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시아 각국 설 풍경들
다채로운 아시아 각 국 설날 풍경
설날이다. 한국은?음력설을 쇠며 보통 2월에 설날을 맞이한다.?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는다. 할머니는 손주에게 세뱃돈을 준다.
동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설 풍경은 한국과 대체로 비슷하다. 집을 청소하고 새옷을 입고 가족과 전통 음식을 나누며?새해 복을 빈다. 다만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종교와 종족의 전통에 따라 3월, 4월, 9월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국가들도 있다.?서양의 영향에 따라?일본, 필리핀 등 양력 1월 1일을?기념하는 국가도 많고, 전통적인 설날이 존재하지만?의미가 퇴색된 곳이 있다.
아시아 각 국의 설날 풍경을?둘러봤다.
동아시아권 일본 외 대부분 음력설 지내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음력설을 지내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중국으로 중국에서는 음력설을 춘절(春節)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도 큰 명절이다 보니 고향 방문을 위해 몇날 며칠에 걸쳐 대이동이 시작된다.
이날 중국의 북쪽 지역은 만두, 남쪽 지역은 떡국, 원통 모양의 찹쌀떡인 녠까오, 탕원(알심을 넣은 탕) 등을 먹는다. 중국의 명절에선 특히 폭죽을 빠뜨릴 수 없다. 폭죽의 요란한 소리가 액을 쫓아내고 행운을 불러 온다고 생각한다. 또 공명등이라고 해서 붉은색 등을 만들어 그 안에 소원을 담아 하늘로 올려보내는 풍습이 있다. 제갈공명이 전장에서 포위되었을 때 구조신호를 날렸던 등에서 유래돼 공명등이라 불린다. 그 외 뒤집어진 복자를 걸어둔 상점, 집을 볼 수 있다.
일본도 과거에는 음력설을 지냈지만,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설을 쇤다. 일본의 설날은 ‘요쇼가츠’라고 부르며 보통 1주일 이상의 연휴를 갖는다. 그동안 각지에서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동아시아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일본인들의 새해 음식으로는 ‘모찌’와 그믐날의 특별 야참인 ‘소바(메밀국수)’를 들 수 있다.
이 모찌를 이용해 오조니라고 하는 일본식 떡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이 오조니를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의 대표적인 설 음식으로 오세치 요리가 있는데, 37가지 요리를 12월부터 만들어 두었다가 새해가 되면 먹는다.
몽골도 음력설을 기념한다. 하지만 태음력을 사용해 한국과 차이가 있을 때도 있다. 몽골에서는 설날을 ‘차강사르’라고 부른다. 이는 하얀 달이라는 뜻으로, 몽골에서 흰색은 길상, 풍부, 순결을 상징한다. 차강사르는 몽골 최대의 길일로 이 날 한 해의 집 운이 좌우된다고 믿기 때문에 보통 1~2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이날 몽골 사람들은 양고기를 넣은 보츠라는 만두를 먹는다.
몽골인인 재한국제유학생협회(ISAIK) 어트거씨는 “몽골에서 설날은 최대 명절이자 성대한 축제이다. 몽골인들은 석달 전부터 설날 준비를 시작한다. 설날에는 보통 집집마다 1000개 이상의 ‘보츠’(몽골식 고기만두)를 만든다”고 말했다.
몽골에는 한국과 비슷한 세배 문화가 있다. 설날 아침, 몽골인들은 해 뜨기 전 일어나 아침에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이때 ‘하닥’이라고 불리는 흰 천을 들고 서서 세배를 하며 연장자에게 세뱃돈을 드리는 것이 한국의 세배와는 다른 점이다.
동남아 국가 인종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설날 맞아
동남아 국가에서는 베트남이 음력설을 지낸다. 이를 ‘뗏’이라고 부르며 음력 12월 23일부터 시작된다. 공식적으로는 4일 정도가 휴일이지만 민간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2주 정도 쉴 정도로 큰 명절이다.
뗏의 풍습으로 바잉쯩, 바잉자이라는 두 가지의 떡을 만들어 먹는다. 둘 다 찹쌀로 만든 떡이지만 바잉쯩은 땅, 바잉자이는 하늘을 상징한다. 이 떡을 바나나 잎에 싸서 먹는데 잎에 싸는 이유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상징한다. 안에는 푸른 콩, 돼지고기 등이 함께 들어간다. 두아하우(수박)를 잘라 먹기도 한다.
뗏 기간에 새옷을 입고 ‘바오추아’, ‘냄천’ ‘다가’ 등의 게임을 즐기며 보낸다. 어른들은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 아이들에게 돈을 준다. 새해 첫 날의 첫 방문자가 누구인가에 의해 그 해의 길흉화복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미리 초대하기도 한다.
