同存異)하고 서로 성취한다면 중미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오후(현지시간)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서 한 발언. 특히 ‘구동존이’가 시 주석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
– 구동존이는 ‘공통점을 찾고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는 의미로 중국의 오랜 외교 원칙. 1955년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가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서 ‘국제관계에서의 평화공존 5원칙’을 설명하며 처음 등장.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구동존이를 강조.
–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패권 경쟁에 돌입한 미중관계에 대해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호응. 미중 정상은 결국 군대군(軍對軍) 대화 재개 합의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합의를 끌어냈음.
–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의 어쩌면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미중 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설명. 그는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쓴다는 중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에 따라 중미 관계를 처리한다는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음.
– 특히 “‘투키디데스 함정'(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역사적 숙명이 아니고 ‘신냉전’은 해서도, 이길 수도 없다. 대(對)중국 억제는 현명하지도, 가능하지도, 뜻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 아울러 “상대방을 라이벌·적으로 삼아 악성 경쟁을 하고 서로 상처를 입히면 중미 관계는 곡절을 겪거나 심지어 퇴보할 것”이라고 지적.
2. ‘반도체 자립’ 중국 국유기업들, 12인치 웨이퍼 설립에 6조원 투입
– 중국 국유기업들이 고부가가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12인치 웨이퍼 제조시설 건설에 나설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전했음. 중국 상하이거래소 상장사인 베이징 옌둥반도체(YDME)는 전날 국유기업 베이징전자(BEC)의 자회사 베이징전자IC제조의 웨이퍼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프로젝트에 49억9천만위안(약 9천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4.95%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음.
– 같은 날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이자 선전거래소 상장사인 BOE테크놀로지는 이 프로젝트에 지분 10%에 해당하는 20억위안(약 3천8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 이밖에 베이징 이좡투자와 베이징국유자산관리, ZGC그룹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주주들은 총 200억위안(약 3조8천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부채 조달로 해결할 방침. 투자 총액은 330억위안(약 6조4천억원).
– YDME는 2021년 16.7% 수준이었던 중국 집적회로(IC) 시장 내 국내 생산 비율이 2026년 21.2%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 중국 반도체 제조 중심지인 상하이 주변 양쯔강 삼각주에 비해 베이징은 제조 방면이나 패키징·테스트 같은 백엔드 공정 방면 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 이에 새로운 팹 프로젝트는 베이징이 상하이와의 격차를 줄이고 자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다고 SCMP는 설명.
– 웨이퍼는 반도체 제작의 바탕이 되는 원판 모양의 기판 소재. 1인치에서 12인치까지 다양한 직경으로 생산되는데, 그간 8인치 등의 웨이퍼가 많이 쓰였으나 최근에는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 제작에도 유리한 12인치 웨이퍼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 이번 발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생산) TSMC가 미국의 압력 속에 중국 업체 주문을 받지 않기로 한 시점과 맞물림.
3. 대만, 2026년 중국 개최 APEC 참가 추진
– 대만이 2026년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언론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 쉬쓰젠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부비서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폐막일에 밝힌 중국의 2026년 APEC 개최 입장과 관련해 대만은 해당 행사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음.
– 쉬 부비서장은 “APEC 체제의 의사결정 방식은 합의제에 기초하고 있다”며 중국은 APEC 규정, 관행, 실천을 준수하고 회원국 참석자의 신변 안전 보장을 약속한 상태라고 말했음. APEC 정상회의는 아태 지역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6천여 명이 모이는 연례회의로 정상회의·관료회의·기업회의 등으로 구성돼 있음. 대만도 APEC 공식 회원.
– 한편, 대만 연합보는 시 주석이 16일 리마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개최한 양자 정상회담에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이름을 처음 언급했다고 보도. 다만 이에 대만 측 관계자는 시 주석이 ‘라이칭더’라고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중국 매체가 ‘라이칭더’와 ‘민진당 당국’이라는 글자를 임의로 넣어 보도한 것이라고 설명.
4. 중국, 해안경비함 앞세워 대만부터 필리핀 해역까지 영유권 주장
– 중국이 해군에서나 볼 법한 군함을 해안경비대에 배치해 갈등을 빚는 주변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 미국 월스트리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중국 해안경비대가 보유한 초대형 순찰선인 ‘해경 5901’, ‘해경 2901’의 목적을 분석. WSJ은 중국이 자신들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수역에 이들 선박을 내보내 저항하는 국가를 억누르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
– 약 165m 길이인 이들 두 선박은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경비대 순찰선. 미국이 보유한 비슷한 급의 순찰선보다 약 37m 더 길다고 WSJ은 설명. 외양뿐만 아니라 성능도 일반적인 순찰을 넘어선다는 평가. 이들은 각각 76mm 함포, 원격 조종 물대포, 헬리콥터 착륙장 등을 갖추고 있음. 항속 거리가 약 2만7천358km여서 한 번의 연료 공급으로 지구 절반 이상을 항해할 수 있음.
– 이들 순찰선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훈련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음. 중국군이 지난 10월 초 대만 주변의 바다와 하늘에서 사상 최대의 훈련을 실시했을 때, 해경 2901호가 소함대를 이끄는 모습이 중국 국영TV에서 방영됐다고 WSJ은 전했음. 또한 당시 해안경비대 홈페이지에는 대만 섬보다 더 큰 크기의 해경 2901 이미지가 게재됐다고 함. 해경 2901이 대만 동부 해안 인근에서 포착된 적도 있음.
– 남중국해에서도 이런 선박이 목격된 적이 있음. 해경 5901의 경우, 지난 6월 한 중국의 배와 필리핀의 배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현장으로 출동. 이 선박은 당시 사건 다음 날까지 영유권 분쟁지를 포함한 필리핀 섬들 주변을 항해한 것으로 알려졌음. 필리핀 언론은 해경 5901을 ‘괴물’이라고 지칭.
