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한판 대결’…셀텍스와 FDA 그리고 RNL바이오
미국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가 발행하는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1월3일자 ‘줄기세포의 마지막 결전, 셀텍스 對 FDA’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셀텍스와 FDA, 알앤엘바이오(RNL Bio)의 삼각관계를 조명했다.
이는 최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 내용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 한국 등에서 ‘불법시술’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셀텍스와 알앤엘바이오는 지난해부터 소송이 진행 중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줄기세포를 투여 받아 난치병을 치료한 환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합법성’ 입장에 있는 미국 텍사스 주당국과 아직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없어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대립을 자세히 소개했다.
사건은 2011년 봄 시작됐다.
“스탠리 존스는 단순한 의사가 아니었다. 그는 줄기세포 치료에 만족한 환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는 자가면역성 관절염을 치하받기 위해 한국의 알앤엘바이오를 통해 자가지방성체줄기세포를 투여 받았다. 2011년 3월,?스탠리 존스는 휴스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업가 데이비드 엘러와 함께?‘셀텍스’를 설립했다. 셀텍스는 미국 최초의 영리 목적 줄기세포센터 중 하나다. 그들은 한국 알앤엘바이오의 기술과 치료가 절실한 200여 명의 환자 고객이 있었고 그?중에는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텍사스주 의료당국을 설득해 관계당국의 감독 아래 의사가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즉 텍사스에서는 릭 페리 주지사와 의사, 사업가 등이 한 마음으로 미국의 첫 영리줄기세포센터를 설립한 뒤 한국의 알앤엘바이오와 손 잡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시작된다. FDA가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FDA는 셀텍스 연구소를 조사하면서 생산과 관련한?중요한 문제점 14가지를 발견했고, 승인 받지 않은 의약품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2012년 10월, 세시리아 존슨이?줄기세포를 투여 받기로 한 날이 되기 나흘 전, 셀텍스는 연구소 문을 닫았다. 셀텍스는 존슨을 비롯해 다른 환자 고객들에게도 줄기세포 투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셀텍스가 추진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이며 단편적 증거는 과학이 아니므로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 잡지는 설명한다.
비즈니스위크는 텍사스주 당국과 FDA 사이의 갈등을 이렇게 요약했다.
“어떤 환자들은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수많은 의사들과?감독 기관은 환자들의 생각과 좀처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 주지사의 야망, 사업가의 낙관론, 의사의 확신, 환자의 희망이 줄기세포 과학 안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
줄기세포가 과연 무엇이길래 이렇게 논란이 일고 있나.
“줄기세포는 인체의 마스터셀(master cell)이다. 조직, 기관, 혈액 등을 만들고 재생을 돕는다. 줄기세포는 종류와 성질이 다양하다. 그 중 배아줄기세포는 잠재적으로 가장 강력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논란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기금지원을 모두 중단했다. IPS(역분화 만능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의 특성을 발현하기 위해 유전자적으로 다시 프로그래밍된 성체줄기세포다.
성체줄기세포는 몸 전체에 존재한다. 중간엽 성체줄기세포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것으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데, 셀텍스는 바로 이 세포를 사용한다. 이 줄기세포에는 소염기능이 있다. 줄기세포는 척수, 탯줄의 혈액, 근육, 지방 등 신체 특정 부위에 존재한다. 몸이 다치면, 이 세포들은 각각의 자리에서 나와 보다 특화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제외한 다른 줄기세포는 오직 특정 세포로만 변환된다. 혈액 형성 줄기세포는 적혈구가 될 수 있어도 뇌세포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배아줄기세포는 환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비지니스위크는 줄기세포의 효능에 대해 보다 많은 과학자와 의사들을 인용했다.
“연구의 반 이상을 줄기세포에 쏟고 있는 텍사스심장연구소 제임스 윌러슨 회장은 ‘우리는 줄기세포에서 나왔고, 우리 몸 자체가 줄기세포의 생산품’이라고 말한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생물학 교수이자 줄기세포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아놀드 캐플런은 ‘적절한 세포를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사람에게 투여한다면 줄기세포는 엄청난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갈등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줄기세포 투여는 백신처럼 FDA의 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의약품인가? 아니면 텍사스의료위원회의 전속관할 아래 놓인 의료행위인가?”
이어지는 설명은 이렇다. “이 질문의 답은 바로 ‘최소한의 조작’을 어떤 의미로 보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세포가 연구소에서 ‘최소한’의 범위를 넘는 수준으로 조작된다면, 그 세포는 의약품으로 규정된다. 알앤엘바이오는 ‘배양된 세포는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세포와 언제나 동일하기 때문에 그것을 치료제로 사용한다 할지라도 의약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FDA를 비롯한 수많은 의학, 과학계 인사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이 잡지는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원장의 말을 이렇게 인용한다. “텍사스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텍사스가 성체줄기세포를 의약품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FDA의 승인이 없이도 텍사스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어 “알앤엘바이오는 특허 받은 줄기세포 기술이 있으며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식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없다. 환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의사에게 줄기세포를 투여 받는다. 2000년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한 라정찬 박사는 지난 4년간 줄기세포를 46차례 직접 투여 받았다. 알앤엘바이오에서 배양된 줄기세포가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자신의 몸에 먼저 투여하며 실험했다”고 소개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엘러와 라정찬 원장의 사업관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밝혔다.
