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영의 CQ] “내 책상 위의 호적등본”

가끔 책상 서랍 속 호적등본을 들여다 본다. 부모형제 조부모 증조부모 이름은 물론 들어 보지도 않았던 할아버지 형제들 이름도 있다. 각자의 생년월일 본적 원적이 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내는 시험 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성함 한자로 쓰기가 있었다. 왜 그리 어렵던지 아버지한테 혼나 눈물 찔끔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국 유학을 위해 짐을 꾸린다. 부모형제가 그리워 마음 약해질까봐 가족사진을 집어 넣었다가 다시 빼버린다. 대신 몇백원 호적등본 떼러 계단 높은 동사무소에 간다. 낯선 땅 좁은 아파트에서 생이 마감이 되더라도 이것 하나 있음 내가 이런 사람이었소, 라고 대신 말해줄 것 같다…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결과없이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순수한 각오가 있었다. 사춘기 소녀처럼….

호적등본 위에 노란 스티커를 올려놓는다. “나의 도전지수(CQ, Challenge Quotient)는 100” 이라고 쓰여있다. 지능지수 감정지수 다 남보다 앞설 것 없는 나에게는 근성이 있으니 폭풍처럼 다가올 모든 도전을 감당할 수 있다고 스스로 백점을 매겨본다. 그랬다. 동네 영어학원 한 번 다녀본 적 없는 나에게 서른 넘어 유학은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지금도 믿는다. 폭풍이 불어야 바다농사가 잘 될 것임을. 모든 것이 폭풍이고 모든 것이 도전이다. 도전은 자기수련을 요구한다. 공부도 연구도 직장생활 인간관계도 다 자기수련이다… 만사귀찮고 게을러질 때 스스로에게 매긴 도전지수를 다시 들여다본다.

지금 인생의 뱃머리를 어디로 돌려야할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도전지수는?

당신이 다른 사람의 성공 혹은 성장스토리를 즐긴다면 당신은 도전지수가 높은 사람이다. 단지 당신은 환경에 안주할 정도로 너무 철이 들어버렸거나, 보장되지 않은 현재 상황을 푹 즐기고 있거나, 처한 여건이 안된다고 투덜대거나, 게으르거나, 아니면 심심하다고 소비적인 재미(fun)를 찾아헤매고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당신의 도전정신을 의심하지 마라. 사람들이 무모하다 할지라도 도전하라. 도전에 실패하는 것보다 당신 자신을 못 믿는 것이 더 부끄럽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생각했던 당신과 그들의 생각을 뛰어넘어 무엇이 된 당신의 차이를 보여주라.

그러나 기억하라 당신은 현실주의자다. 도전은 계속하되 해결없는 것에 당신의 파워를 소비하지 마라. 사람들은 도전의 결과로만 당신을 평가하고 당신의 스토리를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들을 것이다. 결과물이 없으면 사람들은 모른다. 당신이 수많은 폭풍의 밤을 헤매었다는 사실을. 그러니 도전의 생산성을 결코 잊지말라.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목표에 당신은 도전할 것이다. 당신의 도전지수는 당신의 꿈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성장할 것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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