– 미국 국방부의 지난해 추산에 따르면 중국 해양경비대는 세계 최대 규모로, 150척 이상의 순찰선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 미국이 보유한 비슷한 유형의 선박은 약 80척. WSJ은 “중국은 지난 10년간 다른 어떤 경쟁국보다 해양경비대를 크게 확장했다”며 이를 통해 대만과 남중국해,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했다고 지적.
5. ‘일대일로 빚더미’ 라오스 물가 급등
– 라오스에서 물가가 연간 20% 이상 치솟으면서 생활고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로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된 탓이라는 진단이 나옴.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라오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23%에서 지난해 31%로 치솟았으며, 올해도 25%로 고공 행진할 것으로 전망.
– 라오스 물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치솟기 시작했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고삐가 풀렸음. 특히 쌀, 설탕, 기름, 닭고기 같은 생활필수품 물가가 지난해 약 배로 오르면서 일반 가계는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음. 이처럼 생활고가 한층 악화하면서 라오스 5세 미만 어린이 거의 3명 중 1명이 영양실조로 발육이 멈췄다고 ADB는 전했음. 이런 영양실조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
– 라오스 경제가 이같이 어려워진 배경으로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 참여로 지게 된 대규모 부채가 꼽힘. 라오스 정부는 약 60억 달러(약 8조4천억원) 규모의 중국∼라오스 철도와 수력발전 댐 건설 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수십억 달러의 차관을 도입. 그 결과 라오스 국가채무는 130억 달러(약 18조원)를 돌파, 국내총생산(GDP)의 108% 수준으로 치솟았음.
– 이에 대해 세계은행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이 같은 국가채무 수준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 국가채무를 상환하느라 외화가 대량 유출되면서 라오스 킵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한층 심해지는 악순환에 라오스가 빠졌다는 것. 라오스 정부가 지급하는 채무 이자 금액은 올해 총 17억 달러(약 2조4천억원), 향후 3년간 연평균 13억 달러(약 1조8천억원)에 이름.
– 국제기구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의 포 린 응 이코노미스트는 “라오스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킵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내수가 위축되고 경제 회복이 둔화했다”고 설명. 라오스 당국은 최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긴축 재정을 펴고 있음.
6. 파키스탄 선박, ‘1971년 분리 독립’ 이후 방글라 최초 기항
– 파키스탄에서 방글라데시가 분리 독립한 1971년 이후 처음으로 파키스탄 선박이 방글라데시 항구에 기항. 17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일간 방글라데시포스트 등에 따르면 한 파키스탄 화물선이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항을 출발해 지난 13일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항에 도착. 컨테이너 370개를 실은 이 화물선은 다음날 인도네시아로 떠났음.
– 파키스탄 화물선의 이번 기항을 계기로 양국이 무역을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옴. 시예드 아흐메드 마루프 방글라데시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성명을 내고 독립전쟁 이후 파키스탄 선박의 첫 방글라데시 도착을 확인하면서 이는 양국 간 직접 무역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음.
– 독립전쟁은 1971년 당시 동파키스탄으로 불리던 방글라데시가 서파키스탄(현재 파키스탄)과 치른 전쟁을 말함. 당시 인도가 동파키스탄군을 지원해 전쟁은 9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동파키스탄의 승리로 끝났고 이어 방글라데시가 탄생. 이후 전쟁의 상흔 등으로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과 줄곧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음. 방글라데시의 많은 국민은 전쟁 도중 파키스탄군이 잔학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음.
– 그러던 양국 관계는 지난 8월 초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됐음. 파키스탄의 ‘앙숙’ 인도와 밀착해온 셰이크 하시나 당시 총리가 대학생 시위를 무력진압하다가 수백명이 사망하자 사퇴하고 인도로 달아난 것. 이후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를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 파키스탄과 관계 개선에 나섰음.
7. 이스라엘, 레바논 맹폭…헤즈볼라 대변인 사망
–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함마드 아피프 수석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망. AP 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의 범아랍권 정당 바트당 사무실에 있던 아피프 대변인이 공습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음.
– 이스라엘 현지매체도 이스라엘군이 이날 헤즈볼라의 주요 거점인 베이루트 남부 교외가 아닌 시내 중심부 라스알나바아 지역을 공습했다면서 이례적으로 사전 대피 경고도 없었다고 전했음.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중심가를 공습한 건 지난달 10일 이후 한 달여만인 것으로 알려졌음. 이스라엘군도 성명을 통해 “베이루트 지역에서 정보에 기반한 정밀폭격을 가해 테러범 무함마드 아피프를 제거했다”고 확인.
– 이스라엘군은 아피프 대변인이 헤즈볼라의 ‘선전전 수장’으로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는 등 “이스라엘국에 반하는 헤즈볼라의 테러 행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왔다”고 주장. 아피프 대변인은 헤즈볼라 자체 방송인 알마나르 TV를 수년간 관리하다 대변인직에 올랐고, 올해 9월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시작된 이후 대외노출이 대폭 늘어난 상황이었음.
– 아피프 대변인은 9월 말 폭사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측근으로 과거 헤즈볼라 자체 방송인 알마나르TV를 관리. 그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를 점령하지 못했으며 헤즈볼라는 장기전을 치를 충분한 무기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음.
– 이번 공습은 레바논 정부가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진행된 것.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지속 중인 이스라엘군은 전날 오전부터 이틀간 다히예의 무기고와 지휘센터 등 레바논에서만 200곳 넘는 군사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잔당을 겨냥한 작전을 실시하며 인명피해가 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