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대가 ‘갤럽’ 박무익 대표, 대선에서 누구 찍었을까?
국내 최대 여론조사기관이자 세계 60개국 이상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지난해부터 매일 변화하는 여론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데일리 정치지표’를 공개했고, 이번 대선에선 투표일까지 여론의 흐름을 가장 정확히 파악해 주목을 받았다. 그 한국갤럽 대표인 박무익 회장은 과연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을까?
15일 점심 서울시 종로구 아시아엔(The AsiaN) 사무실을 찾은 박무익 회장의 이야기가 의외다.
“지금까지 투표를 한 적이 없다. 교육감 선거 때는 손자들을 위해서 한번 투표를 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안 했다. 여론조사기관의 대표로서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투표를 하려고 하면 성향이 생기게 되고, 그런 것들이 만의 하나 조사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투표를 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주위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박 회장은 “여론조사는 온도를 재는 것이다.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요즘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정책결정에 대해서는 “복지에 대한 약속을 내세우며 밀어 붙이는 것보다는 여론을 들어야 한다. 정책 집행자들은 편견이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무슨 일을 하든, 조사를 통해 먼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론조사는 정치 분야 뿐 아니라 기업, 정부, 학술단체 등의 의뢰가 더 많다. 여론조사를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은 알게모르게 바뀌고 있다. 커피믹스 봉지를 세로가 아닌 가로로 자르도록 바꾼 것도 여론조사였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어느 순간 친절해졌다고 느끼는가? 그것도 여론조사 덕이었다.
“과거 고건 서울시장이 25개 각 구청의 공무원 친절도를 조사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니깐 친절도 하위 구청 공무원들이 친절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여론조사를 잘 활용한 정치인으로는 유시민 전 장관이 있었다.”
여론조사는 선거 출마 여부를 결정해 주기도 한다.
“모 기업 대표가 20년 전 선거 출마를 고심하며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를 보니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출마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그 분은 그 결과를 받아들여 명예를 지킬 수 있었다.”
한편 박 회장은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TV토론보다도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이인제 후보는 TV토론 직후 지지도가 3% 올라갔지만 일주일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후보 당사자에 대한 이미지가 표심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여론조사가 가장 올바른 방향을 보여준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여론의 흐름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다. 이제, 조금 더 여론에 귀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