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자신의 멍청함을 아는 것이 명철함입니다”
히브리서 4장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 지으신 것이 하나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우리의 결산을 받으실 이의 눈앞에 만물이 벌거벗은 것같이 드러나느니라”(히 4:12-13)
세상에서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요? 세포와 DNA를 훤히 들여다보는 생물학자도, 딥스카이(Deep Sky)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도, 사람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리학자도 자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옥중 서신’에서 “악보다 더 위험한 문제는 멍청함”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 최고의 사상가들을 배출하며 명실상부한 지성인의 나라로 알려진 독일이 어떻게 범죄 국가로 전락했는지를 성찰하며 그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어쩌면 독일인은 명철하기 때문에 멍청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똑똑한 나머지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사람이 자기 잘못과 오류를 깨닫는 것보다 더 큰 지혜가 어디 있을까요? 자신의 멍청함을 아는 것이 명철함입니다.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고 했습니다. ‘네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어느 누가 그것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어서, 어떤 양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뚫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며, 마음에 품은 생각과 의도를 밝혀냅니다. 하나님 앞에는 아무 피조물도 숨겨진 것이 없고,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 벌거숭이로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앞에 모든 것을 드러내 놓아야 합니다.”(히 4:12-13, 새번역)
나 자신에게 가졌던 허상과 망상을 산산조각 내고, 내 실상이 무엇인지 정확하고 정직하게 알려주는 것, 바로 성경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마주하는 시간은 때로는 Quiet Time이기 어렵습니다. 내 실체가 드러나고 본색을 들켜서 내는 비명과 신음 소리가 가득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성경을 공부하는 것과도 다릅니다. 성경 공부는 내가 말씀을 찔러 쪼개는 작업입니다. 내가 말씀을 찔러 쪼개서는 진정한 말씀의 능력을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말씀의 능력이란 말씀이 나를 찔러 쪼개는 힘입니다.
성경 공부도, QT도, 묵상도, 통독도 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말씀이 나를 찔러 쪼개는 방향과 어긋나 있다면 우리는 결국 너무 똑똑해져서 멍청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