필리핀은 새해 첫날을 설날로 보내는데, 새해에 오렌지, 사과, 포도 등 동그란 모양의 과일 12가지를 큰 접시에 담아 12일 동안 놓아둔다. 이는 12달, 즉 한 해 동안 돈이 들어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주머니에 동전 12개를 넣고 소리를 내며 흔드는 풍습도 있다. 이때 주머니에 넣어둔 돈은 사용하지 않는다. 필리핀 출신의 돈나벨 카시퐁씨는 “이날 돈을 쓰면 한해 내내 그렇게 쓰게 될 것으로 여겨 사용을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고유의 설날인 ‘쏭끄란’(4월 13일) 때 새해맞이 축제를 하는데 이때? 북부지방에서는 어른이 새해 축복의 인사로 몸이 젖도록 물을 붓고 물 세례를 받은 사람도 답례로 물을 붓고 복을 비는 ‘담후어’라는 의식을 치른다. ‘쏭끄란’은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이 새로운 영역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날 태국 사람들은 마을단위 혹은 친족단위로 모여 부처나 조상의 위패를 모셔놓은 뒤 절을 하고 식사를 함께 한다. 태국의 대표적 음식인 쌀국수는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다. 볶음밥인 ‘카우팟’이나 튀긴 돼지고기에 소스를 얹어 먹는 ‘카남무컥’ 등의 음식도 있다.
‘서로 간에 물을 뿌려주는’ 독특한 새해맞이 풍습은 라오스에도 있다. 라오스에서는 음력설을 쇠지는 않지만 새해 첫날을 석가탄신일에 버금가는 축제로 여긴다.
서울시립대 교환학생 아오이 파릿다씨는 “태국에서는 승려들에게 물을 뿌리지 않지만 라오스에서는 가장 먼저 선생님과 어른들에게 존경의 표시로 물을 부으며, 그 다음에는 만수무강과 평화를 기원하며 스님들에게, 마지막으로 서로 물을 뿌린다”고 말했다.
남아시아 국가에선?끼리바트(밥우유죽) 꼭 먹어
스리랑카, 방글라데시도 태국과 같이 4월 13일경을 설날로 지낸다. 스리랑카의?남자들은 샤롱, 여자는 샤리를 입고 끼리 바트(밥우유죽)를 반드시 먹는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유학생 루소씨는 “방글라데시에선 설날을 ‘노보보르샤’라 부른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의 공원에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눈다”며 “더운 날씨라?시원한 물에 담근 밥과 생선 등을 함께 먹거나 무그라이 치킨, 빠에스(디저트) 등을 특별식으로 먹는다”고 전했다.
부탄에서는 부탄달력에 따라 2월 11일이 설날이다. 부탄 역시 친척과 가족들이 모여 이마 닷시, 퍄샤 빠, 자샤 마루 등의 음식을 나누고 게임을 즐기며 설 명절을 보낸다. 이날 여성들은 키라 남성은 고라는 전통복을 입는다. 이 무렵 부탄에서 인기스포츠인 아르체리(양궁) 대회가 지역마다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다.
인도 역시 스리랑카처럼 설날 온 가족이 모인 집안의 마당에서 냄비에 불을 지펴 우유와 쌀이 들어간 죽을 끓이면서 한해의 길흉을 점친다. 죽이 잘 안 끓여지거나 냄비가 깨지면 운수가 없다고 하고 잘 끓여지면 행복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인도사람들은 설날 죽을 무화과 잎사귀에 싸서 친지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네팔 출신의 사라씨는 “요즘 네팔에서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1월1일을 새해로 기념하는데 크게 색다른 것은 없고 한 해의 소원을 비는 정도”라며 “일부 부족은 아직도 전통적으로 새해를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선?춘분 ‘노루즈’가?설날 ???????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 오면 이란, 중앙아시아,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쿠르드족과 홍해 연안에 이르기까지 수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새해를 맞는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설날을 ‘노루즈’라고 하는데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3월 춘분을 설날로 지낸다. ‘노’는 ‘새롭다’는 뜻이고 ‘루즈’는 ‘날’을 의미한다. 노루즈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의미로 봄은 선(善)을, 겨울은 악(惡)을 의미해 페르시아의 이원론이 투영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날 이란 사람들은 집안을 청소하고 새옷을 입는다. 새해를 맞아 ‘하프트 신(Haft-Sin)’이라고 불리는 상을 차린다. 하프트(Haft)는 7이라는 뜻이고 신(Sin)은 영어의 S에 해당한다. 7은 건강과 번영, 사랑 등을 의미하는 행운의 숫자다. S가 들어가는 7가지는 풀, 식초, 마늘, 향신료, 사과, 연꽃열매, 푸딩 등이다. 이밖에도 금붕어, 코란, 거울, 촛대, 꽃 등으로 화려하고 풍성한 상이 차려진다. 이 축제는 3월의 마지막 화요일 밤에 벌이는 불의 축제 ‘차하르샨베 수리’로 시작해 13일째 되는 날 ‘시즈다 베다르’라는 축제로 마무리된다.
그밖에 이스라엘은 유대달력에 따라 양력으로 9월에 새해맞이 행사를 한다. ‘로쉬하사나’로 불리는 설날에 서로 행운의 덕담을 하면서 꿀에 담근 사과나 대추야자, 호박, 사탕무우를 먹는다. <글=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