“엘러와 라정찬 원장은 2011년 3월 중순, 야심찬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기술관련 협약서에 서명한다. 엘러는 자신과 존스를 포함한 투자자 10명에게 자본금을 모았고, 이렇게 모은 자본금 3000만 달러를 알앤엘바이오에 기술이전료로 지불했다. 엘러는 셀텍스의 사장이자 CEO가 됐고, 존스는 CMO(Chief Medical Officer)가 됐다. 알앤엘바이오는 텍사스 슈거랜드 근처에 연구소를 세웠고, 셀텍스가 인수 준비를 마칠 때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연구소는 한달에 환자 250명의 세포를 처리할 수 있으며 의사는 자신의 병원에서 이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다. 셀텍스는 북미에서 기술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입의 20%를 알앤엘바이오에 지불하기로 한다.
알앤엘바이오는 셀텍스가 이 같은 방식으로 연간 15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앤엘바이오는 셀텍스 주식 10%를 매수했고, 라 원장은 셀텍스 이사회 멤버다. 셀텍스는 최근 회사의 가치가 2억5000만 달러로 평가됐다고 발표했다.
페리는 셀텍스의 1호 고객이었다. 그는 ‘첫 고객이라는 것에 설렜죠’라고 말했다. 2011년 6월, 존스는 페리의 엉덩이에서 두 숟갈 정도의 지방조직을 채취해 셀텍스 연구소로 보냈다. 7월 1일, 줄기세포 치료가 정해지기 전에 이미 예정됐던 존스의 허리 수술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존스는 페리가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페리의 척수와 혈관에 줄기세포를 투여했다. 8월 초, <텍사스트리뷴>은 페리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버드줄기세포연구소의 데일리는 페리의 선택이 경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페리는 줄기세포를 투여 받고 난 뒤 몸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8월 13일,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한다.”
이후 2011년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잡지는 보도했다.
“그해 5월, LA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6명이 알앤엘바이오의 계열사인 휴먼바이오스타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들은 자신이 앓고 있는 당뇨병, 관절염, 고혈압, 불면증이 줄기세포치료 이후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엘러는 이 고소사건이 셀텍스와 관계없다고 못박고 있다. 라 원장은 이메일을 통해 ‘알앤엘바이오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좋은 사건은 아니지만 알앤엘바이오 기술의 안전성과 효율성은 과학적으로 검증 받았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알앤엘바이오는 이들을 맞고소한 상태다.”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다. 9월 FDA는 셀텍스가 승인받지 않은?제품(배양된 세포)을 불법으로 홍보했다며 경고장을 보냈다. FDA는 지난 여름 내내 셀텍스와 알앤엘바이오가 FDA의 지적사항을 이행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문제를 꺼내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엘러는 “FDA가 어떤 것을 요청하든 다 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FDA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페리 주지사?역시 FDA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텍사스의 결정이 의료계는 물론 경제에도 큰 도움 될 것이라는 사실을 FDA가 깨닫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FDA 대변인 역시 한발 물러선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밝혔다. FDA 대변인은 “FDA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아 치료제가 절실한 환자들에게 신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환자들과 목표가 같다. 그런데 세포와 조직 제품은 위험성 여부로 규제가 결정된다. 위험성이 낮다면 규제도 상대적으로 낮다. 규제 자체가 과중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독특한 규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엘러는 현재 각각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230명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환자들의 질환은 대부분 면역체계와 관련이 있다. 셀텍스의 연구는 2012년 1월 TABS(Texas Applied Biomedical Services)에 의해 승인됐다. 하지만 TABS 역시 지난 9월 FDA로부터 ‘관계자들이 전문성이 없고 부적절한 문서를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경고장을 받았다. TABS 조이스 하인리히 회장은 FDA의 경고에 따라 관련 사항을 수정 보완한 뒤 다시 FDA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여전히 셀텍스 연구를 관리하고 있다.
FDA 규정 대로 신약을 승인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막대하기 때문에 회사 경영은 쉽지 않은 일이다.?그렇다고 해도 셀텍스는 임상시험에 참여시킨다며 환자들에게?수만 달러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존스는 “난 사람들을 플라시보(위약효과) 조건에 두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나아지고 있는데 당신은 죽어가야만 하는 임상시험에 당신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존스는 셀텍스에서 CMO(Chief Medical Officer) 자리를 포기했지만 여전히 이사회 멤버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린다면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자 요청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보다 복잡해졌다고 비즈니스위크는 보도했다.
“셀텍스는 알앤엘바이오가 고객의 세포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알앤엘바이오를 상대로 금지명령을 신청했다. 고객들의 세포는 스테인레스로 된 ? 400 F 액체질소탱크 병에 보관돼 있다. 셀텍스는 고소장에서?’알앤엘바이오는 셀텍스가 연구소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고객 누구도 자신의 세포를 꺼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알앤엘바이오의 계열사인 휴먼바이오스타는 독립법인으로, 100만 달러의 비용과 하루 6000달러의 세포 보관료를 요구하고 있다. 휴먼바이오스타는 셀텍스를 고발하면서 지금까지 지급되지 않은 가공비용과 보관비용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2월 중순, 판사는 양육권 판결처럼 일시적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제 셀텍스는 연구소와 줄기세포 보관탱크를 감독 하에 방문할 수 있다. 알앤엘바이오는 의사의 명령이 있고 수수료 5000달러를 받으면 고객의 세포를 셀텍스에 제공해야 한다. 셀텍스는 현재 새로운 건물에 자신들만의 연구소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
줄기세포를 둘러싼 갈등은 또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기사 원문은 이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businessweek.com/articles/2013-01-03/stem-cell-showdown-celltex-vs-dot-the-f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