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칼럼] 대선후보들의 문선명총재 조문 ‘셈법’?
지난 3일 별세(성화)한 문선명 총재의 가평군 설악면 청심평화월드센터 빈소에는 연일 2만명 안팎의 국내외 조문객이 찾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 미국과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13일 현재 5만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한 가운데 눈에 띄고, 성화단(조문대)에 오르면서 오른쪽에 전두환 전 대통령과?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조화가 놓여 있다. 성화위원회 측에 따르면 북한의 평양 세계평화센터에 차려진 빈소에도 조문객이 잇따라 찾는다고 한다.
13일 현재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이수성 전 총리,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등이 있다.?조문자 명단에 빠진 이들이 떠오른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조그만 인연이라도 있다 싶으면, 혹은 득표나 정치자금 모금에 도움 된다면 하루에도 몇 군데씩 찾아드는 이들이 문 총재 조문에는 영 인색한 느낌이다. 그 이유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기독교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중진의원은 “종교를 떠나 김일성 면담과 세계평화에 기여한 점 등 업적이 많아 가야한다고 보는데, 솔직히 기독교쪽 눈치가 보여 망설이고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전직 고위인사는 “하루 이틀 더 관망하고 조문을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례식을 이틀 앞둔 13일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사람 가운데 아무도 발걸음을 않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 가운데 조화를 보낸 이도 없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외국 전현직 국가원수들이 직접 조문하거나 조의를 표하는 것과 대비된다. 문선명 총재는 1991년 12월 김일성 주석과 만난 것을 두고 이렇게 회고했다. “북한과의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상호존중하는 진정한 대화를 통하여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나는 그 대화의 길을 열고자 평양에 간 것입니다.”?
가장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만나러 평양에 간 것이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문선명 총재에 대한 조문을 꺼리고 있다. 기독교계 눈치를 보는 때문이다.
문선명 총재 조문이 혹시 기독교계의 반발을 불러올까 걱정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그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 옹색해 보인다. 문선명 총재가 ‘적’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옛날 장수들은 전쟁터에서 적장이 죽으면 애도를 표하며 예를 갖췄다. 통일교 초기의 일부 일들로 인해 기독교계 일각에서 사이비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미 해소된 과거사일 뿐이다. 기독교인들이 문 총재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고 할 근거는 과연 있는가??
이번 문 목사 별세를 계기로 통일교쪽에서도 되돌아봐야 할 것들을 많이 찾았으리라 본다. 문 총재에 대한 ‘신격화’ 흔적을 지울 수 있을 것인지? 3남 문현진씨에 대한 조문거부 및 이에 대한 현진씨의 반발 기자회견 등 형제간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954년 5월1일 통일교를 창립하면서 한 문 총재의 설교에 나와 있다.
“우리 교회는 모두가 환영하는 자리에서 창립된 것이 아니라 외로운 입장에서 몇몇 사람이 모여서 눈물과 더불어 이날을 선포했다. 좋은 것은 일상적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그 좋은 것을 찾기 위하여 어려움을 극복한 역사는 언제나 좋은 것을 맞이할 수 있는 새날의 약속을 자극시키는 힘의 모체로 남는다.”
지난 10일 초저녁 해질녘 조문을 마치고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군 이래 5000년 역사에서 문선명 총재처럼 미국, 일본 등 수십만 선진국 국민들 앞에서 사자후를 토하며 대한민국을 널리 알린 열정적인 삶을 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