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신앙의 기본과 기초
베드로후서 1장
“그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벧후 1:5-7)
사도 베드로는 믿음, 덕, 지식, 절제, 인내, 경건, 형제 우애, 사랑을 나열하며 하나씩 더하라고 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덕목들이 구원받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 믿어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구원이 우리에게 믿음을 선물한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입니다. 베드로의 권면은 믿음의 단단함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단순히 “좋은 덕목을 골고루 갖추라”고 하지 않고 층을 쌓는 방식으로 각 덕목을 나열합니다. 믿음, 덕, 지식, 절제, 인내, 경건, 형제 우애, 사랑의 순서입니다. 이 순서 자체를 절대시할 수는 없겠지만, 베드로가 아무 의미 없이 나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각각의 중요한 덕목이 어떤 기초 위에 더해져야 하는지 베드로 나름대로 깨달은 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에서 덕스러운 것, 중요합니다. 그러나 덕으로부터 시작하면 신앙이 아니라 도덕과 윤리입니다. 지식, 이성, 논리로부터 시작된 신앙은 쉽게 교만해집니다. 신앙에 절제는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그러나 시작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절제로 첫발을 잘못 디디면 종교적 수행의 길만 걷다가 끝날 수 있습니다.
인내는 어떨까요? 인내부터 시작하면 기쁨을 다 잃어버리고는 신앙이 강박으로 변질됩니다. 경건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경건으로부터 시작해도 위험합니다. 경건으로부터 신앙을 시작한 대표적인 예가 바리새인입니다.
형제 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적 친밀함을 기반으로 삼은 신앙만큼 쉽게 상처받고 흔들리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앞의 덕목들이 생략된 사랑은 자기 도취, 자기 만족, 자기애에 머무르고 맙니다.
믿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가장 중요한 기초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얼굴에 하는 화장에도 순서가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베드로가 나열한 순서는 매일 메이크업에 신경 쓰시는 분들에게 쉽게 이해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얼의 꼴’(얼굴)을 가꾸는 순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얼굴을 씻지도 않고 예쁘게 화장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믿음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으면 변장이고 위장입니다.
베드로가 제시한 8개 덕목의 순서는 우리 신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지만, 기본과 기초에 대한 체크리스트이기도 합니다.
나는 정말 예수님을 믿습니까?