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이순재·심양홍·박원근의 4인 4색 ‘하얀중립국’


<리뷰> 서울대연극동문회 관악극회 창단 공연 ‘하얀중립국’

가학성향에 관한 인류보고서···?왕따 문화 심각한 한국사회 보여줘

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이 한반도를 강타한 28일. 태풍이 서해안을 빠져나갔다는 오후 늦은 시간에도 여진이 남아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다. 이런 상황에서 연극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있을까? 그것도 서울대 연극동문회에서 올리는 심각한 작품을? 썰렁한 객석에서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를 하며 ‘하얀중립국’이 공연 중인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로 향했다.

기우였다. 객석에는 구봉서, 안성기, 이영애, 김혜은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유명 배우부터 일반 관객 200여 명이 일찌감치 관람석을 메우고 있었다. 배우 심양홍 씨는 이날 출연 순서가 아닌데도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물론 군데군데 빈자리가 없지 않았으나 평일 저녁 8시, 그것도 일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순수 연극을 표방한 작품에 이 정도면 대학로에서는 쇼킹한 사건이다.

이날 비바람을 뚫고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이끈 것은 절반이 배우 신영균의 힘이다. 49년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참고로 안성기씨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이사장이고 이영애씨는 이사의 인연을 맺고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여사장 김혜은씨는 서울대 연극동아리 출신이다.


신영균 출연 소식에 구봉서 안성기 이영애 김혜은 등 한걸음에 달려와

연극은 서울대연극동문회가 고민에 고민을 거쳐 선정한 작품답게 ‘집단 폭력’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뤘다. 김학천 연극동문회 자문위원장(전 EBS 사장)은 “집단적 폭력이 이른바 왕따 놓기로 개인과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번지는 어처구니없는 오늘을 우리는 살고 있다”며 “하루속히 안도라(하얀 중립국의 원제)를 공연하기 쑥스러운 우화로 만들자“고 말했다.

주제는 무거웠지만 어려운 연극은 아니었다. 노란족 청년 시로와 그를 싫어하는 하얀족 사람들, 시로를 사랑하지만 이복남매라는 이유로 결혼할 수 없는 여동생 아미, 진실을 숨긴 죄로 끝내 자살하는 시로의 아버지, 시로와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해 괴로워하는 신부, 그들을 둘러싼 하얀족과 검은족의 전쟁 등 여러 가지 사건들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연극을 보면서 최근 일어난 몇 차례의 칼부림 사건이 떠올랐다. 학교에 화염병을 던진 다문화가정 청소년도 생각났다. 모두 왕따였다. 그들을 왕따로 만든 것은 그들의 성품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성품도 집단의 폭력이 자행되면서 강화됐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로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빈방 있습니까’, ‘금관의 예수’를 연출한 최종률씨가 총연출을 맡아 짧은 시간 안에 배우들의 장점을 잘 살려낸 덕택이다. 비록 연출가 본인은 “78% 밖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주인공 시로 역을 맡은 이수현씨는 한예종을 나온 프로 연극 배우답게 2시간을 잘 끌어갔다. 신영균 씨는 베테랑답게 고뇌하는 신부의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했다.

덧붙이자면, 이날 출연한 배우들은 서울대 졸업 후에도 간간이 연극을 해 온 사람들이다. 서울대 재학시절 연극의 기본을 익혔고 연극 무대에 서면서 어느 정도 배우의 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라 아마추어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수현씨는 연극 동아리 출신은 아니지만 서울대 인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밟은 인연으로 함께 했다.

9월 1일(토) 까지 공연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무대 미술, 조명, 음향 역시 서울대 출신의 해당 전문가들이 맡아 극의 성격과 내용의 흐름을 잘 표현했다. 시로의 테마는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연극을 보고 나서는 길. 마침 극 중 ‘백치’ 역을 맡은 김창근 배우와 마주쳤다. “극에서 백치가 등장하는 의미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글쎄요, 하얀족 사람들의 위선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 혹은 그들이 사실은 백치라는 은유 그런 것 아닐까요” 했다.

신부로 열연한 신영균, 이순재, 심양홍, 박원근의 4인 4색 ‘하얀 중립국’은 9월1일(토)까지 공연되며 금·토는?오후 4시, 밤 8시 2회 막을 올린다.

김남주 david9303@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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